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낮은 곳에 계시는 교장 선생님

매일 아침 교문 앞에 서 계시는 그 분

by 모니카

아이는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합쳐져 있는 현재 학교를 2년 넘게 다니고 있다. 매일 아침 등굣길에 늘 보는 얼굴이 있었으니 바로 교장 선생님. 흰머리 희끗하신 이 분이 처음에는 교장 선생님이 아닌 줄 알았다. 왜냐하면 늘 똑같은 허름한 작업복 차림이셨기 때문이다. 2년 동안 단 한 번도 양복을 입고 계신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당연히 넥타이를 맨 모습을 본 적도 없다. 또한, 아침 등굣길 교문 앞에 서서 학부모와 아이들을 일일이 인사하며 맞아주실 뿐 아니라, 학교 운동장 곳곳에서도 자주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대게 교장 선생님 하면 넓고 좋은 교장실에 넥타이 매고 근엄하게 앉아계셔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이 분이 교장 선생님인 줄 몰랐다.


프랑스 유치원에 다니는 동안 입학식과 졸업식이 없었다. 그래서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도 들어본 적이 없다. 올해 9월 1일,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그때도 입학식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장 선생님은 늘 바빠 보였다. 이리저리 총총걸음으로 학교 구석구석을 돌아다니셨다. 대체 이곳 교장 선생님은 어떤 일을 하실까? 얼핏 보면 학교 건물 관리인 같다. 각종 연장을 들고 여기저기 수리하러 다니기도 하신다. 학교 전체 공지 사항을 전체 메일로 가끔 보내실 때가 있긴 하다.


교장실은 학교 건물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해있다. 나의 어릴 적 초등학교 때 교장실은 2~3층 정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교장실은 대게 엄한 곳이라는 인상이 있다. 선생님들 회의하고, 문제가 있을 시 학부모 및 학생이 교장 선생님을 만나야 하고... 그런 이미지가 그려진다. 하지만 이곳은 교장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다. 아니 초라하다. 작은 방 한 칸이다. 책상 앞에 작은 의자 2~3개가 고작이다. 책상도 TV에 나오는 그런 회장님 같은 책상이 아닌 지극히 일반적이고 크지 않은 나무 책상이다. 교문에 들어서면 바로 오른쪽에 교장 선생님 방이 있다. 이곳 기준으로 0층, 한국 기준으로 1층이다. 누구든 쉽게 교장 선생님을 만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학교에는 선생님들 교무실이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 교무실이란 게 없다. 그저 수다를 떨 수 있는 휴식 공간 하나 있는 게 전부다.


나는 프랑스 교장 선생님은 대체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위치에 있는지, 교사와의 관계는 어떤지 등 궁금한 것이 많아서 교장 선생님께 인터뷰 요청을 했다. 교장 선생님은 흔쾌히 내 요청을 승낙하셨고, 12월 5일 아침 8시 45분(현지시각)에 교장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이 날 아침에도 어김없이 교장 선생님은 교문 앞에 서 계셨다. 그러더니 교장 선생님 방으로 들어가셨고, 나는 조금 기다렸다가 시간이 될 때 들어가려고 방 앞에 몰래 조용히 서 있었다. 교장 선생님 방 앞은 좁은 복도였고, 학생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교장 선생님 방 옆에는 심리상담방이 있었다. 학생 중에서 심리 상담이 필요한 학생들은 이곳을 찾나 보다. 43분 즈음에 교장 선생님 방으로 들어갔고, 인사를 드렸다. 끌뤼스 교장 선생님은 시골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상으로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나: 먼저, 바쁘실 텐데 이렇게 제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승낙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이가 2년 동안 이곳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데요, 늘 아침 등굣길에 교장 선생님께서 서 계시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왜 서 계시는지 궁금했고, 더불어 교장 선생님은 어떤 일을 하시는지 궁금해졌어요. 이곳은 교장 선생님과 교사의 관계가 수평적이더라고요. 이 또한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한국은 안 그렇거든요. 또한 저는 한국인으로서 프랑스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한국인의 눈으로 볼 때 한국 교육과 프랑스 교육은 다른 점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것저것 여쭤보고 싶은 것도 있고요. 아무튼 시간 내어 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교장 선생님: 제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저도 기분이 좋아요.


교장 선생님/아침마다 교문에서 학부모와 아이들을 직접 맞이하신다/교장실 앞 좁은 복도. 나가면 바로 운동장이다. 출처: 모니카



나: 교장 선생님은 왜 매일 아침 입구에 서 계세요?


교장 선생님: 의무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교장 선생님들은 그렇게 하는 편입니다. 매일 학부모 및 아이들 얼굴을 보기 위해서지요. 물론 나쁜 사람이 들어오지 않나 확인하는 것도 있습니다. 이렇게 서 있으면 학부모들이 조금 더 편안하게 내게 말을 걸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직접 얼굴을 보고 답을 해줄 수 있지요.


나: 그럼 아침에 교장 선생님께 말을 거는 학부모들이 많나요?


교장 선생님: 아침에 나에게 말을 거는 학부모는 많지 않네요. 어떤 것이든 환영하는데 별로 없는 것을 보면 문제가 많이 않나 봅니다. 하하. 대신 이메일 및 전화로 질문을 하는 학부모는 많은 편입니다.


나: 교장 선생님은 교사와 비교적 동등한 위치에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런가요?


교장 선생님: 우선 교육 조직 체계를 알려드릴게요. 교육부 밑에 아카데미 총장이 있습니다. 그 밑에 오드센 주의 아카데미 디렉터가 있어요. 그 아래 뇌이쉬르센 교육감이 있어요. 교육 감찰관이지요. 그리고 그 밑에 교장과 선생님이 있어요. 그런데 교장 밑에 교사가 아니고 교장과 교사는 동등한 위치에 있지요. 그래서 교사에 대한 지도 감독 관리 권한이 없어요. 저는 교사의 상사가 아니지요.


나: 그러면 교장으로서 학교를 이끌어가는데 힘든 점이 많으실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문제 교사가 있을 경우 어떻게 하나요?


교장 선생님: 나의 상사인 교육감에게 알립니다. 그러면 교육감이 와서 징계를 하지요. 쉽지는 않습니다. 교사들을 감독 관리하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교장으로서 학교 운영에 힘든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2021년 12월 법안을 만들었어요. Rilhac이라는 법안인데 교장에게 교사에 대한 어느 정도 권한을 부여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아직 처리 중이며 언제 발효될지 모르겠네요. 비록 힘든 점은 있지만 저도 교사를 오랫동안 경험했기 때문에 교사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어요. 저는 현재 위치에 만족하며 일하고 있어요.


나: 그럼 교장 선생님의 역할을 무엇인가요?


교장 선생님: 우선 학생 입학 등록 관련 일을 합니다. 매년 신학기 학생을 등록시키는 일을 하지요. 두 번째는 학교 행정 관련 업무를 처리합니다. 학교 단체 공지 사항을 알리고, 학교 행사를 준비하지요. 아시다시피 며칠 전 학교 크리스마스 마켓 준비로 많이 바빴지요. 마지막으로 교장은 학교 건물 및 시설 유지 및 보수하는데 힘씁니다. 학교 건물은 시청 소유인데 이를 잘 관리해야 합니다. 전등이 나갔거나 물이 새거나 하면 수리해야 하지요. 학교 시설을 관리 감독합니다.


나: 교장 선생님은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인가요?


교장 선생님: 저는 교직 생활을 총 48년 동안 했어요. 현재 학교에서는 13년 째 근무하고 있지요. 우선, 교사 경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교육감과 인터뷰를 한 뒤 평가를 통해 교장이 될 수 있어요. 교직 생활을 오래 했고, 이 일에 사명감 및 긍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 교장 선생님이 되고 싶어 하는 교사들이 많나요?


교장 선생님: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봉급도 높지 않은 편이고, 잔업 및 행정 업무 등 할 것은 많고, 교사과 평등한 관계라는 점이 매력적이지 않아서 인기가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나: 학교 평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뛰어난 아이가 있다면?


교장 선생님: 프랑스는 대체적으로 평등 교육을 지향합니다. 파리 학교나 지방 소도시 학교나 똑같은 교육을 제공하려 합니다. 뛰어난 아이가 있으면 월반을 하기도 하지만 놀림을 받거나 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도 있기 때문에 월반을 쉽게 허락하지는 않아요.


나: 프랑스가 전반적으로 학업 성취도 면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하향 평준화를 우려하는 뉴스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에 어떻게 생각하세요?


교장 선생님: PISA에서 실시하는 학업 평가에 대해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각 나라마다 다른 교육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평가 결과만을 보고 그 나라의 학업 성취도 수준을 평가하는 것을 옳지 않다고 봅니다. 가량 평가지는 주로 객관식입니다. 하지만 프랑스 교육은 주관식이 많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글로 표현하고 토론하며 심지어 수학 문제도 글로 표현하고 틀린 것도 글로 쓸 줄 알아야 합니다. 토론식 수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프랑스 교육 체계에서는 일괄적이 객관식 문제에 대한 결과를 가지고 프랑스 학업 성취도 수준이 단순히 낮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프랑스 교육은 아이들이 프랑스 시민으로 자라나기 위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교육을 어릴 적부터 지향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초등학교는 공부보다는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스포츠를 많이 하고, 만들기 그림 그리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려 합니다. 단지, 아쉬운 점은 영어에 대한 교육이 부족한 점입니다. 이는 역사적으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는데요, 과거 프랑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국가였던 적이 있고, 많은 나라들을 식민지화하면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국가들이 많습니다. 여전히 아프리카 등 다양한 나라에서는 프랑스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어를 더욱 많이 퍼트리려고 노력했고, 국제기구 및 외교 문서에 프랑스어가 공식 언어이기도 하죠.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은 영어 교육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죠. 하지만 지금은 영어가 대세이죠. 이를 인정하고 아이들에게 영어 교육을 더욱 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과 비즈니스를 하고, 상호 교류하기 위해서는 영어가 필요하지요. 중국어 등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외국어 교육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 것이 조금 아쉽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 수요일에는 왜 학교가 문을 닫나요?


교장 선생님: 이것 또한 과거로 돌아가는데요, 옛날에는 토요일에도 학교에 갔어요. 그렇다 목요일에 학교가 문을 닫기로 했어요. 그렇다가 목요일에서 수요일로 요일을 옮겼어요. 이곳 학부모들은 수요일에는 아이들 공부를 시키지 말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어요. 그런 것도 반영이 됐습니다.


나: 놀랍네요. 대게 한국 학부모들 같았으면 아이들이 공부를 더 많이 했으면 하는데 되려 공부를 많이 하지 않으면 좋겠다니요.


교장 선생님: 중고등학교에 가면 공부를 많이 하게 하지만, 초등학생 때에는 앉아서 하는 공부보다는 다양한 활동, 특히 예체능을 많이 했으면 하는 마음이 크죠. 그래서 수요일마다 아이들은 수요 학교에서 각종 문화 활동을 하기도 하고, 또는 스포츠 및 음악을 배우기도 하고요. 또한 우리 교사들도 수요일에는 재충전을 하며 뮤지엄을 방문하는 등 각종 문화생활을 합니다. 또는 시청에서 하는 교사 회의 등에도 참석하고요. 아이들, 학부모, 교사들이 모두 만족스럽지요.


나: 한국은 교권이 많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교사들을 존중하지 않는 학부모 및 학생들로 인해 교사들이 회의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프랑스는 어떤가요?


교장 선생님: 세계적인 추세라고 생각됩니다. 옛날에 비해 교권이 떨어지고 있긴 하지요. 하지만 저희 학교의 경우에는 학부모들이 학교 방침에 잘 따라주고 비교적 협조적인 편입니다.


나: 학부모가 학교에 불만 사항을 많이 제기된다거나, 소위 악성 학부모는 없나요?


교장 선생님: 매년 1~2건 정도, 화가 많이 난 학부모를 진정시키기 위해 변호사 또는 경찰을 부릅니다.


나: 그렇군요. 교장 선생님, 오늘 긴 말씀 감사합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시간을 내어주시고 제 질문에 친절하고 상세하게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은 어릴 적부터 과도한 사교육 및 경쟁으로 아이들이 스트레스가 많은 편인데, 이곳 아이들은 어린 시절을 공부 스트레스 없이 자유롭고 즐겁게 보내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 교육에서 배울 점이 있네요. 한국은 교육시키는데 돈도 많이 들고,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예요.


교장 선생님: 한국은 아이들 키우는데 돈이 많이 들군요. 이곳은 학교 다니는데 돈이 많이 들지는 않죠. 그것도 참 좋은 점이예요. 한국이 저출산이군요. 그럼 노인 인구가 많겠네요?


나: 네, 고령화 사회이며, 아이들을 안 낳거나 1명만 낳거나 해요. 그렇고 보니 저도 1명이네요. 하하. 한국은 3명이면 다둥이라고 하는데, 이곳 프랑스에는 3명, 4명인 가정이 흔한 것을 보고 많이 놀랬어요.


교장 선생님: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요. 저도 오늘 모니카 씨와 저의 직업에 대해,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서 즐거웠습니다.


나의 어릴 적 교장 선생님은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는, 훈화 말씀에만 등장하는, 무슨 행사를 할때 테이프 커팅식에만 등장하는 그런 근엄하고 엄한 분이셨다. 그런데 이곳 교장 선생님은 학부모도 아이들도 언제든 쉽게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근한 분이셨다. 심지어 이곳은 아이들이 교사 및 교장 선생님을 선생님 교장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이름을 부른다. 예를 들어, 마담 oo, 무슈 oo. 우리 아이도 무슈 oo가 오늘 어쩌고 저쩌고 얘기를 종종 한다. 호칭에서부터 이미 평등하고 대등한 관계이다.


교장 선생님과 교사와의 관계가 수평적이다. 교장 선생님은 교사의 상사가 아닌 동등한 위치이며, 교사를 관리 감독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교장 선생님한테는 일을 하시는데 다소 힘들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장 선생님은 해맑게 웃으시며 48년간 해 온 이 일이 좋다면서 자신의 직업에 대해 만족하고, 자랑스럽고, 뿌듯하게 여기며, 사명감을 갖고 낮은 자세로 묵묵히 일하고 계셨다. 교장 선생님 의자 바로 뒤에 나무로 만든 긴 빗자루가 놓여 있었다. 이 빗자루로 학교 마당을 쓰시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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