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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Jan 20. 2023

저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이에요

한국을 사랑하는 프랑스어 선생님

파리시에서 운영하는 프랑스어 수업을 듣기 위해 파리 14구에 위치한 강의실에 모인 학생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러시아, 미국,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중국, 일본 등 여러 다른 나라에서 온 20명가량의 외국인 학생들은 플로르 베르떼(Flore Berté) 선생님의 프랑스어 회화 수업을 듣기 위해 모였다. 나이, 성별, 인종, 국적 등 모든 것이 다르지만 파리에 살고 있고, 이곳에서 살기 위해 프랑스어를 배운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플로르 베르떼 선생님은 2004년부터 현재까지 파리시(Ville de Paris) 소속 프랑스어 전임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 초급부터 고급까지 다양한 레벨의 회화, 작문, 발음, 독해 등 다양한 수업을 맡고 계신다. 이전에는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에서 프랑스어 강사로 15년간 근무했으며, 프랑스어 자격시험 중 하나인 TCF 채점관으로 일한 바 있다.

수업 시간 내내 필자의 눈에 띄는 물건이 있었으니 바로 한국 전통 문양과 재질의 필통.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께서는 한국에 거주할 때 구매한 필통이라고 말씀하셨다. 현재 사용 중인 지갑 또한 한국에 있는 백화점에서 구매했다고 덧붙이셨다. 선생님은 1996년부터 2003년까지 한국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친 경험이 있다고 하셨다. 반에서 유일한 한국인인 필자는 선생님의 이력을 듣고 반가움을 금치 못했다. 선생님도 한국 거주 경험을 말씀하시면서 한국을 향한 그리움을 내비치셨다.

필자는 선생님의 한국 거주 경험 및 외국인을 위한 프랑스어 선생님으로서 프랑스어 학습법 등 교육 전반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필자는 선생님께 인터뷰를 요청했고, 선생님은 바쁘신 와중에 인터뷰 제안을 흔쾌히 받아주셨다. 2023년 1월 5일(현지시각), 우리는 프랑스어 수업이 끝나고 어학원 근처에 있는 어느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 내부 천장은 온통 꽃과 전구로 가득했다. 우리는 달콤한 케익과 함께 카모마일 차와 핫초코를 마시며 잠시 추위를 녹였다.
                                 

▲ 한국 전통문양의 필통과 한국에서 구매한 지갑 한국에서 거주할 당시, 한국에서 구매한 필통 및 지갑

ⓒ 모니카


-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해서 한국에 가게 되셨나요?

"1995년, 소르본누벨대학교(파리 3 대학)에서 외국인을 위한 프랑스어 교육학 석사를 하면서 프랑스어 강사로도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 당시 학교에는 외국인 학생들이 많았는데, 그중 한국 유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자연스레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그러던 어느 날, 프랑스어 강사를 모집한다며 주서울프랑스문화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어요. 그런 뒤 연세대학교 프랑스어 학과에서 프랑스어 전임강사 자리를 제안받았어요.


한창 한국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고민 끝에 한국에 가기로 결심했어요. 이다도시 후임으로 제가 그 자리에 가게 됐어요. 저는 앙제(Angers) 출신인데, 앙제대학교에서 공부했을 당시 아시아에서 온 유학생들이 많았어요. 아시아 국가에 대한 호기심의 싹이 아마도 그때부터 심어졌던 것 같아요. 이 모든 것이 한국과 인연이 닿을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 처음부터 7년을 생각하고 한국으로 떠나시진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한국에서의 삶에 대해 조금 나눠주세요.


"저도 7년을 살게 될 줄은 몰랐어요. 처음에는 1년을 계약하고 갔는데요, 지내면 지낼수록 한국이란 나라에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그래서 계약을 거듭 연장하다 보니 어느새 7년이란 세월이 흘렀네요. 신촌에 있는 연세대학교 프랑스어과 학생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쳤어요. 또한,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프랑스어 강사로 일했어요. EBS 프랑스어 강사로도 일했는데, 동영상도 찍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 동료 교사들 모두 저를 친절하게 대해줬어요. 그래서 7년이란 시간 동안 한국에서 잘 적응하며 즐겁게 지낼 수 있었어요.


한국 학생들은 배움에 열정을 가지고 있어요. 학생들이 처음에는 조금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프랑스어를 말하는 데 자신감을 가지고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한국 여행도 많이 했어요. 그중에서 보성녹차밭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푸르른 녹차밭이 계단 모양으로 층층이 되어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한국에 있는 절도 많이 찾았어요. 한국 전통 건축양식이 참 아름답더라고요. 또한, 한국의 벚꽃 가득한 봄과 가을 하늘 및 단풍을 사랑해요."


- 선생님께서는 다양한 외국인 학생들에게 오랜 기간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계신데요, 외국어 교육에 대한 선생님의 철학 또는 의견이 있을까요?


"언어는 다른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생각해요. 하나의 외국어를 배우면 그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를 더 많이 알 수 있어요. 저는 한국에서의 경험이 제 사고를 확장시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한국에 있으면서 한국어도 조금 배웠는데요, 다른 새로운 언어를 배우면서 모국어인 프랑스어를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지도 알게 됐어요. 모국어만 알면 내 세계에 빠지기 쉬워요. 하지만 다른 외국어를 배우면 모국어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외국인들에게 프랑스어를 전파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비단 프랑스어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 제가 이곳에서 관찰하고 경험한 바를 말씀드리면, 프랑스 공교육에서는 영어 교육 비중이 낮은 편이 것 같아요. 프랑스인들의 영어 구사력이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조금 낮은 편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프랑스어는 주요 국제기구 언어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많지요. 건축, 패션, 미술, 영화 등 예술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에 유학도 많이 오지요. 그래서 많은 외국인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저는 영어 교육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아랍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를 어릴 적부터 배우면 좋다고 생각해요.


공교육에서 영어 교육 비중이 낮은 편이기는 해요. 생각보다 많은 프랑스 고등학생들이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한 채 바칼로레아를 취득하기도 해요. 공교육에서 더 많은 외국어 회화 수업이 제공돼야 한다고 봐요. 또한, 프랑스는 외국어 수업을 위한 외국인 교사 수가 적은 편이라서 더욱 채용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카페에서 플로르 베르떼 선생님과 파리 카페에서 필자와 인터뷰 중인 플로르 베르떼 선생님

ⓒ 모니카

▲ 강의실에서 플로르 베르떼 선생님 외국인 학생들에게 프랑스어 회화 수업 중인 플로르 베르떼 선생님

ⓒ 모니카



- 파리시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교육 과정이 인상적이에요. 프랑스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외국어 수업을 제공하며, 이 외 전문 교육과정 및 바칼로레아 준비반도 있잖아요. 다른 사설 기관에 비해 가격은 매우 저렴한 반면 수업의 질은 뛰어나서 주변에 추천해주고 싶어요.


"프랑스는 교육에 있어 민주적인 나라예요. 배우기 원하는 사    람에게는 나이, 출신, 배경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배움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파리에는 다양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많지요. 이들이 파리에 정착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프랑스어를 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국가에서는 다양한 프랑스어 교육 과정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다양한 외국어 수업도 많고, 직장 구하는 것을 돕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양성과정도 있어요. 10년이 지나서 다시 대학에 들어가고자 하는 성인들을 위해 바칼로레아 준비반도 잘 되어 있어요."


-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좋았던 점과 좋지 않았던 점을 어떤 것이 있을까요?


"좋았던 점은 채식 위주의 한국 요리와 한국인들의 따뜻한 환대를 들 수 있어요. 한국 사람들은 정이 많고 타인에게 친절해요. 7년 동안 좋은 추억이 많아요. 여전히 그때 만난 한국 친구들과 연락하며 지내고 있어요. 대부분 좋았지만 그래도 안 좋은 점을 꼽으라면, 우선 유교 문화를 들 수 있어요. 여성 역할에 고정된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몇 살에 결혼해야 하고, 출산해야 하고, 양육을 담당해야 하며, 이혼에 대해서도 안 좋은 시선이 있더라고요. 한국은 사회적 압박이 프랑스에 비해 심한 편인 것 같아요. 여성은 외모가 예뻐야 하고, 결혼 후 시댁과의 관계에서 압박이 있는 것 같아요. 또한, 학생들은 과도한 학업 및 경쟁으로 인해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큰 것 같아요."


선생님과 인터뷰를 마치고 함께 카페를 나오면서 뒤를 돌아보니 카페 이름이 Au temps passé(지난 시간 속에서)라고 적혀 있었다. 카페 이름처럼 선생님은 잠시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서 한국을 회상했다. 선생님은 "저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이에요"라고 하시며, 세상을 보는 눈을 한층 더 활짝 열어준 한국에서의 경험은 매우 소중한 자산이라고 하셨다.


파리 14구에 있는 Au temps passé 라는 이름을 가진 카페. 출처: 모니카


플로르 베르떼 선생님은 외국인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오히려 자신이 더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씀하셨다. 학생들의 다양한 질문을 통해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습관을 가지게 됐고, 이를 통해 어떻게 하면 외국인 학생들에게 프랑스어를 더욱 쉽게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자신의 교수법을 늘 고민하고 개선하고 발전시키려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교육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끝으로, 프랑스어에 관심이 있는 한국인들을 위해 유용한 프랑스어 학습 사이트를 알려주셨다.


1. Le français dans le monde : https://www.fdlm.org/


2. TV5 Monde : https://www.tv5monde.com/


3. France Éducation international : https://www.france-education-international.fr/


4. Radio France International : https://francaisfacile.rfi.fr/fr/


5. Les Cours d'Adultes de Paris(파리시 성인교육과정): https://scap.paris.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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