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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Oct 17. 2022

한국은 카카오 대란, 프랑스는 주유 대란

한국 뉴스는 온통 카카오톡이 되지 않아서 큰 혼란을 겪었다는 뉴스로 가득하다. 한국은 카카오톡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사실도 다시 한번 체감했을 것 같다. 반면 프랑스는 국민 앱이라는 것은 따로 없다. 와츠앱을 주로 쓰고, 한국만큼 메신저 활용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한국은 그야말로 카카오톡으로 결제도 하고, 배달도 하고, 카카오톡이 만능인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카카오톡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초연결 사회는 되려 겁이 난다. 마치 난로도, 인간 관계도 너무 가까우면 뜨거워 데듯이 현대 문물이 인간 개인의 삶에 너무 가까이 다가와서 깊숙이 파고드는 것이 나는 왠지 두렵다. 


프랑스도 최근 대란을 겪고 있다. 바로 주유소에 기름이 없다. 사람들은 차에 주유를 하기 위해 주유소에 가지만 기름이 없어서 되돌아온다. 몇몇 주유소에 기름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면 줄이 어마 무시하게 길다. 나도 목요일 아침에 옆 동네 주유소에 확인하러 갔는데 없거나 줄이 너무 길었다. 지인 S는 밤늦은 시간에 다른 옆 동네에 가서 차에 기름을 겨우 넣고 왔다고 했다. 


영업하지 않는 주유소도 있고, 영업중인 주유소는 아침부터 줄이 너무 길었다. 출처: 모니카


SNS에서는 사람들이 주유 전쟁을 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서로 기름을 넣으려다가 치고받고 싸우고 난리도 아니었다. 운전을 해서 먹고 살아가는 업을 가진 사람에게는 차가 움직이지 않는 것은 생계에 크나큰 타격일 것 같다. 신랑 회사에서 공지 사항이 내려왔다. 이번 주는 일주일 내내 집에서 근무하라는 내용이었다. 주유를 하지 못해서 차가 움직이지 않으니 출근하기 힘든 상황을 고려한 지침이었다.


그럼 이런 대란은 왜 일어났나? 한국의 카카오톡 대란은 배터리 방전으로 인한 데이터센터 화재라고 나왔다. 프랑스의 연료 대란은 3주째 이어지고 있는 정유 회사 파업 때문이다. 토탈 에너지, 엑손 모빌 등 정유사들이 임금 인상을 내세우며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측은 기록적인 인플레이션 및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에너지 회사가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는 근거를 바탕으로 임금을 최소 10%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자기들 이익 찾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의 삶까지 파고들어 피해를 입히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정유소 3곳 중 1곳은 기름이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무고한 시민들의 삶에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기들 밥그릇을 챙기겠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프랑스는 민주주의를 꽃피운 혁명의 국가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그래서 뜻대로  되면 '연대'라는 이름을 내걸고 민중 봉기라도 하듯 거리로 나와서 시위를 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권리,  주권을 찾겠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시위, 데모, 파업 등이 잦은 나라다. 그래. 민주주의 좋다. 자신의 권리 찾기 좋다. 하지만  권리도 타인의 삶에 피해를 주면서까지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이웃 L은 평소에도 늘 프랑스 정치 및 사회에 불만이 많았는데, 이번 사태로 더욱 이 나라가 싫다고 했다. 늘 입에 미친 프랑스를 달고 사는 L. 이번 주말에는 물가 인상 반대 시위가 파리에서 크게 열렸다. 경찰과 대치하는 등 분위기는 삼엄했다. 정유 파업이 다른 시위 및 파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어제와 그제, 주말 동안 LVMH에서는 특별한 행사를 준비했다. 14일부터 16일까지 Les Journée Particulière라는 이름으로 LVMH 아래에 있는 시계, 주얼리, 향수, 가방, 와인, 식품, 문화 공간 등 프랑스 및 해외에 있는 LVMH 모든 계열사를 대중에게 무료 오픈했다. 우리 가족은 15일 오전에는 루이뷔통 아뜰리에를 방문하기로 계획했다. 차로 우리 집에서 8분 정도면 도착하는 곳이다. 루이뷔통 아뜰리에는 각종 가방류를 작업하는 공방인데 이것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16일 오전에는 최근 새롭게 오픈한 파리에 위치한 디올 갤러리에 방문하기로 했다. 그런데 차에 기름이 거의 없기 때문에 15일, 16일 계획했던 곳 아무 곳에도 가지 못했다. 우리 가족은 차에 기름이 없는 관계로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주말에 지인 초대해서 식사하고, 근처 아끌리마따시옹 공원에 가서 놀고, 친구네 집에 또 놀러 가고 오는 등 우리 동네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했다.


손님 초대 점심을 준비하기 위해 한창 요리를 하고 있는데 간당간당했던 식용유가 급기야 똑 떨어졌다. 어쩜 우리 집 차에 있는 기름과 식용유에 남아 있는 기름 한 방울은 이리도 같은 상황일까...


"엄마 마트 가서 기름 금방 사 가지고 올게."하고 급히 나가려는데,

아이는 "엄마, 프랑스에 기름이 없다며? 근데 기름 있는 거야?"라고 했다.

"아! 차에도 기름이 필요하고, 음식 만드는데도 기름이 필요해."

"기름은 삶에 중요한 거구나."라고 아이는 말했다.


주말에 브런치도 작동을 하지 않았다. 2020년 3월부터 쓴 나의 글들이 보이지 않으니,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프랑스 삶의 기록들이 한순간에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브런치에 쓴 글들을 따로 백업시켜놔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싸이월드에 하나씩 담아내던 내 소중한 추억들과 사진들이 한순간에 없어진 것처럼 그렇게 될까 봐 겁이 났다.


초연결 사회에서는 카카오톡 연결이 안 돼도 일상생활이 멈추고, 현대인의 삶에 필수인 자동차가 움직이지 않아도 삶이 멈춘다. 카카오톡은 조속히 복구되고, 프랑스에는 기름이 다시 채워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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