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니카 Oct 27. 2022

학교 안 가는 수요일은 뭐해요?

시청에서 운영하는 수요 학교와 각종 아뜰리에

프랑스는 수요일에는 유치원 및 초등학교가 문을 닫는다. 도시마다 약간 다른데, 파리시의 경우 수요일에는 오전 수업만 하고,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뇌이쉬르센은 수요일에 유치원 및 초등학교가 문을 닫는다. 수요일에 수업을 하지 않고 문을 닫은 것은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가톨릭 국가인 프랑스는 19세기에 학생들이 일주일에 한 번 교리문답을 공부해야 했던 역사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19세기부터 쭉 수요일에 수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간에 5일 내내 학교에 가기도 했다. 그렇다가 2018년 9월부터 다시 4.5 또는 4일로 변경했다.


수요일에 다들 뭐하나 봤더니 수요일마다 시에서 제공하는 수요 학교를 다니거나 수요일마다 하는 다양한 아뜰리에, 스포츠 센터에 다니고 있었다. 정확한 명칭은 L'accueil de loisirs du Mercredi인데, 직역하면 수요일 여가 리셉션이라고 할 수 있다. 수요일마다 가는 곳이라 편의상 수요 학교라고 나는 부른다. 베이비시터가 도서관, 미술 아뜰리에, 수영 테니스 등 스포츠 센터에 데리고 다니기도 하고, 엄마가 데리고 다니는 경우도 가끔 보긴 했다. 프랑스 엄마들은 일을 하기 때문에 수요일에 베이비시터들이 공원에서 아이들을 봐주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또는 수요일은 엄마들이 회사에 가지 않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한국 회사에 비해 프랑스 회사는 최대한 직장맘에게 아이와 관련된 시간을 쓸 수 있도록 허용하는 편이다. 


수요 학교는 기존 유치원 건물에서 이뤄진다. 뇌이쉬르센 시청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급식까지 함께 제공한다. 경쟁률이 높은 편이다. 기존 유치원 가는 것과 같은 시간이고, 따로 다른 문화 활동을 알아보고 다닐 필요도 없고, 일하는 프랑스 엄마들에게는 매우 좋은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신청 기간이 되면 신청자가 몰린다. 만 4세까지는 수요일마다 아이와 함께 집에서 또는 공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한창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서 기관에 보내고 싶지도 않았을뿐더러 무엇보다도 수요 학교에 자리가 없었다. 이미 다 찬 상태였다. 


2021년 9월, 아이는 만 5세 반인 Grande Section으로 올라가게 됐다. 수요 학교 신청을 하라고 해서 재빨리 신청했다. 다행히 자리가 났고, 작년 9월부터 수요일마다 수요 학교에 우진이는 다니게 됐다. 유치원 등교 시간보다 다소 늦은 오전 9시 15분까지 등교하면 된다. 급식은 신청하면 주고, 신청하지 않으면 점심시간에 아이를 집에 데려가서 점심만 먹이고 오후에 다시 들여보낼 수 있다. 또는 오전만 하고 싶으면 그것도 가능하다. 융통성 있게 진행된다. 픽업은 오후 5시부터 6시 반 사이 아무 때나 와서 아이를 데려가면 된다. 일반 유치원은 오후 4시 10분에 픽업할 수 있으니 1시간 정도 더 머무를 수 있는 수요 학교다.


그럼 수요 학교에서는 무엇을 하는가? 수요 학교에서는 주로 만들기, 그림 그리기, 뛰어놀기 등을 한다. 앉아서 공부하거나 학습하는 시간은 거의 없다. 선생님들이 연극을 직접 보여주기도 하고, 둥그렇게 앉아서 책을 읽어주기도 하는데 뭘 가르친다는 개념보다는 다소 편안하게 시간을 보낸다. 수요일마다 아이를 픽업하러 가면 아이는 그날 만든 작품을 내게 자랑하기 바쁘다. 그날 만들기 한 것을 보고, 집에서 똑같이 다시 한번 만들어본다. 나도 이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다. 


예를 들어 요구르트 빈 통으로 저금통을 만든 것을 보고, 나도 그 재료 똑같이 준비해서 아이와 함께 만든다. 그러면 아이는 배웠던 것을 자기 스스로 집에서 다시 한번 만들어서 성취감, 자기 효능감 등을 가지게 된다. 학교에서 만든 것을 응용해보기도 하고, 더 멋지게 만들어내기도 한다. 나도 아이를 통해 참 많이 배운다. 서로 대화도 하며, 시간 보내기 참 좋다. 대부분의 만들기 재료는 재활용품이다. 휴지심, 요구르트통, 아이스크림 나무막대 등 그림도 곧잘 그려서 가져온다. 수요 학교가 재미있는 모양이다.


(좌) 복도에 붙어있는 아이들의 '몬드리안 이글루' 작품 (중) 수요학교에서 만들어 온 작품들 (우) 액자 위에 진열해두면 한층 멋진 갤러리가 된다 by 모니카


만 3세~5세까지 대략 80명 정도의 아이들을 수용하는데, 현재 다니고 있는 같은 유치원 아이들이 이곳에 온다. 낯설고 생소한 아이들이 아니라, 옆반에 있는 아이들, 학교 놀이터에서 놀 때 만나는 만 3~4살 동생들이 이곳에 함께 다닌다. 정서적으로도 안정감 있고, 편안하다. 또한, 늘 같은 반 친구들만 만나다가, 다양한 연령대와 다른 반 아이들을 함께 만나는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에 사교성 개발 및 사회성 발달에도 좋다.


격주로 야외 활동도 한다. 시에서 제공되는 버스를 타고 근처 숲으로 간다. 팬데믹 동안에는 밖에 나가지 않았지만,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고, 날씨도 좋기 때문에 야외 활동을 한다. 주로 공원 또는 숲으로 나가서 놀거나, 파리 근교에 있는 한국 키즈 카페라고 볼 수 있는 로열 키즈에도 가끔 간다. 영화관에도 단체로 갔다. 롤랑 가로스 시즌이 다가오니 외부 강사가 와서 테니스 강습도 한다.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준비한다.


어느 수요일 오후, 잠깐 볼로뉴 숲을 지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엄마!" 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싶어 옆으로 돌아보니, 아들 우진이었다. 말 그대로 '네가 거기서 왜 나와?'였다. 오늘은 분명 야외 활동이 없었는데 왜 아이들이 이곳 숲에 있는 것이지? 인솔해온 선생님 2명이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서 15~20명 정도 데리고 나왔다고 했다. 아이들은 모두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관리하기 쉽고,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유니폼에는 기관명, 연락처가 적혀있었다. 우리 모자는 너무 반가운 나머지 둘 다 어안이 벙벙했다. 잔디밭에 앉아서 아이들을 지켜봤다. 아이들은 숲 속에서 그냥 뛰어놀았다. 선생님은 안전만 체크하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내버려 뒀다. 개미를 한참 관찰하거나, 나무에 올라가거나, 곤충을 관찰하는 등 자유롭게 자연 속에서 놀았다.


(좌) 볼로뉴 숲에서 나무 타고, 곤충 관찰하며 자유롭게 노는 수요학교 아이들 (중) 갑자기 엄마를 발견하고 반갑게 달려오는 아이 (우) 개미를 관찰하는 것도 학습이다 by 모니카


수요 학교는 한마디로 자유롭다. 노는 시간이 많다. 놀이가 곧 공부다. 이진민 작가의  <아이라는 숲>에 이런 문장이 있다. 


"놀이를 통해서 아이들은 규칙, 승패, 페어플레이어같이 세상을 살 때 꼭 필요한 개념들을 배우고, 스스로를 다스리는 법과 인간관계 맺는 법을 연습한다. 특히 나의 주장을 펴고 남의 주장을 듣는 법,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감정을 나누는 법 등은 책을 많이 읽는다고 깨우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탐색하는 일도 직접 만지고 냄새 맡고 소리를 듣고 피부로 느끼지 않으면 안 된다." "니체는 놀이를 한다는 것은 우연을 긍정한다는 것이고, 우연에 대한 긍정은 세계와 삶에 대한 긍정을 의미하기 때문에, 인간이 추구해야 할 새로운 가치는 바로 놀이의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도 놀이의 중요성에 동의한다. 이 나이 때 아이들은 잘 놀아야 한다. 노는 것이 공부하지 않는 것, 일하지 않는 것의 반대말로 종종 인식되는 한국과 달리 이곳 프랑스는 유치원 아이들은 놀고 또 논다. 어른들도 휴가를 중요시한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많은 것을 배운다. 숲에서 개미만 1시간 동안 관찰해도 결코 쓸데없는 시간이 아니다. 개미 관찰을 통해 다양한 사고를 하게 된다. 자연과 동식물을 관찰하는 것 자체가 공부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시간이다. 아이는 유치원 3년가량 내내 가방에 물병 하나 달랑 들고 다녔다. 노트도 연필도 없다. 유치원에서 글쓰기 시간도 있긴 하지만 주로 예체능 위주의 수업과 노는 시간이 많다. 그야말로 자유롭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