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교육 멈춤의 날

프랑스 새 학기 시작

by 모니카

군산 초등학교의 한 교사께서 삶을 마감했다. 연이은 초등 교사들의 죽음.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으로 한국 사회가 떠들썩했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소리 내어 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한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희생자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과도한 업무, 갑질 정황, 반복된 결재 서류 반복 등으로 힘들어했다고 한다. 한국은 공교육이 멈췄다고 한다. 한국 '공교육 멈춤의 날'이라는 기사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


올여름에 한국에서 지냈는데, 아이는 난생처음으로 학원을 경험했다. 태권도와 수학 교습소 이렇게 두 곳을 일주일에 3번 다녔다. 한국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한국 스포츠인 태권도를 익히니 좋아했다. 수학 강국 한국. 수학 한 과목만 함께 모여서 학습하는 곳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며 가는 것을 좋아했다. 교습소에서는 초등 아이들이 2학기 선행을 하는 것 같아 보였다. 나는 굳이 선행을 원하지는 않는다. 프랑스 돌아가면 9월부터 2학년이 되지만 1학년 책을 가지고 공부했다. 나는 선생님께 아이 수준을 한번 직접 보시고 아이한테 맞춰서 알아서 해달라고 했다. 한 달 동안 무엇을 배우는지 수업은 어떤지 묻지 않았다. 그저 아이가 프랑스에 없는 것을 경험해 보고, 공부하는 분위기를 스스로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한국 사교육 현장에 들어가서 관찰자 시점으로 학원 문화를 바라봤다. 정말 한국은 사교육이 아이들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사교육 없이는, 학원 없이는 하루가 돌아가지 않을 정도였다. 아이들은 이 더운 여름에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여러 학원을 다녔다. 길을 가다 보면 무수한 학원 간판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말로만 듣던 줄넘기 학원을 보고는 놀랬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자연스레 학부모와 아이들은 학교 수업은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학원에서 해오겠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공교육을 다시 살려야 하고, 초등 교사들의 권위를 바로 세워야 한다. 정부가 사회가 학부모가 다 같이 노력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까.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다니는 어린 자녀들이 귀하다 보니, 교사에게 갑질도 많이 하는 것 같다. 근데 프랑스 부모들도 자기 자녀들이 다 귀하다. 이는 국적 막론하고 아프리카, 인도 등 어느 부모도 자기 자식은 다 귀하다. 그렇지만 프랑스 부모들은 내 자식 귀하다고 학교에 교사에게 갑질하지 않는다. 교사와 학교의 지침을 존중하고 받아들인다.


프랑스는 9월 4일 개학을 했다. 9월에 신학기가 시작됐다.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9월 4일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개학 하루 전날인 일요일 오후, 엄마들끼리 볼로뉴 숲 잔디밭에서 피크닉을 했다. 풀밭위에 누워서 과연 누구랑 같은 반이 될까 기대된다고 했다. 각자 바캉스를 어떻게 보냈는지 얘기하며, 한국에서 가져온 엄마들 및 아이들 선물도 나눴다. 오후 3시 45분,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이메일이 도착했다. 새로운 반 담임 선생님 성함과 같은 반 친구들 명단이었다. 우진이와 유치원 때부터 3년 연속 같은 반이었던 E는 처음으로 다른 반이 되었다며 서로 슬퍼했다. 엄마들이 모두 아이들이 어떤 반에 배정되었을지 몹시 궁금해했지만 전날까지 아무도 학교 방침에 제기하지 않았다. 물론 자기들끼리 구시렁대며 불평불만 하기는 한다. 하지만 일종의 푸념으로 끝난다.


4일 오전 9시, 교문 앞에는 거의 모든 부모들이 와서 장사진을 이뤘다. 회사에 말하고 자녀들 개학일에 온 것이다. 그만큼 회사에서도 가족 및 아이들 관련된 일에 배려를 많이 해준다. 1학년 때 개학일에 학부모들이 함께 교실에 잠깐 들어갔던 적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웬걸 교문을 작게 열어놓고, 아이들만 교문에 들어오게 했다. 나는 조금 당황해서 주변에 물어보니, 1학년들은 처음이라 그랬던 것이고 2학년부터는 학생만 들어간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모두 궁금하지만 아무도 이에 대해 반론 제기를 하지 않았다.


프랑스는 입학식이 없다. 첫날부터 바로 공부를 시작한다. 학부모들은 프랑스 공교육의 지침을 잘 따른다. 물론 개선 사항 등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예의를 갖춰서 이메일 또는 약속을 잡고 만나서 이야기를 한다. 나는 우진이와 함께 교실을, 선생님을 보고 싶었지만 학교 지침에 따랐다. 아이를 믿기 때문에 잘 적응하리라고 믿고 집으로 돌아갔다.


프랑스 초등학교는 단단하다. 교사와 학교가 기준을 가지고 안 되는 것은 안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합리적인 선에 말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잘 따른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학습 지도에 최대한 집중한다. 한국 초등 교사들처럼 행정적인 업무가 과하지 않다. 과하다 싶을 땐, 그들은 연대해서 교육부에 시위를 한다.


한국에 있으면서 교수를 업으로 삼고 있는 지인과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교사뿐 아니라 교수도 강의 및 연구 외 행정적인 일들이 많다고 했다. 해외 교수들은 강의 및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했다. 만남을 뒤로하며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교정을 걸으며 생각했다. 한국은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대학교, 대학원 모두 각자 본연의 주된 업무 외에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업무와 크게 상관없거나, 잡다한 일까지 다 처리해야 하는 멀티 플레이어를 기대하는 것 같다.


또한, 프랑스는 교장과 교사들의 관계도 평등하다. 교사의 상사가 교장이 아니라 교육부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으면 교육감에게 직접 말한다. 교장이 교사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


나는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연이는 초등 교사들의 죽음과, 바닥으로 치닫고 있는 교권, 학부모의 과도한 갑질, 교사들의 인권, 교사들의 과도한 행정 업무, 교장 선생님의 과도한 갑질 등으로 인해 다양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본다. 교사들도 힘들고, 학교도 힘들지만, 어른들의 일로 인해 우리 어린아이들이 피해를 본다. 학교가 안정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나아가야 하는데 어찌 이런 학교 및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까.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학원들만 더욱 기승을 부릴 것 같다.


프랑스는 공교육이 탄탄해서 대부분 학교에서 학습을 마친다. 담임 선생님의 수업과 숙제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학교 외에서 일어나는 사교육은 주로 예체능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은 아이들에게 음악, 미술, 운동 등을 많이 시킨다. 하지만 공부를 시키는 사람들은 한국만큼 많지 않다. 2학년이 되자, 일주일에 1번 영어 수업을 받으러 가는 아이들은 조금 있었다. 그래도 한국의 영어 조기 열풍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한국의 공교육 멈춤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또 2학년이 된 아이를 프랑스 공립학교에 보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 사회가 공교육을 다시 세울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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