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마켓
12월 2일 오후 6시(현지시각),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렸다. 학교 수업 및 방과 후 수업이 다 끝나는 시간이었다. 주최는 교장 선생님 및 모든 교사들이며, 학부모 몇몇도 자원봉사를 했다. 학교 건물 로비에서 했는데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유치원 및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옷을 입고 가판대에서 물건을 팔고 있었다.
유럽에는 크리스마스 마켓(프랑스어로는 막쉐드노엘, Marché de Noël)이 12월 초부터 한 달 내내 열리는데, 이때 지역 특산품이라던지 각종 먹거리, 수공예품 등을 판매한다. 지역 소상공인들을 지원해주는 차원이기도 한 것 같다. 주로 어떤 물건을 파는지 보면 수제 초콜릿, 뱅쇼, 치즈, 샌드위치, 소시지 등의 먹거리와 각종 주얼리, 가방, 모자, 수제 장식품, 목도리, 장갑, 지갑 등등 선물하기 좋은 아이템들을 판매한다.
이날 학교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아이들이 만든 각종 장식품이 올라왔다. 수제 카드, 수제 트리, 수제 오나먼트 등 모두 아이들이 만든 수공예품이었다. 이 수공예품은 세상에 단 하나뿐이다. 아이는 자기가 만든 솔방울 트리 쪽으로 가더니 이것을 사겠다고 했다. 가격은 1~3유로 정도 책정되어 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만든 장식품을 구매했다.
11월 중순쯤, 학교에서 솔방울을 가져오라고 했다. 집 옆이 바로 볼로뉴숲이기 때문에 걷다 보면 땅에 떨어진 솔방울이 많다. 몇 개 주워서 비닐백에 넣어서 학교에 가져갔다. 알고 보니 솔방울로 미니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던 것이다. 사람들 발에 치여 부스러질 운명의 갈색 솔방울이 멋지게 재탄생되었다. 초록색 물감으로 색칠을 하고, 그 위에 솜을 붙이고, 작은 전구를 칭칭 둘렀다. 근사한 트리가 완성되었다. 집에 가져와서 12월 내내 우리 집을 밝혀주고 있다.
프랑스는 이렇게 소소하게 크리스마스 마켓을 다 함께 즐긴다. 값이 비싸고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품이 아닌 우리 어린이들이 직접 고사리 손으로 한 땀 한 땀 공들여 만든 각종 장식품만으로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밝게 빛이 났다.
프랑스에서는 요구르트통, 아이스크림 막대, 와인 코르크, 생수 병뚜껑 등 각종 재활용품으로 만들기를 많이 한다. 재활용에 앞장서는 분위기다. 꼭 돈을 주고 산 멋진 재료가 아닌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자칫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운명의 재료들이 우리 아이들의 손을 거쳐 세상에 둘도 없는 단 하나뿐인 멋진 예술 작품으로 환생한다. 지구 환경도 살리고, 돈도 안 들고, 창조적인 활동을 하고 일석삼조다.
겉으로 알려진 프랑스 파리는 화려한 이미지가 있다. 샤넬, 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의 본고장이기도 하고, 미슐랭, 고급 와인 및 치즈, 패션 등 각종 매스컴에서 파리를 화려하게 마케팅하는 것도 한몫한다. 물론, 라파예트 및 쁘랭땅 백화점 크리스마스 장식은 화려하다. 명품 거리 및 샹젤리제도 화려하다. 하지만 프랑스에 살면 살수록 이 나라는 의외로 소박함을 즐기는 문화도 있는 것을 체험하고 있다. 화려하게 데코레이션 하는 것이 아닌, 비싸야 좋은 것이 아닌, 그저 뱅쇼 한 잔 들고 서서 이야기 나누고, 아이들이 만든 장식품으로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온종일 반짝반짝 빛이 나는 그런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