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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Apr 05. 2023

바스키야 X 워홀 (네 개의 손으로)

루이뷔통 재단 미술 전시

2023년 4월 5일부터 8월 28일까지 루이비통 재단에서는 바스키야 X 워홀 (네 개의 손으로) 전시를 선보인다. 공식 오픈 하루 전날, 멤버십 회원 및 관계자들만 미리 초청하는데 4월 4일 오후 4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나는 당일 오후 4시 반에 미술관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이미 꽤 있었다. 나이 든 중년 또는 노인들이 많았다. 젊은 층은 회사 또는 학교가 끝나고 18시 즈음부터 서서히 오기 시작해서 저녁 8시쯤에 피크를 이룰 것 같았다. 저녁에 VIP가 오는지, 몸이 좋은 보디가드 몇몇이 이미 전시장 내부를 왔다 갔다 하며 대기하고 있었다. 연예인, 미술계 거장, 루이비통 회장... 누가 올까 궁금했다. 저녁 현장을 보러 가려면 갈 수도 있는데, 저녁에는 아이를 케어해야 해서 가지 않았다.


바로 전에 했던 전시는 모네와 밋셸이었다. 홀에 붙어 있던 모네와 밋셸의 커다란 얼굴을 싹 없어지고 바스키야와 워홀이 루이비통 재단 메인 로비 한쪽 벽면 상단을 크게 차지하고 있었다. 권투 복장을 한 채 팔을 가슴에 크로스로 해서 가져다 대고 찍은 사진이었다. 그들은 이 세상에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예술 작품 및 예술 세계를 느끼기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미국인인 두 사람은 실제 현대 미술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메인 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두 사람. 권투 장갑을 낀 네 개의 손. 예술가의 손이 글로브에 들어가 있으니 새롭다. 전시회장 입구 포스트. 출처: 모니카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어릴 적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이 문장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파리에는 역사 속 화가들의 그림이 많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기도 한다. 과거에 살았던 예술가가 일생을 통해 고뇌하고 작업해서 탄생시킨 예술 작품을 접할 때마다 예술은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앤디 워홀(1928-1988)은 미국 출신의 예술가로서 팝 아트 거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대 미술사에서 예술적, 대중적, 상업적으로 성공한 예술가이다. 2백 개의 수프 깡통을 비롯해서 반복적으로 상품 이미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는 미국 문화 속성을 논하기 위함이었다. 대중문화를 예술에 어떻게 잘 접목을 시켰는지 작품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는 대담하고 창의적인 시도를 통해 대중 미술과 순수 미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영화, 광고, 디자인 등 시각 예술 전반에 걸쳐 혁명을 일으켰다. 동시대 사회 문화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력과 이를 예술로 시각화해 내는 직관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티 출신 회계사 아버지와 푸에르토리코 출신 패션디자이너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장미셸 바스키야는 뉴욕 출신이다. 그가 만 7세가 되었을 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그는 가출 및 자퇴 등을 하며 방황하는 10대 시절을 보냈다. 힙합, 브레이크 댄스, 레게 등 흑인 문화의 영향을 받아 그라피티를 그렸고, 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바스키야의 재능을 알아본 워홀은 바스키야를 자신의 스튜디오인 팩토리에 데려와 함께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를 아끼고 물심양면 지원하면서 바스키야는 화가로 유명해졌다.


검은 피카소라고도 불리는 바스키야. 그의 작품 세계는 특이하면서도 독특했다. 그 후, 바스키야가 이용당했다, 둘은 연인 관계다… 등 세간에 떠도는 소문도 있었다. 그러다가 공동 전시 실패를 계기로 둘은 교류하지 않았고, 1987년 워홀이 사망하며, 바스키야는 적지 않는 충격을 받았다. 바스키야는 헤로인 중독으로 1988년 사망했다. 바스키야는 참으로 짧은 삶을 살았다. 20대에 삶을 마감한 것인데 천재들은 이렇게 단명하는 것일까...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더 오래 살았다면 또 어떤 예술 작품을 세상에 남겼을까....


먼저 기념품 샵에 들어갔다. 모네와 미셸 서적 및 기념품으로 가득했던 공간이 분위기가 싹 달라졌다. 기존에는 파스텔 톤 보라 파랑 은은한 자연의 색이었다면, 지금은 원색의 알록달록 화려한 색감으로 가득했다. 대중문화를 접목한 예술 작품이 많아서인지 확실히 기념품도 상업적인 것이 많았다. 그림이 담긴 양말, 가방 등 아이템이 다양했다. 그다음, 갤러리로 들어갔다. 전시장 내부도 바뀌었다. 기존에 모네 전시는 조명이 어두웠는데, 이번 전시는 다소 밝았다. 아무래도 작품이 선명하고, 현대적이다 보니 밝게 한 것 같다. 그림은 크기는 꽤나 컸다. 어떤 작품은 길이가 30미터로 벽면을 다 차지했다.


기념품 샵 내부는 화려한 컬러로 새롭게 단장했다. 대중성, 상업성이 강한 이들의 작품. 출처: 모니카


자유로운 창의성과 대담한 도전 정신


워홀과 바스키야가 공동으로 작업한 작품이 모두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현대 미술도 좋아한다. 정말 특이하고 난해한 작품들도 있는데, 이런 것을 보는 것도 참 재미있다.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림을 그렸다가 그 위에 검은색으로 다시 덧칠해서 지운 흔적도 있고, 다른 그림으로 급격히 바꾼 흔적도 그대로 고스란히 있었다. 즉흥적으로 그렸나 싶을 정도로 덧칠하고 다시 그린 그림이 많았다. 솔직히 이런 작품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렇게 그려서 화가라는 소리 들으면, 나도 화가될 수 있겠다. 아니, 우리 아이도 화가다.’ 이런 생각들이 들기도 한다. 대충 그린 것 같기도 하고, 선을 그냥 아무렇게나 찍찍 그은 것 같기도 하고, 그림 실력보다는 그냥 예술가의 머리에서 순간 떠오르는 즉흥적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을 생각해 내고, 그림으로 대담하게 표현하고, 그 표현에는 심오한 자기만의 철학과 세계가 들어있고, 이런 모든 것이 농축되어 있을 것이다. 특히, 워홀은 기존에 사람들이 생각해내지 못한 것을 대담하게 시도하고 도전한 사람이다. 이것이 바로 창의성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창의성에 관심이 많은데,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시도해 보고, 자유롭게 생각할 줄 알며, 주변을 잘 관찰하고 다르게 보는 것, 실패를 생각하지 말고 꾸준히 도전하는 것, 이 모든 것들에 늘 박수와 갈채를 보내기 때문에 워홀과 바스키야의 작품 세계를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눈에 EYE라고 글씨를 적어놓은 점도 특이했다. 그림 곳곳에는 알파벳이 많았다. 눈, 코, 입을 그리고 그곳에 단어를 적어놓기도 했고, 우유를 그리고 밀크라고 적어놓기도 했다. 사과, 레몬, 양배추, 개, 등 정물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GE 로고를 크게 그려놓고 그 위에 다른 그림을 덧 그리기도 했다. 바스키야가 처음 창조한 왕관 그림은 지금까지도 여러 상품에 사용되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뉴욕에서 흑인이라고 인종 차별을 받았다. 흑인 문화를 동경했던 그는 흑인 머리에 왕관을 그려서 흑인 및 흑인 문화를 높게 평가했다.


둘이 함께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함께 작업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둘은 그림을 매개로, 예술을 통해서 서로 소통하고, 영감을 나누고, 우정을 나눴을 것이다. 예술로 하나 되는 것은 멋있으면서도 동시에 쉽지 않은 일이다. 예술 철학이 맞아야 하고, 서로 코드가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강아지, 사과, 레몬, 흑인 얼굴, 의자, 스케이트보드 등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출처: 모니카
GE 로고가 들어간 작품. 워홀은 현대 미술을 대중문화 및 상품과 연결 지어 그림을 많이 그렸다. 그림에 글자, 숫자도 많이 들어가 있다. 출처: 모니카


갤러리마다 독특한 콘셉트로 전시 구성을 재미있게 잘해놨다. 어떤 갤러리는 조명을 어둡게 하고 바스키야 얼굴이 들어간 가죽 재킷, 오토바이 등을 전시해 놨다. 키스 해링과 함께한 작품도 많이 있었다. 키스 해링이 그린 오선지 위의 다양한 음표를 자유롭게 마음껏 가지고 노는 사람들의 동작은 독창적이면서도 보는 이로 하여금 음악 속에서 함께 자유로워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놀라운 힘을 가진 그림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정말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창의적인 발상을 하며, 주변을 잘 관찰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 속에 있는 사소한 물건 또는 사물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그냥 오선지 위의 음표가 하나의 살아있는 숨 쉬는 펄떡이는 공간으로 변할 수 있다.



오토바이, 가죽재킷에도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다. 상품과 예술의 콜라보. 키스 해링의 그림이 담긴 미국 포스터. 출처: 모니카
오선지 악보 위에서 음표를 가지고 노는 사람들의 동작이 너무 재치있고 창의적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키스 해링의 작품. 키스 해링, 바스키야, 워홀 사진. 출처: 모니카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인연을 맺는다는 것


그 당시 함께 어울리며 예술을 창조하던 사람들 사진이 있었다. 키스해링, 데이비드 호크니, 워홀, 바스키야 등 20명 정도 사람들이 함께 어느 식당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그들은 서로 예술을 통해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고 작품을 창조했다. 마치 19세기 및 20세기 초, 반고흐, 달리, 피카소, 로트렉 등 화가들이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서로 모여 예술을 논하고 함께 작업을 하며 어울렸듯이 말이다. 장 폴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아르, 카뮈 등 철학가 및 사상가들이 생제르망 카페에 모여 사상을 나눴다. 헤밍웨이 등 작가 및 문인들이 몽파르나스 카페 및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서 모여 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교류했듯이…


결국 사람들이 만나서 모이고 서로 자신의 예술 철학과 의견을 나누면서 예술은 한층 승화하고 발전해나간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인연을 맺고, 그 인연으로 인해 삶이 힘들어질 수도 있고 끝내 죽음에 이르기도 하는 아이러니함을 본다. 바스키야는 워홀을 만나서 워홀의 재정적 지원 및 마케팅 등 덕분에 바스키야는 이른 나이에 예술계에서 유명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와의 루머 등으로 힘들어했던 시간도 있었고, 워홀이 사망하자 1년 후 그는 약물 중독으로 20대에 삶을 마감했다. 그렇다면 바스키야에게 있어 워홀을 만난 것은 인연인가 악연인가. 워홀을 만나지 않았다면 바스키야는 조금 더 다른 세상을 보고, 경험하고, 느끼고,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며 살아갈 수 있었을까. 사람이 사람을 만난다는 것... 아이러니, 모순으로 가득 차있다.그들의 육신은 이제 없지만, 예술혼은 그들의 작품 속에서 살아 숨쉬며 이 세상을 함께 떠돌아다니고 있다. 작품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작품 속에 살고 있는 두 예술가와 대화 주고 받는 것 같다.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영원하다. 


그 당시 뉴욕에서 함께 예술적 교류를 하며 함께 작업을 한 예술가들. 단체 사진에서 가장 윗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데이비드 호크니이다. 출처: 모니카


프랑스 중년 및 노년 패션 스타일


이제 나오려고 하니 입장객은 더욱 많아졌다. 일을 마치고 바로 온 사람들도 꽤 보였다. 옷차림이 매우 세련됐다. 뭔가 이쪽 계통에서 일하는 사람들처럼 보이기도 했다. 몇몇 그룹끼리 서로 모여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은 특별히 멤버들만 초대했다 보니 아무래도 옷차림을 괜찮게 하고 오지 않았을까 싶어서 주변 사람들의 패션을 눈여겨봤다. 프랑스는 미술관 및 음악회에 노인분들이 많이 찾는다.


노인들은 예술문화 생활을 적극적으로 누리고 즐기며 산다. 요즘 프랑스 사회 핫이슈인 연금개혁 및 반대시위도 그런 맥락이다. 빨리 은퇴해서 하루라도 빨리 국가에서 제공하는 노인 복지를 적극적으로 누리며 여생을 살고 싶어한다. 우리 모두는 노인이 될 수 있고, 자연의 흐름에 따라 그 누구도 노년기를 비켜갈 수 없다. 노년의 삶을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나이가 들어 할머니가 되어 세련되게 입는 것은 어떤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련된 할머니들은 우선 고급진 액세서리를 적재적소에 알맞게 잘 착용한다. 볼드한 골드 귀걸이, 목걸이, 반지, 팔찌... 주름 자글자글한 손일수록 고급스러운 장신구로 적절하게 치장할 것. 그리고 의외로 나이가 있음에도 굽이 조금 있는 구두도 잘 착용한다. 편한 운동화를 신기도 하지만, 약간의 굽이 있는 구두를 신어주면 세련되게 보인다. 은빛 머리칼은 단정하게. 화장은 연하게. 스카프도 적절하게 매치할 것. 블로치도 어울리는 것으로.


프랑스 사람들은 주로 검정, 회색, 인디고, 카키, 화이트 계통의 색상을 많이 입는다. 세련된 오피스룩을  6명가량의 직장인 무리를 발견했다. 모두 검정색 또는 인디고 색상이다.  여성은 구두가 특이했다. 그녀는 오늘 구두에 포인트를   같다. 절대 과하지 않다. 검정 바지, 검정 재킷,  블라우스, 붉은색 스카프, 어깨까지 오는 베이지색 머릿결, 화장은 간단히. 가방은 검정색 루이뷔통 . 절제되고 세련된 시크한 전형적인 프렌치룩 같아 보였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몸을 날씬하게 유지하는 . 그래야 어떤 옷을 입어도 엣지가 있다. 헤어에는 그렇게 많은 힘을 주지 않는다. 화장도 마찬가지로 가볍다. 프랑스 여성들은 성형을 거의 안한다. 자연스러운 미를 중요시 한다. 주름을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한국이었으면 보톡스, 필러로 주름을 피려고 할텐데 이곳 중년 여성들은 주름 또한 자연스러은 노화의 과정이라 받아들인다. 워홀과 바스키야 그림만큼이나 이곳에 모인 중년  노년의 패션 스타일도 나의 눈길을 꽤나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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