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수영 수업

물과 친해지는 것부터

by 모니카

초등학교 입학해서 첫 두 달가량은 외부에서 유도 강사가 학교에 와서 일주일에 한 번 유도 수업을 이끌었다. 아이는 학교에서 유도 수업이 재밌다며 집에서 유도 시연을 했다. 유도 수업이 끝나더니 조금 있다가 수영 강습을 한다고 했다. 9주 동안 진행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이렇게 추운 겨울에 수영이라고? 그리고 수영이라고 하면 나 어릴 적만 해도 수영장에서 하는 수업을 끊어서 다녔지 학교에서 수영 수업을 하는 것은 없었다. 공교육에서 체육 수업을 다양하게 많이 하는 프랑스이다. 프랑스 초등학생들은 운동을 많이 한다.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는 테니스 수업도 한 달가량 진행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수영 수업이 진행되며, 장소는 시립 수영장이다. 뇌이쉬르센에 있는 시립 수영장으로 시설이 매우 좋다. 수질도 깨끗한 편이고, 안전 요원도 많이 있다. 아이는 수영을 배운 적이 없다. 혹여나 물에 빠져서 사고가 나면 어떡하지 걱정부터 앞섰다. 학교에서 버스를 타고 가서 옷을 스스로 갈아입고, 수영을 하고, 샤워를 하고, 다시 버스를 타고 온단다. 다행히 학교 측에서 자원 봉사자 학부모를 모집했다. 선착순이라길래 얼른 신청을 했다. 총 9명의 엄마가 신청을 했다. 처음에는 4명 정도만 가능하다고 했는데 선생님은 모든 엄마를 다 함께 데리고 가겠다고 했다.


엄마들은 목요일 오후 1시 40분쯤 학교 정문에 모였다. 5명 정도가 유대인이었다. 유대인 출신 엄마들은 아이 교육열이 높은 편이다. 일을 안 하는 엄마도 있고, 일을 해도 시간을 내어 나오는 엄마도 있었다. 내 주변 유대인 엄마들은 자기 일을 하면서도 아이 일에 적극적인 편이다. 그 외 다양한 국적 출신 엄마들이었다. 딸 엄마들은 여자 탈의실, 아들 엄마들은 아들 탈의실에 가라고 했는데, 아들 엄마는 3명이었다. 아이들은 에너지가 넘쳤다. 개구쟁이들이 많았다. 나는 아이 단짝인 E, I, V가 옷 갈아입는 것을 챙기면서 대화를 했다. 그러자 I가 우진이의 통통한 볼을 만지면서 "아줌마, 저는 우진이 통통한 볼이 너무 좋아요."라고 말하는데 너무 귀여웠다. 비록 아이들 챙기느라 에너지 소진이 크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다른 여러 아이들을 관찰할 수 있고, 우진이와 친한 아이들이 누구이며, 어떤지 볼 수 있는 시간은 무척 값지다고 생각한다. 이 맘 때쯤 아이들은 발달 사항이 어떻하며, 어떤 특징들이 있으며, 아이들 마다 각기 다른 성향과 특성을 관찰하는 것도 꽤나 재미있다.


수영은 45분 동안 진행되었다. 첫날은 가볍게 몸풀기 식으로 하더니, 둘째 날 수업부터는 갑자기 성인 수영 코너로 아이들을 데려가더니 그대로 아이들보고 물에 들어가라고 했다. 심지어 구명 조끼도 없다. 수영 못하는 아이들을 그냥 맨몸으로 3미터 조금 넘는 수심에 모조리 집어 넣었다. 나는 옆에 있는 엄마한테 "와우! 프랑스 스타일 너무 터프한거 아녜요?"라고 했다. 성인 수영장 깊이는 무려 3미터가 넘는다. 이전에 그곳에서 수영을 한 경험이 있는데 처음에 생각지도 못한 깊은 수심에 완전히 압도당해 심장이 벌렁거린 적이 있다. 한국에서 실내 수영장을 여러 군데 많이 다녀봤지만 이렇게 깊은 수심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제일 깊은 수심에다 수영 완전 초보 아이들을 집어넣었다. 나는 또 한 번 문화 충격을 받았다.


수영은 2개 그룹으로 나뉘어서 진행된다. 하나는 수영을 어느 정도 하는 그룹, 또 다른 그룹은 전혀 못하는 그룹. 우리 아이는 전혀 못하는 그룹이다. 그런데 전혀 못하는 그룹 아이들을 가장 깊은 수심에 그냥 넣어버렸다. 그리고 옆에 벽을 잡고 게처럼 옆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몇 번 그렇게 하더니, 튜브를 잡고 이제는 물 속에서 앞으로 스스로 발차고 나아가게 했다. 직접 몸으로 가르쳐주지 않고 그냥 말로 하고 해보라는 식이었다. 무슨 해병대도 아니고 만 6세 아이들을 3미터 넘는 곳에 그냥 집어 넣는 것을 보고 나는 너무 놀래서 저 멀리 2층에서 눈을 한시도 떼지 못하고 지켜봤다.


성인 코너에서 두 그룹으로 나눠서 수영하는 아이들. 실제 수영장은 아이들이 수영하는 곳 여러군데, 대형 미끄럼틀 및 야외 수영장 등 규모가 매우 크고 좋다. 출처: 모니카


안 그래도 엊그제 한국 뉴스에 부산에 있는 아파트 실내 수영장에서 수영 강습을 받던 만 4세 아이가 익사로 사망한 사건을 접했다. 구명조끼가 사다리에 끼였는데 이를 제때 발견하지 못했다. 선생님 1명에 아이 3명이었다. 물은 무서운 것이다. 아이들 사고는 순식간이다. 그 뉴스를 접하고 나니 아이 수영 강습이 너무 겁났다. 아니나 다를까, 수업 중 한 여자 아이가 혼자 그 깊은 수심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선생님은 그 아이를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그 여자 아이는 왼손이 불편한 아이다. 그래서 그 아이 엄마는 일로 바쁜데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어 아이 수영 강습에 함께 왔다. 다른 아이들은 다 물에서 나와서 다른 곳으로 가고 있었고, 선생님은 그 여자 아이를 보지 못한 듯했다. 그 여자 아이 엄마는 너무 놀래서 2층 휴게소에서 바로 1층으로 내려갔다. 구조 요원들은 엄마를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 수업 중이기 때문이라며. 그 엄마는 구조 요원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아이를 좀 케어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고는 정말로 순식간이다. 그래서 나는 45분간 한 시도 눈을 떼지 않고 아이들을 지켜봤다. 나처럼 시종일관 계속 지켜보는 엄마는 3명이었다. 그 외 6명은 둘러앉아서 아이들을 보지 않았다. 대화 삼매경에 빠진 유대인 엄마들이었다. 유대인들은 그들끼리의 결속력, 응집력이 큰 편이다. 이때 만나서 그들끼리 유대감을 다진다. 수영장에서 하는 유대인들 유대감 다지기 모임 같다. 다른 엄마들이야 어떻든 상관없다. 자기 아이는 그 누구도 지켜주지도 책임지지도 않는다. 특히 우리 가족은 이방인이기 때문에 어떤 사고가 나면 더욱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우리 가족 안전은 스스로 챙길 수밖에 없다. 나도 사실 목요일 오후 이렇게 봉사 활동하고 나면 원래도 없던 저질 체력이 더 바닥이 나서 혓바늘 돋고, 다음 날까지 피곤이 지속된다. 아이들 차량 안전부터 옷 갈아입고, 샤워시키기까지 정신없이 하루 봉사하고 나면 몸살 날 정도로 피곤했다. 시간과 에너지를 내어 봉사한다고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목요일 오후가 다 날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내 가족 안전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낯선 땅에서는 더욱 그렇다.


수영을 할 줄 아는 그룹도 3미터보다는 조금 덜 깊은, 약 2미터 조금 넘는 성인 수영장에 집어넣더니 그냥 튜브 잡고 수영하라는 식이었다. 코치는 물에 들어가서 일일이 자세를 잡아주지 않았다. 코치는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채 물에 들어오지는 않고 물 밖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며 말로 수영을 가르쳤다. 토론식 수업이 강한 프랑스라더니 체육도 말로 가르치는건가? 그저 아이들이 물에 들어가서 혼자 배영도 하며 노는 수준이었다. 어떻게 보면 한국은 수영을 배울 때 기본 자세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배운다면, 이곳은 우선 처음에는 물을 무서워하지 않고 친근하게 느끼도록 하는 수업 방식 같아 보였다. 이는 비단 운동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그렇하다.


예를 들어 음악의 경우, 한국은 음악 기초를 탄탄하게 배우고 기술적인 것을 차근히 배운다면, 이곳은 세상의 소리를 발견하고 음악을 친숙하게 느끼는 것부터 먼저 한다. 각종 악기를 스스로 탐험하고 탐색한다. 그림의 경우, 한국은 스케치하는 법, 원근법 등 그림 그리는 테크닉을 배운다면, 이곳은 그림이란 것을 우선 친숙하게 여기고, 정답없는 그림을 자유롭게 그리고 보고 느끼고 질문하고 답하는 방식이다. 이런 예술적 교육 접근 방식이 스포츠에서도 적용되는 듯 보였다. 팔 자세, 다리 발차기 자세를 배우기보다는 우선 물에 집어넣어 물을 무서워하지 않고, 물이란 기분 좋고 재밌고 즐거운 곳이라는 것을 먼저 느끼게 하는 것 같았다. 스킬을 가르치는 것은 거의 없었다. 그저 물에 일단 놀아봐라는 식이었다. 그 후 차츰 스킬을 가르칠 것 같다.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프랑스식 교육이 스포츠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아이들은 모두 물로 대충 샤워를 하고 탈의실로 갔다. 이렇게 대충 물로 헹구고 말리고는 학교에 돌아가서 저녁 6시 반까지 학교에 남아 방과 후 수업을 참여하는 아이들도 꽤 있다. 워킹맘 자녀들은 대게 6시반까지 학교에 있는다. 또한 이렇게 수영을 했는데도 어떤 아이들은 오늘 저녁에 힙합 수업, 태권도 수업 등을 들으러 간다고 했다. 정말 운동 많이 하는 프랑스 초등학생들이다. 봉사자 엄마들은 아이들 옷을 챙겨주고 머리를 말려줬다. 차에 다 타기까지 다소 정신이 없었다. 아이들은 모두 신난 얼굴이고 엄마들은 다소 피곤한 얼굴이다. 4시에 학교 앞에 도착했고, 4시 반에 아이들을 픽업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서 근처 볼로뉴 숲 야외 카페에 가서 커피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로 했다. 유대인 엄마들에게 한국에서는 유대인식 교육법이 매우 인기가 많다고 했다. 실제로 집에서 하부르타를 하냐고 물었더니 그렇다는 엄마도 있고, 안 그런 엄마도 있다. 심지어 잘 모르는 엄마도 있었다. 발음이 다른 것일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하부르타식 교육을 하는 엄마들은 많이 없는 듯 보였다. 한국은 워낙 교육열이 높다 보니 유대인들도 잘 모르는 유대인 교육에 대해 더 많이 알고, 관련 책도 쓰는 듯하다는 생각도 든다. 곧 방학인데 방학 동안 무엇을 하는지, 어디로 여행을 가는지 등에 대해 대화를 하다가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 앞으로 갔다. 다들 방학 잘 보내라며 인사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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