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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Nov 21. 2022

스톡홀름 문화예술 탐방

현대 미술관, 바사 뮤지엄, 노르딕 뮤지엄, 스톡홀름 시립도서관

스톡홀름 현대미술관은 Skeppsholmen 섬에 위치해 있다. 섬과 섬이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서 호텔에서 뮤지엄까지 걸어갔다. 현대 미술관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꽤 내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들이 있었다. 상설과 특별전시로 이뤄져 있으며, 상설은 무료이다. 상설 전시에는 전쟁과 관련한 작품들이 있었다. 세계 대전과 관련한 참혹한 현장 등을 작품으로 승화했는데, 현재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상설 전시 작품이 더욱 내 마음에 와닿았다.


현대 미술관 입구 전경. 전쟁의 참상에 대한 작품이 많이 있다. 출처: 모니카


미술관 내부 시설도 북유럽 디자인 느낌이 강했다. 단순하고 심플하며 원목이 많았다. 곳곳에 사람들이 편히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많았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미술관은 따뜻한 느낌을 유지하고 있었다. 


현대 미술관 내부 곳곳에는 서적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원목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따뜻하고 은은한 느낌을 준다. 출처: 모니카


레바논 출신 예술가 Mona Hatoum의 HOME이라는 제목의 작품이 가장 내 마음에 와닿았다. 설치 예술가인 그녀는 온갖 주방 도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프라이팬, 냄비, 국자 등등. 그리고 그 앞에는 마치 전기가 나는 것처럼 지지직 소리와 함께 전깃줄에 불이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을 줘서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도록 막아뒀다. 실제 전깃줄일까 한번 만져보고 싶었지만 감전될까 봐 차마 만지지는 못했다. 사람들은 다들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유심히 그 안을 바라봤다. 그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리드미컬하게 빛을 내는 전류는 각 주방 도구마다 전구를 켜고 끄는 역할을 한다. 관객들은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상황에서 한 발 떨어져 있다. 이는 요리하는 과정은 칼 또는 불로 인해 다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작품 제목이 가정 또는 집이라는 의미를 가진 '홈'이다. 왜 이런 이름을 지었을까? 그녀는 집이라는 공간은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여성이 결혼을 준비하기 위해 요리를 배우도록 억압받는 환경에 놓인다고 여성이 결혼이란 제도에 들어감으로써 부여받는 역할에 대한 생각을 내비쳤다.


Home이라는 제목의 설치 미술 작품. 작품 중에서 가장 내 시선을 사로잡고 사색에 잠겼던 작품. 출처: 모니카


집, 잠재성, 요리, 여성 이런 단어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한다. 집이라는 공간은 한 생명체가 자라나는 공간이다. 한 생명체의 잠재력이 충분히 발현될 수 있는 공간이다. 한마디로 가정이란 어마 무시한 공간이다. 또한 이런 집이라는 공간에서 요리는 빠질 수 없다. 생명체를 먹이고 생존을 가능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결혼을 하면서 요리라는 세계에 자의든 타의든 들어가게 된다. 아무리 외식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이가 생기면 외식을 많이 할 수 없으리라. 아이에게는 엄마의 요리가 필수적이다. 여성들은 아이를,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요리라는 것을 하게 된다. 


요리에 요자도 모르던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잘은 못하지만 어쨌든 삼시세끼 집밥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매끼를 준비할 때마다 힘이 들면서도 이것이 내게 부여받은 역할이란 생각으로 어쨌든 하고 있다. 주방 도구 설치 예술을 보면서 나는 잠시 내 집 주방에 있는 내 모습을 그려본다. 천근만근 몸을 이끌고 인덕션 전원에 손가락를 올린다. 냉장고에는 뭐가 있나 살피며 있는 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창조한다. 그렇게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남자 둘의 뒤통수를 보면서 '그래. 특별할 건 없지만 그래도 내가 만든 음식이 밖에 식당 음식보다 깨끗하고, 저염식이며, 무가당이며, 건강에도 좋지... 하면서 스스로 위안을 삼아본다. 


여자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본다. 집, 아이, 요리... 왠지 모르게 그녀의 작품과 작품 설명을 보면서 내 상황과 많이 비슷한 거 같아서 작품에 더욱 이입됐다. 레바논 출신인 그녀는 현재 런던에 거주하고 있지만 자신을 유목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국 출신인 나도 현재 프랑스에 살고 있지만 유목민, 이방인이라고 생각한다. 


상설 전시를 다 보고 난 뒤, 지하에 내려갔다. 지하에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잘 마련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책을 읽는 공간 및 그림을 그리는 아뜰리에가 있다. 무료이며 현장에서 참여도 가능한 것 같았다. 20명 정도 되는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만들기 등을 하고 있었다.


현대 미술관에 있는 아이들 독서 공간 및 아뜰리에 실. 아이들에게 문화예술적으로 매우 개방적이고, 친화적이다. 출처: 모니카




바사 뮤지엄(스웨덴어: Vasamuseet)은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해양 박물관이다. Djurgården 섬에 위치한 이 박물관은 1628년 처녀항해에서 침몰한 64문 함포를 탑재한 전함 Vasa를 인양한 거의 온전한 유일한 17세기 선박을 전시하고 있다. Vasa 뮤지엄은 1990년에 개관했으며, 공식적으로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많이 방문한 박물관이라고 집계된다.


호텔 직원한테 뮤지엄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다른 곳은 개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있지만 바사 뮤지엄만큼은 꼭 가볼 것을 추천했다. 아무래도 이 나라가 바이킹의 후예이고,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속해 있으며, 섬과 물이 가득한 나라이기 때문에 배가 빠질 수 없다. 도시를 다닐 때에도 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만큼 이 나라에서 태어나면 물과 배는 매우 친숙할 것 같다. 그만큼 배가 중요한 이동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배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자연스레 알고 싶어질 것 같다. 


바사 뮤지엄 내부 모습. 사진에 전체 모습을 다 담기 힘들 정도로 실제 배는 매우 컸다. 출처: 모니카


바사 뮤지엄에는 실제 배가 뮤지엄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 출항했다가 출항한 지 몇 분도 되지 않아 배가 바로 물아래 가라앉았다는 바로 그 배이다. 다행히 바로 가라앉아서 사망자는 없었으며, 배도 끌어올렸다고 한다. 그래서 이 배는 더욱 유명해졌다. 현장에는 영어 투어 가이드가 진행되고 있고, 무료로 참여 가능하다. 나는 투어 가이드를 통해 이 배가 가라앉은 이유를 알았다. 가이드의 질문에 사람들은 사람들이 많이 타서, 무거워서, 너무 커서 등등 답이 쏟아져 나왔다. 기술적인 것까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배의 높이 넓이 등에 비해 폭이 좁았던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고 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도 잘 되어 있었다. 바사 뮤지엄에 있는 배와 관련된 이야기를 만화 영화로 만들어서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놨다. 관련 동화책도 있어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배 안의 모습을 그대로 구현해놓은 곳도 있고, 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가볼 만하다.




노르딕 뮤지엄은 바사 뮤지엄 가는 길에 있다. 바사 뮤지엄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스웨덴 역사 및 문화에 대해 시대별로 잘 정리해놓은 뮤지엄이다.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현장에서 신청하면 바로 참여 가능하다. 어디를 가나 아이들을 위한 공간, 프로그램이 늘 마련되어 있는 스톡홀름 뮤지엄이다. 아이들에게 친화적임을 알 수 있다. 


노르딕 뮤지엄 외관. 노르딕 뮤지엄 내부 전경. 구스타프 1세 바사(1496-1560) 왕 조각상. 출처: 모니카


상설전시와 특별전시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별전시 유료이며, 파리 패션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파리 패션 전시를 둘러봤다. 노르딕 뮤지엄도 그렇고 국립 미술관도 그렇고 프랑스, 파리 문화예술과 관련한 전시를 많이 하고 있다. 


노르딕 뮤지엄 특별 전시중인 파리 패션. 스웨덴 사람들의 전통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출처: 모니카




스톡홀름 시립도서관은 세계에서 가장 예쁜 도서관 중 하나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원형 중앙홀 전체가 책으로 가득하다. 가운데에서는 사람들이 각자 공부를 하고 있다. 어린이 및 청소년 도서관이 각각 따로 마련되어 있다. 지금까지 뮤지엄을 갈 때마다 스톡홀름은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만큼 책을 읽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몸에 베여 있다. 도서관 안에 있는 아이들 도서관도 스웨덴어와 영어로 매우 잘 구성되어 있다. 책을 읽는 아이들이 많이 있다. 


세계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스톡홀름 시립도서관. 청소년 단독 룸도 있다. 출처: 모니카


이케아의 나라인 만큼 각종 뮤지엄에는 디자인 및 건축에 대한 컬렉션이 빠지지 않으며 디자인 및 인테리어 관련 샵도 길거리 곳곳에 많다. 11월 초, 해가 오후 3시 반 정도에 지기 시작하더니 오후 4시가 되니 이미 세상은 어두컴컴해졌다. 이처럼 해가 빨리 지다 보니 스웨덴 사람들은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자연스레 실내를 안락하고 쾌적하게 꾸미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실내 가구 장식 및 디자인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스웨덴의 기후 및 지리 환경적 요소가 이 나라를 가구 및 인테리어 디자인 강국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이케아에 들어서니 많은 사람들이 곧 다가오는 성탄절을 위해 다양한 실내 장식품을 설레는 마음으로 고르고 있었다.


디자인 강국 답게 실내 디자인 가구 인테리어 샵이 매우 많다. 출처: 모니카


스톡홀름 이케아. 성탄절 관련 상품으로 가득하다. 출처: 모니카


스톡홀름 야외 마켓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마침 금요일 저녁이라  끝나고  한잔 하는 직장인도 많이 보였다. 미트볼을 포장해달라고 했다. 현장에서 분위기에 젖어 같이 먹으면 좋지만, 아이도 있고, 피곤해서 호텔에서 먹는 게 좋을  같았다. 홍콩 요리점에서 만찬을 즐길까 싶다가도 피곤해서 다양한 음식을 주문해서 포장해서 가져가기로 했다. 이곳 식당들의 공통점은 주로 양초를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다. 테이블마다 양초를 켜놓고, 실내가 좋게 말하면 은은하고, 조금 부정적으로 말하자면 어두침침한 분위기가 많은 듯했다. 우리 가족은 스웨덴 현지 음식과 홍콩 요리를 호텔방에서 편안하게 먹으며 여행 마지막  저녁을 마무리했다. 잊지 못할 아이와 함께 한 스톡홀름 여행이다.


연어, 미트볼 등 신선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야외 재래 마켓. 깔끔하고 세련됐다. 출처: 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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