아름다운 시절은 바로 오늘이 아닐까...
오늘 아침에 영화 '미드 나잇 인 파리'를 보았다. 2012년 개봉했던 영화를 8년이 지나서 보게 되었다. 이 영화에 대해 좋은 평가들을 익히 봐왔지만, 아이 키우랴 파리 생활 적응하랴 마음에 여유가 없었는지 격리기간이 되어서야 드디어 보게 되었다. 파리 곳곳의 아름다운 곳을 하나씩 보여주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하는데 보는 내내 내가 가봤던 곳인데.. 를 연발하였다. 마음만 먹으면 지금이라도, 아니지, 격리 기간이 끝나는 5월 11일 이후부터는 얼마든지 가볼 수 있는 곳이라서 영화가 나와 동떨어진 얘기가 아닌 내 이야기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미국인 작가인 길은 약혼녀 및 그녀의 부모님과 함께 파리에 며칠 머무는 동안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1920년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가 평소 흠모하던 작가들을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하는 것은 작가에게 무한한 영광의 시간들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만약 길이었다면 나 또한 너무나도 황홀했을 것이다. 나는 파리에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음악가에게 뮤즈가 있듯이 글 쓰는 작가들에게는 파리라는 도시 자체가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가 아닐까?
길을 가다 고개를 들어 오스만 양식의 집들을 보며, 노천카페에 앉아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보며, 프랑스의 가장 큰 자랑이자 소중한 보물인 역사적 건축물.. 에펠탑, 노트르담 대성당, 몽마르트르, 루브르, 오르세, 오랑쥬리 미술관, 각종 성당들... 이 모든 것들이 파리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며, 이 역사적 깊이에 이끌려 세계 각지의 예술가들이 이 파리라는 도시에 모여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벨 에포크(Belle époque)'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뜻인데, 과거의 좋았던 시절을 일컫는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길과 과거의 시간 속에서 만난 아름다운 여인, 아드리아나는 벨 에포크를 동경한다. 대게 사람들은 과거 시절을 회상하며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현재를 만족하지 못하고 호시절을 동경하며 그리워한다.
이 영화의 감독은 미국인 우디 앨런이다. 예술가로서 예술의 도시 파리를 찬양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자국의 미국을 속물적으로 보고, 예술을 사랑하는 프랑스인들을 높이 평가하는 것을 영화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길의 약혼녀는 부유한 집안의 딸로서 브리스톨 호텔에서 가족끼리 묵는다. 브리스톨 호텔은 파리에서 미슐랭 3 스타 식당을 가지고 있는 매우 값비싼 고급 호텔이다. 약혼녀 이네즈는 길을 번번이 무시하는 발언을 한다. 길은 밤마다 1920년대 예술인들과 어울리면서 돈을 좇기보다는 예술 그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들 속에서 (헤밍웨이, 달리, 피츠 제럴드 등, 피카소 등 당대 유명 예술가들이 많이 등장한다.) 편안함을 느낀다.
이 영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 영화가 끝날 때 즈음에 당장 파리행 비행기표를 알아보게 끔 만들겠다는 목표로 만든 것 같다. 낭만적인 파리 곳곳을 아름답게 담아내고, 실제 만나고 싶은 유명 작가들을 대거 등장시키고, 그 작가들이 한때 머물렀던 자취가 남아있는 파리 곳곳을 보여준다. 왠지 우리들도 그곳에 가기만 하면 헤밍웨이, 달리, 피카소 들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나도 '길'이 앉아 있던 그 성당 앞 계단에 미드나잇에 앉아 있으면 예술인들을 태운 멋진 자동차가 나를 태워줄까? 신데렐라가 밤 12시가 되면 마법이 풀려 집으로 가야 하듯이 나는 12시가 되면 벨 에포크로 빨려 들어가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