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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Oct 27. 2022

정답 없는 자유로운 예술 작품 감상

미술관 키즈 아뜰리에 프로그램

프랑스 파리는 도시 자체가 박물관이라고 할 정도로 크고 작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많다.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현대 미술관, 루이비통 재단 등 많은 미술관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미술 아틀리에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서 미술관을 방문하면 바닥에 모여 앉아서 큐레이터의 설명을 귀담아듣는 아이들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유치원 및 초등학교에서도 파리 곳곳에 있는 박물관 및 미술관 현장 학습을 한다.


우리 집 옆에는 걸어서 5분이면 볼로뉴 숲에 도착한다. 거대한 볼로뉴 숲은 파리의 허파라고도 불린다. 파리 서쪽에 위치한 볼로뉴 숲(Bois de Boulogne) 안에 있는 루이비통 재단(Fondation Louis Vuitton)의 키즈 미술 아틀리에를 아이와 함께 찾았다. 2014년 10월에 개관한 루이비통 재단은 미국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지었고, 모에 헤네시 루이비통(LVMH)이 소유하는 미술관이자 문화센터이다. 거대한 돛단배 형상의 건축물 바닥에는 물이 흐르고 있어서 실제 물 위에 뜬 범선이 움직이는 듯한 착시를 일으킨다.


◆루이비통 재단(Fondation Louis Vuitton) 전경 ⓒ모니카 박

◆반 고흐의 '생트 마리 드 라 메르의 바다 풍경(La Mer aux Saintes-Maries)' 작품 설명을 듣고 있는 아이들 ⓒ모니카 박

◆클로드 모네의 '몽쥬홍 정원 코너(Coin de Jardin à Montgeron)' 작품 설명을 듣고 있는 아이들 ⓒ모니카 박


루이비통 재단은 2021년 9월부터 2022년 4월까지 '모로조프 컬렉션 – 현대 미술의 아이콘(La Collection Morozov – Icônes de l’art moderne)' 전시회를 열었다. 갤러리 모든 층에서 전시되는 대규모 모로조프 전은 팬데믹으로 인해 미술관이 문을 닫은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러시아인 모로조프 형제가 수집한 200점 이상의 러시아와 프랑스 현대 미술 컬렉션(마티스, 피카소, 고갱, 반 고흐, 드가, 모네, 르누아르, 세잔 등)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미술 작품들이 러시아 국경 밖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라는 점이 특이했다.


키즈 미술 아틀리에는 보통 현재 전시 중인 작품과 연계해서 진행된다. ‘가족과 함께하는(En Famille)’ 키즈 미술 아틀리에는 매주 토요일, 일요일과 방학 동안 진행된다. 모로조프 컬렉션 전시회와 연계한 첫 번째 키즈 아틀리에는 만 3세에서 만 5세 아동을 대상으로 1시간 정도 진행됐다. '릴리(Lily)'라는 개미를 5개의 작품 속에 등장시켜 릴리가 나무, 호수, 산, 바다, 마을 등으로 여행을 떠나며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이다. 여행하면서 만난 자연 구석구석을 이야기하는 릴리를 통해 아이와 부모는 그림 속으로 함께 탐험을 떠나며 현대 미술을 쉽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오감을 활용한 작품 감상법이 특이했다. 큐레이터는 탬버린, 향 부채, 동요 등 각종 소도구를 활용해 작품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 반 고흐의 '생트 마리 드 라 메르의 바다 풍경(La Mer aux Saintes-Maries)' 작품 설명 중에 실제 파도 소리를 악기로 들려주는 식이다. 그림을 보면서 실제 거친 파도가 밀려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클로드 모네의 '몽쥬홍 정원 코너(Coin de Jardin à Montgeron)' 작품에서는 향이 나는 부채를 꺼내 그림의 실제 꽃향기가 코끝에 전해지는 것 같다.


두 번째 키즈 아틀리에는 만 6세에서 10세 아동을 대상으로 약 2시간 반 동안 진행된다. 우선 전시 중인 작품 5~6점 앞에 동그랗게 둘러앉아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었다. 큐레이터 끌로에(Chloé) 씨는 폴 세잔의 '생트 빅투아르 산(La Montagne Sainte-Victoire)' 그림을 가리키며 그림 속에 무엇이 보이는지 아이들에게 질문했다. 9명의 아이는 그림 속에서 발견한 것들을 자유롭게 말했다. 여기에 정답은 없다. 자신이 본 대로 느낀 대로 말하면 된다. 우진이는 산이 고래로 보였는지, 고래가 보인다고 답했다. 그래도 괜찮다.


폴 세잔은 프랑스 액상 프로방스에 거주하며 수십 점이 넘는 ‘생트 빅투아르 산’ 연작을 남겼는데, 큐레이터는 이 그림들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말해보라고 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보고 느낀 대로 왼쪽 그림은 산이 작고 하늘이 크며, 오른쪽 그림은 산이 크고 하늘이 작다고 말했다. 클로에 씨는 아이들의 말을 다 들은 후에 화가가 같은 산을 어떻게 다르게 표현했는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쉽게 설명했다.


◆폴 세잔의 '생트 빅투아르 산(La Montagne Sainte-Victoire)' ⓒ모니카 박

◆폴 세잔의 ‘발크로스 길에서 본 생트 빅투아르 산(La Montagne Sainte-Victoire vue du chemin de Valcros)’ ⓒ모니카 박


40분 정도 작품 감상 후, 아이들은 따로 테이블 위에 마련된 다양한 색상의 고무찰흙을 갖고 그림을 고무찰흙으로 표현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각 프로그램별로 아동 7~9유로(한화 약 9천6백 원~1만 2천 원), 성인 16~18유로(한화 약 2만 2천 원~2만 5천 원)이며, 루이비통 재단 가족 연간회원권(Pass Famille)을 소지하면 일 년 동안 모든 전시와 키즈 미술 아틀리에를 성인 2명, 아이 4명까지 무제한 입장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다.


◆감상한 그림을 고무찰흙으로 표현해 보는 아이들 ⓒ모니카 박

◆아이들은 2주 방학 기간 동안 오디토리움에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을 수 있다. ⓒ모니카 박

◆아이들은 완성한 그림을 한쪽 벽면에 바로 붙여봄으로써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모니카 박



2021년 12월에 새롭게 오픈한 루브르 박물관 안에 있는 키즈 공간인 르 스튜디오(Le Studio)에 갔다. 오픈했다고 해서 찾아갔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곧바로 문을 열지는 않았다. 2022년 겨울 방학인 2월에 드디어 대중에게 공개했다. 새로 지은 공간인만큼 내부는 매우 깨끗했다. 모든 것이 새것이고 공간도 꽤 넓었다.


겨울 방학을 이용해서 아이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관리자 2~3명이 상주하고 있었다. 방학 기간에는 아이들이 꽤 있었지만, 방학이 끝나니 아이들이 별로 없었다. 주말에도 많지는 않았다. 현재 루브르는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루브르에서 작품 하나라도 더 보려고 그런지 키즈 공간에는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 오더라도 잠깐 구경하고 나갔다. 덕분에 우리는 넓은 공간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었다.


스튜디오 내부 공간이 넓고 깨끗하다. by 모니카


색칠하기, 퍼즐, 카드 게임, 만들기 등 놀이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또한, 곳곳에 편하게 누울 수 있도록 푹신한 대형 쿠션을 바닥에 설치해놨다. 코로나로 인해 공용 공간에서 함부로 누우면 안 된다는 것은 알지만,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깨끗해서 나도 한번 누워봤는데 정말 편했다. 작품을 감상하고 아이와 함께 이곳에 와서 잠시 쉬어가면 참 좋을 것 같다. 아이도 재밌는 시간을 가지고 부모도 조금 쉬고 일석이조다.


연령별로 진행되는 아뜰리에가 많다. 수업 종류도 다양하다. 루브르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다양한 키즈 아뜰리에 프로그램을 살펴볼 수 있다. 아뜰리에는 이곳 키즈 공용 공간에서 더 들어가면 있는 다른 공간에서 이뤄진다. 이곳 화장실은 새로 지어서 깨끗하고 넓다. 또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인 만큼 아이들 화장실도 따로 있다. 변기와 문과 세면대가 모두 낮다. 아이들 전용공간이다.


수유 맘을 위해 전자레인지도 따로 설치된 방이 있다. 프랑스에서 이런 수유실을 본 적이 거의 없다. 홍콩 또는 한국에서는 수유 공간을 자주 봤지만, 프랑스에서는 낯설다. 모유 수유를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커다란 소파도 있다. 엄마와 아이가 화장실에 같이 가는 곳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빠와 아이가 함께 화장실에 가는 곳도 따로 설치해뒀다. 남녀평등을 실현했다.


모든것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어린이용 화장실. 수유 공간에 전자레인지도 있다. 엄마와 아이가 같이 가는 화장실도 있고, 아빠와 아이가 같이 가는 화장실도 있다. by 모니카


스튜디오는 기부에 의해 만들어졌다. 루브르는 프랑스 최대 박물관이자 미술관이기 때문에 그만큼 기부 규모도 크고, 기부자도 많다. 문화예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 및 시민들의 기부가 절실하다. 프랑스는 기부자에 대한 정부 세제 혜택도 높다. 시민 및 기업들의 문화예술 기부를 독려하고 장려하기 위해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시민들 또한 자국의 지속적인 문화예술 번영과 발전이 중요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문화예술 강국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정부 및 민간이 협력하여 문화예술 발전에 힘을 모은다.


1시간 반 정도 시간을 보낸 뒤, 스튜디오를 나왔다. 사람 한 명 없는 아직은 모든 게 새것인 화장실을 한번 더 사용하고 싶어서 가서 손을 깨끗이 씻었다. 루브르 로비와 피라미드 앞에는 관광객과 현지인들로 붐볐다. 부슬부슬 빗방울이 회색빛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그림, 게임, 퍼즐 등 다양한 놀이공간이 있다. 아이들에게 루브르 여권을 주는데, 주요 작품을 보고 스티커를 찍을 수 있도록 했다. by 모니카


방학을 맞이하면 우진이와 함께 파리 곳곳에 있는 크고 작은 미술관에 드나들며 그림을 직접 보고 느낌을 자유롭게 말하며 시간을 보냈다. 또한, 자신이 그린 그림이 미술관 벽면에 실제로 걸리는 경험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감수성을 풍부하게 하고 창의력을 계발하며 성취감을 맛보는데 좋은 밑바탕이 된다.


집 가까이 있는 루이비통 재단은 아이와 수시로 드나들었으며, 모든 전시를 빠지지 않고 감상했으며, 모든 키즈 아뜰리에 프로그램에 여러 번 참여했다. 때로는 친구들을 초대해서 함께 아뜰리에에 참가하기도 했다.


프랑스 예술 문화의 저력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학교뿐 아니라 국립 및 사립 미술관과 박물관의 다채로운 예술 문화 프로그램을 쉽게 접하고 경험할 수 있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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