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디지털 교육
최근 교육부 장관의 발표를 봤다. 초등학교에 디지털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댓글을 보니 안 그래도 스마트폰과의 전쟁인데 아이들이 학교에서도 디지털을 접해야 하는 것이냐며 원성이 많았다. 디지털 기기로 인해 아이들 눈이 다 나빠지고 있다며 모두 안경 끼게 생겼다는 댓글도 많았다. 발표 내용에는 초등학교에 학생 1명당 아이패드 1대를 설치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4차 산업에 발맞춰 디지털 교육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고작 만 6~7세 아이들인데 디지털 기기를 접하다 보면 부작용도 있지 않을까?
프랑스 초등학교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연필로 알파벳을 꼭꼭 눌러쓰고 있다. 대문자 소문자를 구별해야 하고, 필기체로 적어야 한다. 갖가지 색연필로 알파벳 색깔을 구별해서 적는다. 읽기라고 적힌 보라색 노트가 있는데, 선생님이 나눠준 종이쪽지를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 노트에 풀로 붙인다. 그래서 필통에는 늘 풀이 2개씩 들어 있어야 한다. 나눠준 수많은 종이쪽지를 매일 노트에 붙여야 하기 때문에 풀이 많이 사용된다. 풀은 늘 집에 상비약처럼 구비해 둔다. 초등학교 1학년 고사리 손으로 붙인 종이는 모서리에 풀이 덜 발려서 끝이 너덜너덜하다. 그래도 스스로 정성스레 붙인 종이라고 소중하게 다루며 보고 또 본다.
매주 시 한 편씩 배우는데 시도 선생님이 칠판에 적으면 아이들이 연필을 들고 일일이 필기체로 받아 적는다. 손으로 쓴 시 한 편을 집에서 읽고 또 읽는다. 매일 산수 숙제를 내주는데, 산수 숙제도 종이로 나눠줘서 그것을 초록색 노트에 붙인다. 풀로 붙인 종이에 적혀 있는 산수 숙제를 연필로 푼다. 어떻게 보면 산수 문제를 푸는 것보다 종이를 받아서 풀로 붙이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하고 있다. 매일 내주는 숙제도 선생님이 칠판에 쓰시면 그것을 아이들이 일일이 연필로 받아 적는다.
디지털로 하면 손을 사용하지 않고 그냥 한 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숙제를 사진으로 찍으면 1초 만에 숙제 내용을 편리하고 빠르게 곧바로 화면에 담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만 6~7세 초등학교 1학년들은 이렇게 쓰기 연습이 필요하다고 본다. 손으로 자꾸 스스로 쓰는 연습을 해봐야 숫자와 글자가 자연스럽게 내 몸에 베이게 된다. 매일 날짜를 적고, 숙제를 일일이 적는 그 과정이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다. 집중력도 기르고, 손가락 잔근육도 발달된다.
학교에서 만들기를 할 때면 재활용품을 많이 이용한다. 한 번은 솔방울을 가져오라고 했고, 또 한 번은 와인 코르크 마개를 가져오라고 했다. 이것을 가지고 만들기를 한다. 유치원 때에는 생수병뚜껑을 많이 가져오라고 했다. 생수병뚜껑으로 수제 게임기를 만들었다. 생각보다 근사했고, 한동안 우리 가족은 유치원에서 만든 수제 수동 게임을 가지고 놀았다.
방과 후 활동 또는 수요 학교에서는 자유 시간이 주어지면 아이들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린다. 아이패드도 아니고, 멋진 스케치북도 아니다. 요즘 어린아이들도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린다는데 이곳 초등학교는 언감생심이다. 비록 그림 도구가 화려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아이들은 즐겁게 그림을 그린다. 그저 A4 이면지에다 자기가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그린다.
매일 아이는 양쪽 호주머니에 꼬깃꼬깃 여러 번 접은 딱지처럼 생긴 종이를 집에 오면 한 아름 풀어낸다.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꾹꾹 눌러 작게 만든 종이를 펼치기 전에 눈을 감으라고 한다. 눈을 뜨라고 할 때 뜨면 아이는 자기가 그린 그림을 일일이 설명한다. 종이는 사이즈가 제각각이고 종이도 질이 그다지 좋지 않은 얇은 이면지다. 그러나 아이는 자기 만의 상상력을 펼쳐가며 독창성 있게 생각하는 바를 그림으로 풀어냈다. 나는 이것을 버리지 않고 늘 모아둔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경험하면서 이 나라는 아날로그의 끝판왕이라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어떻게 보면 비효율적인 것 같기도 하다. 현대 기술을 이용해서 시간을 절약하고 하나라도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것을 굳이 손으로 일일이 써가며, 붙여가며, 오려가며, 만들어가며 하는 시간이 많다. 하지만 이렇게 손으로 직접 쓰고, 붙이고, 만들고 하는 시간이 결코 낭비하는 시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 장인정신이 담긴 명품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닐 것이다. 일일이 손으로 한 땀 한 땀 공들여 만들었기에 명품이 빛을 발하듯 프랑스 초등학교 아이들도 연필 끝의 검고 뭉툭한 석탄이 나무로 만든 종이에 닿으면서 스삭스삭하는 그 느낌을 손끝에서 직접 느끼면서 알파벳을 익히고, 단어를 익히고, 마침내 멋진 문장이 창조된다.
디지털 교육이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어린 초등학생들에게 아직은 아날로그 스타일의 교육이 정서를 안정시키고, 창의력을 계발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그래도 아직은 아날로그 감성을 유지하려는 프랑스가 나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