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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Sep 10. 2023

운동을 즐기는 프랑스인

지역 운동 축제

9월 9일 토요일, 10시부터 18시까지 뇌이쉬르센 시청 앞 광장에서 Forum des Sports가 열렸다. 각종 스포츠 종목 소개 및 수업을 시민들에게 홍보하는 자리다. 이때 동네 주민들은 각자 관심 있는 운동을 알아보며 한 해 동안 즐길 운동을 신청한다. 물론 올해 6월 즈음에 온라인으로 많이들 수업 신청을 한다. 그런데 매년 이렇게 시청 앞 광장에서 수많은 부스를 설치해서 축제 분위기 속에서 행사를 하는 이유는 이 또한 축제의 장이기도 하고, 새 학기를 알리는 의미도 있고, 바캉스가 끝나고 동네 주민들이 오랜만에 모여서 인사를 나누기도 하자는 취지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취지는 시민들을 운동하게 끔하는 것이 가장 크다. 또한, 6월에 미처 신청을 못한 사람들을 위한 것도 있다. 그때는 운동할 마음이 없었지만 뒤늦게라고 마음을 돌려서(바캉스 동안 먹고 마시느라 찐 살을 빼야겠다는 마음이 들 수도 있겠군), 운동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 또한 6월에는 아직 조금 망설였다가, 9월 개학을 하면서 우진이가 이제는 운동을 하나 정도는 해야겠다는 생각에 시청 앞으로 갔다. 지금까지는 그저 학교에서 진행하는 테니스, 유도, 수영 등의 운동만 했다. 가장 많이들 하는 테니스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신랑이 테니스를 좋아해서 아들과 테니스를 치고 싶은 마음도 크다. 수업을 온라인으로 신청을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다양한 기관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한눈에 바로 직접 알 수 있고, 궁금한 점을 직접 대면으로 바로바로 물어보고 답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 가서 직접 신청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도착 시간은 약 11시였는데 아침부터 다들 일찍 움직인 모양이다. 사람들은 각종 부스 앞에 서서 어떤 운동을 할까 기웃기웃거렸다. 태권도, 골프, 무예타이, 유도, 펜싱, 승마, 발레, 댄스,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자전거 등등 부스가 50개도 넘는 것 같았다. 광장 한가운데는 링이 있어서 권투도 해볼 수 있고, 탁구대도 있어서 탁구를 치고 있기도 했다. 역기를 들어보는 아이들도 있었다. 무대도 있는데, 오후에는 이곳에서 각종 시범 경기가 펼쳐진다. 매년 이 스포츠 포럼이 시청 앞 광장에 열린다. 지역 축제로 자리 잡았다. 각종 스포츠 시범 경기를 자유롭게 관람하면서 나도 이 운동하고 싶다는 마음이 그 자리에서 스물스물 올라올 수 있다. 그래서 현장에서 운동을 등록하고 가기도 한다.



나는 우진이 테니스 신청을 위해 바로 테니스 부스로 갔다. 두 곳이 있었다. 한 곳은 800유로 조금 넘었고, 다른 한 곳은 490유로였다. 차이가 꽤 큰 편이다. 무엇보다도 가격이 있는 기관에서는 토요일이 다 찼다. 평일 수, 목만 가능했고, 방과 후에 수업이 있었다. 다들 6월에 신청을 완료한 것 같다. 다른 한 곳은 다행히 토요일에 수업이 있었고, 오전 10시에 그래도 원하는 장소 중 한 곳에서 했다. 테니스 기관에 등록을 하면 코트는 여러 개가 있다. 실내 센터, 초등학교 건물 내 체육 시설, 야외 코트 여러 군데 이렇게 있는데, 내가 가장 희망하는 것은 우리 집 근처에 있는 Keoning 실내 스포츠 센터. 다들 실내를 선호한다고 했다. 실내는 금방 다 찬단다. 그다음으로는 Puteaux 야외 코트인데 이곳은 우리 집에서 멀지 않고, 야외 코트도 멋있다. 신청을 완료하고 인터넷 뱅킹을 하면 등록 완료다. 수표 또는 인터넷 뱅킹만 가능하다. 현금 또는 신용 카드는 안 받는다고 했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뇌이쉬르센 시장이 각 부스를 방문하고 있었다. 뇌이쉬르센 시장은 친근하다. 각종 동네 축제에 빠짐없이 나타난다. 경호원 대동하는 것도 없고, 복장도 비교적 자연스럽게 세미 정장으로 해서 시민들과 자유롭게 뒤섞인다. 뇌이쉬르센에 산 지 약 3년 가까이 되는데 시장을 자주 봤기 때문에 이제 옆이 아저씨 같은 느낌이다. 엊그제 우진이 학교에도 나타났다. 새 학기가 시작되어 각 학교를 돌아보고 있는 것 같았다. 옆에는 비서로 보이는 남자 한 명 정도 일 뿐 경호원도 없다. 또한, 시장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것도 못 봤다. 한국 같으면 시장이 있으면 함께 셀카 찍어 인증샷을 남기고 싶어하는 사람이 한 두 명쯤은 있을 것 같은데, 볼 때마다 그런 사람은 없었다. 그냥 같은 시민 대하듯 옆에서 편하게 섞이는 그런 분위기다. 나는 시장과 함께 사진을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아무도 그렇지 않아서 그만뒀다.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참 운동을 즐겨한다. 옆에 볼로뉴 숲에만 가도 뛰는 사람들이 참 많다. 일상 속에서 거리에서 뛰고 걷고, 다양한 운동을 즐긴다. 테니스는 한국 태권도처럼 국민 스포츠이고, 그 외 승마, 복싱, 수영 등도 많이 한다. 승마는 조금 돈이 비싼 편이기는 하다. 그래도 옆에 승마장이 있어서 그런지 승마하는 어른과 아이들도 많이 본다. 그리고 국가가 시민들에게 운동을 적극 장려하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방학 때 파리시에서 어린이 및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스포츠 교실을 연다, 그뿐 아니라, 주말에 곳곳에서 스포츠 관련 행사를 한다. 여름에는 수영하고, 겨울에는 스키 타러 가는 프랑스인들. 요즘 프랑스는 럭비 월드컵이 한창이다. 9월 8일부터 10월 28일까지 한다. 라디오를 켜면 이와 관련된 방송이 자주 나온다. 지인은 실제 럭비 경기를 보기 위해 생떼밀리옹에 갔다. 내년에는 파리 올림픽이 열린다. 프랑스는 지금 온통 스포츠 이야기로 가득하다.



점심시간이 되자 사람들은 점심을 먹으러 하나둘씩 빠져나갔다. 나도 모노프리에 가서 장을 본 뒤, 집으로 돌아갔다. 34도 무더운 날씨다. 9월 이상 기온이다. 9월이 이렇게 더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땀을 줄줄 흘리며 볼로뉴 숲을 따라 걷고 있는데 문자가 하나 왔다. '모니카, 오늘 우리 아들 V가 시청 앞 광장 무대에서 1시간 후에 태권도 시연을 보이는데 시간이 되면 우진이와 함께 오면 좋겠어.' 그러면서 어제 미리 얘기를 한다는 것을 깜빡하고 시간 임박해서 알려줘서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웬만하면 가고 싶은데, 지금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서 다시 갈 수 있지 모르겠다고 했다. 집에 도착하니 땀이 주르륵 흘렀다.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았다. 대신 영상을 보내주면 우진이와 함께 기쁘게 보고 싶다고 했다. 프랑스인이지만 태권도를 무지 사랑하는 V다. 1년 배우고는 너무 재밌어서 올해부터는 수업량을 늘리기로 했단다. 우진이보고 태권도 같이 하자고 하는데 아무래도 운동 2개는 무리일 듯하다. 근데 프랑스 아이들은 운동 2개, 3개 하는 아이들도 많다. 정말로 운동을 많이 하는 프랑스 아이들이다.


이곳 초등학생들은 앉아서 공부보다 몸을 움직이는 운동을 많이 한다. 운동을 안 하는 아이를 보지를 못했다. 아이들 부모들에게 물어보면, 댄스, 수영, 복싱, 테니스, 축구, 승마 등 다들 한 두 개씩 운동을 한다. 엊그제 유튜브 대기자TV를 시청했는데, 세계적인 뇌 분야 권위자인 하버드 의대 존레이티 교수께서 출연하셨다. 이 분께서는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뇌와 운동의 상관관계에 대해 자세하게 인터뷰한 영상인데 자녀를 키우시는 부모님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는 대게 아이들이 오랫동안 앉아서 공부해야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많이 뛰어놀고, 몸을 움직이고, 땀 흘리며 운동을 해야 뇌도 함께 발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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