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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Sep 29. 2022

1년 반 만에 화장실 벽이 온전해졌다

스피드 반대말은?

때는 2021년 4월. 이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새 집인데 화장실 벽이 물에 젖더니 금세 페인트가 떨어졌다. 수리업자를 불러서 내부를 확인했더니 벽 안에 있는 하수관에 물이 새고 있었던 것. 몇 번의 약속을 거친 끝에 기술자가 와서 화장실 한 쪽 벽면의 아랫부분을 뜯었고, 새는 곳을 시멘트로 발랐다. 물 새는 것은 막았지만, 그렇게 열린 벽 한쪽이 1년 반 동안 그렇게 있을 줄 그때는 몰랐다.


2022년 9월 27일 오전 9시. 기술자 2명이 와서 점검하더니 1명은 재료를 사러 가고, 다른 1명만 남아서 작업을 했다. 혼자서 약 6시간 정도의 작업 끝에 벽을 메우고, 새롭게 페인트 칠을 다 해서 화장실이 마침내 온전해졌다. 1년 반 동안 20명 가량의 사람과 전화를 했고, 사정을 설명했고, 약속을 잡았고, 8명 가량의 기술자가 우리 집에 와서 상태를 체크하고, 견적을 내고 갔다. 그렇게 견적 내고 가서는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질 않았다. 대부분 감감무소식으로 끝났다. 업체 및 건물주와 주고받은 메일은 족히 30통 이상안 될 것 같다.


파리 예술문화를 즐기는 값이라고 봐야 할까?  나라에 살려면  정도의 인내는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 세상살이에는 장단점이 있는 것일까? 한국이었다면  정도는 하루 이틀이면 업체와 약속 잡고, 기술자가 집에 와서 3시간 이내로 끝냈을  같다. 생각해보니 페인트 칠하는 것도 내가 보기에는 너무 느리게 작업하는  보였다. 페인트칠을 굳이 안해도 되는 곳까지 칠하고 계셨다. 심지어 화장실이 아닌 복도 벽도 페인트칠 하고 계셨다. 색깔을 맞추려고 하시는 건가 싶었는데, 회사에서 화장실 전체를 칠해라고 지침을 받았다고 했다.


세면대 아래 있는 벽면 한 켠이 1년 반 뚫려있었다. 드디어 공사 시작. 출처: 모니카


중간에 잠깐 문 밖으로 나가시더니 사과 한 알을 먹고 계셨다. 배가 고프신가보다 싶어서 집에 있는 물, 쥬스, 에너지바, 바나나 등을 드렸다. 드렸더니 좋아하시며 바로 드셨다.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으니 파키스탄에서 왔다고 했다. 그리스에 13년 동안 살았고, 최근 2년 전에 파리에 왔단다. 사촌이 자기 보스라고 했다. 그 보스라는 사촌은 프랑스 여자와 결혼해서 이곳에서 오랫동안 정착해서 살고 있다고 했다. 그리스가 너무 아름다우니 꼭 가보라고 하면서 몇 몇 도시를 알려줬다.  


'프랑스가 달라졌어요'라며 다소 빨라진 프랑스 디지털 행정에 놀란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언젠가 신랑이 내게 퀴즈를 냈다.

“스피드 반대말이 뭔지 알아?”

“몰라. 드피스?”

“프랑스”

‘!!!’


아무튼 이렇게 화장실 벽이 메워져서 다행이다. 늘 저곳에서 쥐라도 나오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1년 반 동안 쥐는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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