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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Apr 11. 2023

알폰스 무하와 사라 베르나르

파리 그랑 팔레 몰입형 전시

2023년 3월 22일부터 11월 5일까지 그랑팔레 몰입형 전시관(Grand palais immersif)에서 영원한 무하(Éternel Mucha) 전시를 한다. 프랑스어 발음으로는 무샤이지만 한국에서는 무하라고 불리는 것 같다. 아르누보(Art Nouveau) 마니아 S는 전시 오픈 첫날 나와 함께 전시를 보러 가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날은 내가 일정이 있는 관계로 24일에 가기로 했다. 24일 아침 9시 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놓고 아침 일찍 만났다. 봄기운이 오고 있는 소리가 들리는 그런 아침이었다. 전날 내린 비로 인해 시야는 한층 더 또렷해졌고, 하늘은 캔디바 색깔이었다. S는 화창한 날씨에 나와 함께 아르누보 거장 무하를 만나러 가서 행복하다며 미소를 가득 지어 보였다. 우리는 메트로 1호선을 타고 바스티유 역에 내렸다. 


디지털 방식의 몰입형 전시


바스티유 오페라 건물 모둘형 방(Salle modulable)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작품을 구현하고 있었다. 오페라 건물 공간을 잘 활용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몰입형 전시답게 사람들로 하여금 작품과 서로 상호작용 할 수 있도록 했고, 그의 작품을 화려한 방식으로 선보이고 있었다. 초고해상도 프로젝션과 독창적인 음악 및 후각 세계, 인터랙티브 장치를 통해 방문객들로 하여금 세련미, 우아함, 현대성의 아이콘인 아방가르드 예술 정신을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적 감각의 어두운 전시실은 무하의 세계로 우리들을 초대하고 있었다.


한쪽 벽 앞에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서 마치 실제 르네상스 극장에서 사라의 연극을 관람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메인 홀 몰입형 전시. 출처: 모니카
대형 화면으로 만나는 무하의 작품 세계. 출처: 모니카


들어서자마자 메인 홀 한 벽면을 차지하는 스크린은 무하의 일대기와 그의 예술 세계를 약 10분 정도 영상으로 보여줬다. 대형 화면 속으로 거기 모인 사람들은 빨려가는 듯했다. 우선 메인 영상을 봤다. 무하도 사라도 살아있는 듯했다. 몰입형 전시인 만큼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신경을 많이 썼다. 어두운 복도를 따라 올라가니 무하의 작업 환경을 보여주는 곳, 무하의 일대기, 무하의 작품 등이 입체적이고도 화려하게 펼쳐졌다. 영상으로 그림을 보여주니 또 다른 색다른 맛이 있었다. 오감을 활용하도록 한 것 같다. 무하는 꽃을 많이 그렸는데, 버튼을 누르면 릴리 꽃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했다. 장미꽃 향도 맡는 등 마치 무하의 작품 현장에 그대로 들어와 있는 듯했다. 향은 조향사가 특별히 전시에 함께 작업했다.


전시장 입구에 걸린 포스터 / 향을 맡으면서 전시를 오감으로 느껴본다. 그는 작업할 때 좋아하는 냄새가 있다. / 전시장에 걸려 있는 무하 및 일본 작품들. 출처: 모니카
슬라브 여인을 보고 그린 스케치와 실제 구현된 작품/ 그의 작업실 현장 모습. 나무 냄새, 향 냄새는 그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출처: 모니카


성실함이 기회를 만날 때


남다른 탄생 스토리를 가진 체코 출신 알폰스 무하는 어릴 적부터 그림에 타고난 재능이 있었다. 하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아서 30세까지  풀리지 않았다. 파리 인쇄소에서 일하던 그는, 어느  크리스마스이브날에도 인쇄소에서 혼자 일을 하고 있었다. 이때, 그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기회가 찾아온다.  당시 파리에서 매우 유명했던 배우 사라 베르나르의 포스터를 급하게 만들어야 했는데, 이브날이라 작업장에는 무하 혼자였다.


그는 혼자서 사라 베르나르의 공연 포스터를 매우 창의적인 방법으로 만들었고, 이것이 대성공을 이루면서 그는 일약 스타의 자리에 앉는다.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성실하게, 주어진 일을 완수하면서 실력을 꾸준히 갈고닦았다는데 그의 성공 요인이 있다. 또한, 기회가 왔을  그것을 놓치지 않고 잡았다. 알폰스 무하의 재능, 성실성, 꾸준함, 창조성, 추진력, 도전 정신 등이 그를 성공하게 했다.


사라 베르나르의 아름다움이 극대화된 포스터. 포스터 상단에는 지스몬다. 하단에는 르네상스 극장이라고 적혀 있다. 그 당시 사라 베르나르가 실제로 활동했던 르네상스 극장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연극배우들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처럼 파리라는 도시는 과거와 현재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현대인들이 100년 전 현장 분위기와 그 공간 곳곳에 서려 있는 공기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파리라는 도시가 가진 매력이다.  


현대에도 많은 영향을 끼쳐


사라 베르나르 포스터 성공 이후 그의 삶은 승승장구한다. 그의 작품은 일본 애니메이션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무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을 실제 무하 작품과 서로 비교하며 보여주기도 했다. 상품 광고에도 사용되고, 상업적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아르누보 양식을 대표하는 그의 예술은 현재까지도 우리 삶 곳곳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각종 장식 미술, 포스터, 일러스트, 만화, 대중 상품 등에 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무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일본 애니메이션. 두 작품을 같이 놓고 서로 비교해서 보여준다. 출처: 모니카


그는 슬라브 민족의 삶을 많이 그리기도 했다. 러시아, 체코 등 슬라브 민족의 삶의 터전을 그림으로 많이 남겼다. 파리에서 활동하던 무하는 조국 체코로 돌아가 독립을 기원하는 작품 '슬라브 서사시 연작'을 제작했다. 이는 슬라브 민족의 공로와 단결을 주제로 한 작품인데 애국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는 현재까지도 국민 화가로 불리는 이유다.


먼 나라 음식은 별미


기념품 샵에서 무하가 그린 그림이 들어있는 엽서 몇 장을 구매했다. S는 두꺼운 책도 한 권 사는 등 이것저것 많이 샀다. 오늘은 S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갔다. S가 자기 소울 푸드이며, 한 달에 한두 번은 찾는 식당이라며 안내했다. 아시아 식당이 밀집되어 있는 오페라 근처에 식당이 있었다. 꼬치 모둠을 주문하길래 나도 똑같은 걸로 주문했다. 식당 내부 규모는 작으며 일본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손님 중에서 나 혼자 아시아인이었다. 이곳 현지 사람들이 일식을 좋아하는 것 같다.


아시아인인 내게는 꼬치구이가 그다지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버섯과 닭고기 등을 꼬치에 끼워서 8개가 나왔다. 소스도 보통이었다. S는 셰프가 사람들 앞에서 직접 숯불에 꼬치를 구워주는 것을 쇼처럼 보여준다며 매우 흥분하며 말했다. 한국에도 이런 음식이 있냐고 묻길래 한국도 꼬치를 즐겨 먹는다고 했다. 숯불갈비도 유명하고, 불고기도 불판에 구워 먹고... 중국도 꼬치 문화가 발달되어 있는데 양꼬치는 아주 맛있다고 했다. 학창 시절 양꼬치를 그렇게나 많이 먹었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아시아에서 흔하게 먹는 꼬치구이가 이곳 프랑스에서는 이색적인 별미로 느껴진다. 마찬가지로 프랑스 사람들이 평소 즐겨 먹는 음식이 아시아에서는 이색적이고 고급진 프렌치 요리로 받아들여진다. 


닭고기와 버섯 꼬치 8개, 밥, 국 이렇게 해서 약 4만원. 일본 또는 한국에 비해서 비싼 가격이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 따로 주문. 출처: 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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