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담임 선생님과의 인터뷰
프랑스는 만 3세부터 의무 교육이 시작된다. 마떼흐넬(Maternelle)이라 부르는 유치원에 다닌다. 만 3세부터 만 5세까지 3년 동안 유치원에 다니며, 만 6세부터 초등학교에 다닌다. 유치원은 각 연령에 따라 쁘띠뜨(Petite), 모아옌(Moyenne), 그헝드(Grande) 섹씨옹(Section),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소, 중, 대 이렇게 구성된다.
유치원 입학을 위해서는 자신이 현재 거주하는 지역에 있는 관할 시청에 신청에 필요한 서류(신분증, 가족 증명성, 출생신고서, 현재 거주 증빙자료, 자녀 건강 수첩 등)를 제출하면 된다. 그러면 시청에서는 거주하는 집과 가장 가까운 유치원으로 배정해준다. 간혹 자녀를 사립 유치원에 보내는 가정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공립 유치원에 보내는 편이다. 프랑스는 공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학부모들은 공립 유치원을 신뢰하고 자신의 자녀들을 믿고 맡긴다.
프랑스 교육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프랑스 전국에 있는 공립 및 사립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총 2,241,659명으로 집계됐다. 프랑스 유치원의 역할은 함께 배우고 함께 생활하는 곳으로 모국어를 말하는 것을 개발하고, 쓰기 및 숫자 등 학습 영역을 발견하기 시작하도록 하며, 함께 어울려 놀고, 문제를 해결하며, 생각하는 등 배움을 돕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유치원 학습은 모든 측면에서 언어 활용하기, 신체 활동을 통해 행동하고 자신을 표한하고 이해하기, 예술 활동을 통해 행동하고 자신을 표현하고 이해하기, 사고 형성을 위한 활동 구축하기, 세상을 발견하고 탐험하기 이렇게 5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만 4세 반 담임 선생님 오드리는 대학에서 경제학과 미술사를 전공했지만 교사가 되고 싶어서 졸업 후 교사 자격시험을 본 뒤 1989년부터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녀는 남편 직장 때문에 홍콩, 대만, 런던, 상파울루, 케이프타운 등 다양한 나라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으며, 해외에서도 교사 생활을 꾸준히 이어나갔다.
유치원에 8시 40분까지 등교하면 먼저 총 29명의 아이를 5개 그룹으로 나눈다. 다양한 아이들과 어울리게 하려고 매일 그룹이 바뀐다. 프랑스어 읽기, 쓰기, 말하기, 다 함께 책 읽기, 그림 그리기, 만들기, 음악 시간 등을 가진다. 이를 통해 독해력, 표현력, 창의력 및 상상력을 향상할 수 있다. 또한, 매일 1시간씩 체육 시간을 가진다. 이를 통해 신체 단련뿐 아니라, 협동심과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
오후 12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점심을 먹는다. 식사가 끝나면 교실에서 잠시 조용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진다. 이때 아이들은 자유롭게 장난감 및 블록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낮잠을 자도 된다. 오후에는 주변 환경을 탐험하고 발견하는 시간을 가진다. 16시 10분에 모든 일과를 종료한다. 오전과 오후에 한 차례씩 교내 운동장에서 마음껏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을 약 30분 정도 가진다.
프랑스 유치원 교육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는 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율성과 독립심을 중요하게 여긴다. 아이가 혼자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교육하고 있다. 둘째, 오감을 통한 발달에 집중한다. 오드리 선생님은 내게 "요즘 아이들은 온라인 영상에 쉽게 노출되고 있으며, 스크린을 통한 교육은 오감 발달에 좋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이 연령의 아이들은 직접 손으로 만지고, 직접 소리를 듣고, 친구들과 직접적인 교류를 통해 학습하는 것이 중요한데, 코로나19로 인해 오감 발달이 원활하기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프랑스어를 배울 때 직접 써보고, 말하고, 듣는 것을 통해 글자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생님은 프랑스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전국 어디서나 비교적 평등하고 동등한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했다. 파리에 사는 학생도 지방에 사는 학생도 동일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외딴 시골 마을에 사는 학생들도 해외에 있는 프랑스 국제 학교도 프랑스 교육부 시스템과 지침을 따르고 있다. 그녀는 프랑스 남부 지방에서도 교사 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 전국 어디를 가나 교육 시스템이 동일하게 진행되고, 우수한 교사들이 전국 곳곳에 있으며, 양질의 교육을 모든 학생에게 평등하게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점도 있다고 했다. "얼마 전 한 중학교 교사의 끔찍한 참수 사건도 있었는데요, 교사들은 학부모 및 학생들로부터 존중을 원합니다."라며 전반적으로 교권이 점점 추락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나는 선생님께 한국은 유치원생 중에서도 영어 및 수학 등의 공부를 하는 아이들이 꽤 있는 편이며, 교육열이 높은 부모님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 소위 학군이 좋은 동네로 이사를 하기도 하는데, 프랑스는 어떤지 여쭤봤다. 이곳 뇌이쉬르센을 포함한 교육열이 높은 편에 속하는 동네는 아이를 초등학교 때부터 사립학교에 보내기도 하지만, 보통은 중학교 때부터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했다.
교육열이 높은 프랑스 부모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한국 같은 아시아권 국가보다는 유치원에서 공부를 많이 시키는 편은 아니다. 음악, 미술, 체육 등 예체능 위주의 수업을 주로 하며, 특히 만 4세 아이들은 사회성과 자기 주도성을 기르기 시작하는 단계이며, 자기 표현력을 개발하고, 자신의 주변 세상을 발견하고 탐색하며, 상상력과 창의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림 그리기, 만들기 등 창작하는 시간이 많은 프랑스 유치원 ©모니카 박
◆아이들 스스로 수업에 필요한 물품을 각 사물함에서 자율적으로 가져오도록 교육한다. ©모니카 박
◆유치원 가는 것이 즐겁고 행복한 유치부 아이 ©모니카 박
나는 선생님께 <프랑스 아이처럼>이란 책이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말하면서, 프랑스 육아가 한때 유행이었다고 말씀드렸다. 책 내용처럼 프랑스 부모들은 권위를 가직 아이를 훈육하며, 아이들은 정말로 식당에서 떠들지 않고 어른처럼 조용히 앉아서 밥을 먹는지 물었다. 그녀는 "시대는 변하기 마련이죠."라는 말로 서두를 시작 했다. 그녀는 오랜 기간 유치원 및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하면서 프랑스 부모들이 아이를 대하는 방식도 세대를 거쳐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했다.
"프랑스에도 앙팡 루아(Enfant Roi, 집안에서 왕과 같은 자녀. 너무 귀하게 기르다 못해 아이를 왕처럼 대하는 경우)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맞벌이하는 부모들이 많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을 물질로 대체한다거나, 아이 요구를 다 받아준다거나 하는 부모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제멋대로 굴고, 떼를 쓰며, 밥 먹을 때 떠들고 말썽 피우는 아이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지요."
아이가 만 4세 때부터 다닌 유치원에서의 1년이란 시간 동안 코로나19가 지속됐다. 나는 선생님께 이 당시 아이들에게 수업을 이끌어가는 것이 힘들지 않은지 여쭤봤다. 선생님은 무엇보다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 아이들에게 수업을 해야 하는 것이 힘든 부분이라고 털어놨다.
"지금 이 시기의 아이들은 언어를 배우는 기초 단계에 있어서 다른 무엇보다도 선생님의 입 모양을 잘 보고 단어를 잘 따라 하며 배우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런데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아이들의 언어 학습에 아무래도 제약이 있다 보니 그 점이 가장 힘들고 안타까워요. 단어를 알려줄 때 정확한 입 모양과 발음하는 법을 보여주기 위해 때때로 투명 캡을 착용하기도 합니다."라고 했다.
또한, 각종 야외 체험 학습을 하지 못하는 점도 무척 아쉽다고 했다. 만 4세 아이들은 오감 발달이 중요하며 따라서 야외에 나가서 자연을 접하고, 동식물을 직접 보고 만져보기도 하며, 자연의 냄새도 맡고, 지저귀는 새소리도 들어야 한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오감 발달의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수업이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 그녀는 약간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고 있지만 이것이 아이들 학습 발달에는 좋지 않다고 했다. 그녀는
"스크린으로 학습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배움은 배움의 현장에서 직접 교사와 학생들의 상호 교류를 통해서 진행되어야 합니다. 온라인 수업은 학생들이 스크린에 더욱 친숙하게 만들며, 그 결과 스크린 시청 시간을 늘리게 됩니다. 무분별한 동영상 시청 시간 증가는 자라나는 어린아이들로 하여금 정서 불안정, 두뇌 발달 저하 등 다양한 문제점들을 양산합니다."라고 했다.
실제 프랑스도 동영상 시청을 하는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며, 이는 아이들의 정서 불안을 야기한다. 그녀는 이전 세대 아이들보다 현세대 아이들은 정서적 측면에서 많은 변화를 보인다고 했다. 예를 들어, 지루함을 못 견디고 떼쓰거나 난폭한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영상 노출 시간을 줄이고 자연과 함께하고 차분히 혼자만의 시간을 허락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말에도 친구를 초대해서 놀고, 수많은 자극적인 활동을 하는데, 유치원 아이들에게도 주말에는 혼자 멍 때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이 말에 매우 공감하고 동의하는 바이다. 요즘 아이들은 일주일 내내 뭔가를 많이 하는 것 같다. 부모들이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뭐를 많이 시킨다. 많이 시킨다고 아이가 똑똑해질까? 아이들의 뇌도 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혼자 놔두면 알아서 놀고, 생각하고, 세상을 탐색한다. 이 시기에 이러한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프랑스 교사들의 자율권에 대해 궁금해서 이에 대해 여쭤봤다. 왜냐면 한국 뉴스를 접하다 보면 한국 교사들의 경우 수업 외 서류 작업이라던지, 교내 선생님들과의 관계라던지, 교장 선생님 등 상사와의 관계라던지 수업 외 신경 써야 하는 부분도 꽤 있어 보였다. 프랑스는 어떤지 궁금했다.
프랑스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교사들의 자율권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으며 교장 선생님이 자신의 상사는 아니라고 했다. 상사는 이 지역의 여러 학교를 관리 감독하는 정부 관계자이며, 수업 외 서류 작업은 많지 않다고 했다. 동료 교사 및 교장과의 관계가 비교적 수평적임을 알 수 있었다. 교실 청소 및 급식 시간은 시청 소속 직원들 담당이다. 프랑스 교사는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비교적 잘 구축된 편이다.
선생님은 교사라는 직업을 통해 매년 새로운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며, 시대에 따라 계속 변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고 교육해야 할지 늘 고민한다고 했다. 매년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면서 알게 된 것은 모든 아이는 다 다르기 때문에 각 아이만의 고유한 특성을 발견하고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