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프랑스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쓴다.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 게 5월이다. 올봄에 출간계약을 하면서 책 쓰기에 집중하느라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못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는 대신 매일 일기를 편하게 썼다. 매일 매일 글쓰기 소재는 많았다. 책 쓰는 와중에도 문화생활을 틈틈이 했다. 다양한 미술 전시를 보러 다니고, 음악회도 가고, 축제도 많이 참여했다.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대충이라도 글로 올렸으면 내 삶의 기록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지금 와서야 든다. 근데 아무래도 브런치에 글을 쓸 때는 블로그처럼 간단하게 쓸 수 없기 때문에 하나를 올리더라도 신경이 쓰이고 고로 시간이 꽤 소요된다. 아무래도 더 중요한 일에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었다. 하반기에 통신원 활동 등 일들도 생겼다. 하지만 앞으로는 브런치에 글의 완성도는 크게 생각하지 않고, 내 삶을 기록하기 위해 간단하게라도 내가 경험한 바를 가볍게 올려보려고 한다.
6월 한 달은 거의 아이 학교에 매여 있었다. 프랑스 초등학교는 6월에 행사가 너무 많은데, 모든 행사에 자원 봉사자로 다 참여했다. 학교 생활에 대해 잘 알려주지 않는 프랑스 학교라서 이럴 때라도 아이 학교에 깊숙이 들어가서 학교 생활 및 프랑스 교육 시스템에 대해 알고 싶었다. 각종 페스티벌 및 소풍에 일일이 따라다니며 참여하느라 몸이 힘들었지만 프랑스 교육 시스템을 더 잘 알게 되었다는 장점도 있었다.
7월 초에 방학을 했고, 7월 말 즈음부터 8월 말까지 5주 정도 한국에 있었다. 2년 만에 가는 한국행이라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됐다. 날씨가 장난 아니게 더울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로 폭염이 이런 폭염이 없었다. 올여름 파리는 서늘했다. 시원한 곳을 놔두고 굳이 폭염 소굴로 기어들어가는 것 같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부모님을 프랑스로 오시라고 할걸이란 생각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한국에 잘 갔다.
우진이가 많은 경험을 했고, 나도 다양한 경험을 했다. 5주 동안 매일 스케줄이 빡빡했다. 워터파크, 온천, 호텔 뷔페, 각종 맛집 탐방, 유명 셰프 식당 방문, 매일 저녁 준비, 서울 및 부산 각종 미술관 전시 관람, 피부 관리숍 및 마사지샵, 서울 방문, 청와대 관람, 출판사 미팅, 친척 및 지인 만남, 문화센터 강의 참여, 백화점 쇼핑, 해변 열차 탑승, 해운대 바닷가 물놀이, 서점, 학원 체험, 병원 진료 등 매일 바빴다.
그런 와중에 관찰자 시점으로 한국을 바라봤다. 파리에 산지도 6년이 넘었다. 그래서 프랑스 삶에 조금 익숙하기 때문에 내 나라를 가면 이제 양국을 비교하는 관점으로 바라보고, 한국이라는 나라를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럼 내가 2023년 여름에 한국에서 지내면서 느낀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기록 차원에서 간략하게 적어보려고 한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고, 그로 인한 주관적인 느낌과 생각이다.
1. 날씨
2021년 여름도 무더웠다. 근데 올해는 더 더운 것 같다. 습도가 매우 높다. 기후 위기가 피부로 와닿는다. 파리는 서늘했다. 심지어 춥기까지 했다. 비가 많이 내렸다. 이것도 기후변화로 인한 결과다. 더워야 하는데 춥다. 한국의 이러한 살인적인 폭염 날씨는 국가 경제에도 좋지 않다. 여름에 한국으로 관광을 오려는 외국인은 줄어들 것이다. 관광산업이 한 국가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 날씨가 이렇다면 여름 시즌 관광 특수는 힘들 것 같다. 태풍도 잦았다. 한국 도착하기 전에는 오송 지하도 홍수 사건 등 연이는 물난리로 사람들이 죽어갔다. 해운대 바닷가에 외국인이 많아야 하는데, 태풍이 부니까 다 막아놨다. 외국인들이 꽤 보이기는 했으나, 이렇게 태풍과 폭염이 매년 지속되면 외국인들은 한국을 부산을 찾지 않을 것 같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이다.
2. 포장지
이는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왠지 한국은 포장지가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프랑스에서는 포장지가 과하지 않은 것 같은데 한국은 하루에도 휴지통에 포장지 쓰레기가 넘쳐났다. 예를 들어, 쿠팡의 경우, 한국의 쿠팡이 거의 지배한다고 볼 수 있는데, 아파트 문 앞에 모두 쿠팡 가방이 놓여있었다. 쿠팡에서 주문한 물건은 회색 봉지에 싸여 있는데, 상품은 손바닥 만한데 회색 포장지는 엄청나게 크다. 10개 정도 주문하니 포장지가 수북하다. 그 외에도 편의점, 마트 등 물건을 사면 쓰레기가 유독 많이 생겼다.
한국에 살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는데, 프랑스 생활에 익숙해서 인지 그렇게 느껴졌다. 프랑스에서는 쓰레기 통에 들어가기 전에 재활용을 하는 습관이 있어서 아이는 각종 멋진 포장지를 버리지 않고 모아서 만들기를 하겠다고 했다. 이를 본 양가 할머니들은 의아하게 여겼다. 궁색하게 느끼시길래 프랑스 학교에서는 요구르트 병, 생수 뚜껑, 와인 마개, 아이스크림 나무 막대 등 각종 쓰레기를 재활용해서 멋진 작품으로 재탄생한다고 설명드렸다.
3. 아파트
여전히 고층 아파트가 적응이 되지 않는다. 부산 해운대 쪽에는 초고층 아파트들이 많다. 시그니엘, 엘시티 등 고층이 즐비하며, 이를 멋진 풍경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도 한다. 2년 사이 새 아파트들이 많이 생겼다. 고층이 대세인지 너도 나도 더 높이 짓겠다고 한다. 홍콩이 떠오른다. 홍콩에 살 때 유리창 밖으로 아파트들이 마치 병풍처럼 쫙 펼쳐져 있었다. 그때는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파리에 살다 보니 이제는 낮은 오스만 스타일 건축에 내 눈이 익숙해졌는데 고층 아파트들을 볼 때면 아찔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양도 모두 똑같다. 길쭉한 성냥갑 같기도 하고, 색상도 거의 회색 등 조금 우울한 색상이 많이 보였다. 마침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한국에서 한창이었는데 정말로 한국이 콘크리트 유토피아 세상으로 변한 것 같이 보였다. 저기 저 아파트 한 칸을 마련하겠다고 내 집 장만, 부동산 등의 키워드가 늘 화제다. 여전히 우리 시댁을 찾는 것은 미로 속에서 헤매는 것 같다. 단지가 엄청 커서 조금만 멀어져도 집을 찾기가 힘들다.
4. 학원
이번 여름에 만 7세인 아이를 한국에서 학원을 체험하게 했다. 태권도 학원과 수학 학원 두 곳을 다녔다. 솔직히 영어 학원이 잘 되어 있는 한국에 왔을 때 영어 학원도 경험하게 하고 싶었지만 오랜만에 한국 왔는데 가족과 많은 시간 보내야 할 것 같아서 하지 않았다. 수학은 학원이라기보다는 교습소였다.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 각개인에 맞춰 개별 학습 지도를 해주셨다. 시댁 근처에 있는 상가 건물에 두 곳이 있었다. 태권도와 수학이 붙어 있어서 두 곳을 신청했다. 건물에는 미술학원 3곳, 영어학원 3곳, 태권도 1곳, 음악학원 1곳, 이렇게 있었다. 만 5세에서 만 10세 정도 아이들이 주로 있었다. 아이들 신체 발달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외모만 봐서는 몇 살인지 가늠하기 힘든 세상이다. 몇몇 아이들에게 몇 살이냐 물어보니 대략 8세가 많았다.
매주 3일, 두 학원을 갔는데, 오후 1시 반부터 2시 반, 30분 쉬고, 3시부터 3시 50분 이렇게 다녔다. 처음 다녀보는 학원 문화에 아이는 금세 적응을 했다. 한국 친구들을 만나니 신이 난 모양이다. 나는 상가에 있는 간이 의자에 앉아서 아이를 기다렸다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2시간 반 정도 상가 건물에 왔다 갔다 하면서 아이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아이들은 대부분 이 더운 날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녔다. 힘들 텐데 다들 꼭 꼭 잘 쓰고 다닌다. 엄마가 단단히 일러서 이렇게 하는 것 같다. 수업 중에도 마스크를 착용한다. 심지어 태권도 수업인데 마스크를 착용하고 운동한다. 얼마나 더울까. 입을 가리는 아이들 모습이 안쓰럽다.
6살 정도 보이는 여자 아이는 태권도를 마치더니 바로 옆에 있는 미술 학원으로 직행한다. 또 다른 아이는 미술 학원에서 음악 학원으로 건너간다. 상가가 그들의 배움터이자 놀이터이다. 더운 날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실내에서 다양한 것을 배운다. 돌봄의 역할도 클 것이다. 엄마가 일을 하니 아이를 학원에 돌릴 수밖에 없다. 아이를 맡길 수도 있고, 그곳에서 뭐라도 배우니까. 그런데 학원비가 만만치는 않다. 태권도 주 3회 13만 원, 수학도 주 3회 13만 원이었다. 2개 다니면 26만 원. 게다가 영어 같은 경우는 이것보다 훨씬 더 비쌌다. 허리가 휘어진다.
한국의 사교육 현장에 있어보니 아이들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고작 6~8세인데 이 더운 여름에 마스크 끼고 이곳저곳 학원 투어를 하고 있다. 대부분 학원 방학은 고작 3~4일 정도. 무려 5주 휴가를 받고 온 우리 가족이 볼 때 4일이라는 숫자는 너무나도 작아 보인다. 지인 엄마가 말하길 이곳 상가 건물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순수하다고 했다. 이곳에 살면서 해운대 마린시티 쪽 학원으로 차량을 태워 보내는 엄마들도 많다고 했다. 여기서 순수는 소박하다는 의미이겠지. 그럼 서울은 더하겠지. 서울 안에서도 강남, 대치동은 더 하겠지.
지금쯤 프랑스 아이들은 산으로 바다로 놀러 가고 물놀이하고 모래놀이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텐데... 아니나 다를까, 프랑스로 돌아와서 친구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친구 집을 하나씩 방문하며 인사를 했는데, 다들 산으로 바다로 놀러 다녔다. 공부는 아주 조금 했다고 했다. 프랑스 엄마들은 "여름 방학이잖아"라며 이럴 때라도 휴식을 가져야지라고 했다. 한국은 여름휴가가 고작 5일 정도라고 했더니, 믿을 수 없다며 놀라워했다.
6. 커피 공화국
한국에는 커피숍이 참으로 많다. 물장사가 남는다고 하더니 정말이지 커피 원가는 얼마 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정말 많이 남길 것 같다. 커피 공화국이라는 이름답게 스페셜티 커피라고 적힌 카페도 많고, 면적이 작은 카페도 많고, 특색 있는 카페, 귀여운 카페, 이국적인 카페, 테이크 아웃만 카페 등 각양각색의 커피숍이 많았다. 인테리어도 개성 넘치고, 현대적이다. 에어컨은 빵빵하다. 다들 한 여름에 커피숍에서 자기 일을 한다.
프랑스는 아이스커피가 없다. 스타벅스에는 있는데 프렌치 카페에는 주로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한국에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많이 마시니 자연히 투명 플라스틱도 많이 나오고 환경에 악영향이다. 날이 너무 더우니 너도 나도 시원한 카페에 들어가 앉았다. 카페에 앉아 있는데 두통이 심해졌다. 나는 원래 두통이 잦은 편이긴 한데 그날따라 머리가 많이 아팠다. 커피숍 안은 공기가 좋지 않다. 밖이 너무 더우니 문도 창문도 모두 꼭꼭 닫아놨다. 그렇다 보니 실내 공기는 점점 안 좋아지고, 실내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이산화탄소도 마구 증가한다. 날씨가 사람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악순환이다. 카페를 나와서 찜통더위 속에서 길을 걸으니 그나마 두통이 완화되는 것을 느꼈다. 기후 위기는 정말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한국이 계속 여름에 이런 날씨로 가다가는 총체적 난관이다.
7. 한국 음식
머무는 동안 한국 음식을 주로 먹었다. 그동안 못 먹었던 중국집 음식은 원 없이 갔다. 특히 시어머니께서 먹는 것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셔서 시댁에서 매일 사육당하는 기분이었다. 어제저녁에 먹는 음식이 소화되지도 않았는데 다음날 아침 국수를 먹은 적도 있다. 오랜만에 한국에 왔으니 이것저것 많이 챙겨 먹이고 싶은 시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주는 대로 먹었다. 약 3킬로 쪘다. 이 찐 살들은 언제 또 뺄꼬... 한국 음식을 매일 3끼 챙겨 먹으면서 느낀 점은 한국 음식은 위에 좋지 않을 것 같다. 건강에 좋지 않은 것 같다. 우선 빨간 음식이 많다. 각종 밑반찬에는 고춧가루가 들어가고, 김치도 그렇고, 짬뽕 등 빨갛다. 위에 좋지 않다. 또한 국물 음식이 많기 때문에 식사 중 물을 섭취하게 되고, 이는 위에 좋지 않다고 들었다.
프랑스 음식 중에는 국물 있는 요리가 많지 않다. 이전부터 국물을 내서 만든 음식은 가난해서 음식 양을 불리기 위해 만든 음식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국물 요리를 내놓지 않는다. 또한 한국 음식은 주로 짜다. 나트륨이 많다. 반면 프랑스 음식은 식재료 본연의 맛을 중요시한다. 샐러드도 많이 먹고, 본식도 식재료 자체의 맛을 그대로 느끼도록 한다. 소스를 조금 곁들여 먹을 뿐이다. 그래서 프랑스 음식이 건강에는 더 좋다는 생각을 한다. 또한 프랑스 음식은 전식, 본식, 후식 차례로 먹는데, 한국 음식은 한 번에 이것저것 다 같이 뱃속에 집어넣는다. 반찬도 여러 가지 있고, 밥과 국이랑 함께 요이땅 같이 시작한다. 이것저것 배에 다 들어오기 때문에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다.
8. 쿠팡
커피 공화국을 넘어 쿠팡 공화국 같았다. 여기도 쿠팡 저기도 쿠팡. 쿠팡을 사용해 보니 쿠팡을 안 사용할 수 없게 해 놨다. 우선 2년 전에 비해 결제 시스템이 매우 간속해 졌다. 대게 온라인 쇼핑은 절차가 길고 복잡하면 하다가 짜증이 나서 그만두게 된다. 그런데 결제 시스템을 간소화하니, 자꾸 쇼핑하고 결제하게 된다. 그리고 쿠팡에는 없는 게 없다. 설마 이런 것도 있을까 싶어서 검색어에 글자를 쳐보면 떡하니 나온다. 별의 별게 다 있다. 정말 한국은 살기 편한 나라이다.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물건이 다음날 도착해 있다. 배송은 또 어찌나 빠른지. 배송도 확인가능하고, 택배 기사님이 배송 완료했다는 문자까지 친절하게 주신다. 심지어 아파트 앞에 놔두고 갔다고 사진도 찍어서 보낸다. 프랑스 사람이 쿠팡 시스템을 한번 경험하면 아마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것 같다.
9. 식당
한국에도 식당이 많다. 외식비가 많이 올랐다고는 하나 프랑스에 비하며 아직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한 끼 해결하는데 만원 정도면 할 수 있는데도 많고, 이는 프랑스에서는 사실 만원으로 한 끼 제대로 해결하기는 힘들다. 15000원 정도면 괜찮게 식사하는데, 10유로로 프랑스에서 식당에서 먹기는 조금 힘들다. 아주 간단하게는 가능하지만 점심 한 끼는 대략 최소 20유로는 잡아야 한다. 식당도 많고, 배달도 가능하고, 식당 서비스도 너무 좋다. 그리고 앉으면 음식이 금방 나온다. 떡볶이, 김밥, 순대 등도 쉽게 포장해서 집에서 먹을 수 있다. 먹는 것은 확실히 한국이 편하다.
10. 한국 패션
한국 사람은 유행에 민감하다. 이것이 유행이면 누구나 유행을 따라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으로 크록스 신발이다. 처음 한국에 도착해서 아이들인 신발에 비쥬를 잔뜩 달고 있어서 이게 뭔가 싶었다. 모양이 다양한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신발에 달고 있었다. 어른들도 많이 신고 다녔다. DIY라서 자기가 원하는 액세서리를 자기 신발에 직접 달고 다녔다. 거리에는 거의 이 신발을 신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확실히 남이 하면 나도 하겠다는 심리가 있는 한국인이다. 만약 프랑스였으면 남이 신었기 때문에 나는 안 신는다. 똑같이 따라 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각자의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랑스다.
이즈미야끼 카피 옷을 입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다. 물론 진짜 것일 수도 있는데 카피라고 생각한 이유는 이즈미야끼 카피를 파는 가게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시댁 근처에 큰 쇼핑몰이 있는데 이 옷을 팔고 있는 가게가 한 두 곳이 아니었다. 젊은 세대부터 나이 드신 분까지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이즈미야끼 카피 옷을 잘 차려입고 다녔다. 옷이 비슷하고, 패션이 비슷하다. 누구 하나 나는 이렇게 좀 튀게 입겠다는 사람은 잘 보지 못했다. 부산 한 동네에서만 다닌 것이라 단정 짓기는 힘들긴 하지만 최소한 내가 5주 동안 보냈던 동네에서는 그랬다. 서울 강남, 압구정 가면은 개성 넘치는 젊은이들이 많을 것 같기는 하다. 명품 카피 옷도 너무 많았다. 사람들이 샤넬, 디올, 셀린 등 카피 옷, 가방, 신발, 액세서리 등을 많이 하고 다녔다. 티가 안나는 것도 있었고, 티가 나는 것도 있었다. 시어머니께서 이즈미야끼 카피를 사주셨는데 프랑스 돌아와서 지인 저녁 식사 초대 받아 입고 갔더니, “와 모니카! 이즈미야끼 멋지다!“라고 했다. 참고로, 프랑스에는 카피가 없다.
11. 빵
빵집이 많다. 주로 파리 바게트가 많고, 뚜레쥬르도 곳곳에 있었다. 프랑스처럼 개인 빵집은 그리 많지는 않았다. 결국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빵집은 독점하는 것 같다. 부산에는 옵스와 겐츠 빵집이 유명하다. 이곳에 갔더니 다양한 종류의 빵집이 있었는데 가격이 꽤 했다. 프랑스가 조금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 한 끼에 맞먹는 빵값이다. 물가도 많이 올랐다.
12. 물가
한국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거 같다. 프랑스도 많이 올랐는데 그래도 고기 가격은 괜찮다. 한국은 많이 올라서 고기 사 먹기도 그렇다. 과일이 너무 비쌌다. 프랑스는 수박 한 덩이에 15,000원 정도면 사 먹을 수 있는데, 그 이하도 가능하고, 한국은 3만 원 이상이었다. 좋은 수박은 5만 원 정도 했다. 양가 어머니들은 오랜만에 손주가 왔다고 좋은 과일만 사다 먹이셨다. 수박 한 덩이에 5만 원 6만 원 하길래 너무 놀래서 어머니께 과일 안 먹어도 되니, 사지 마시라고 했다.
13. 화장품
한국인들은 피부를 잘 가꾸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다들 나이에 비해 피부가 좋다. 반면 프랑스는 자연주의 미인이라며 피부에 주름이 자글 자글 해도 그대로 놔둔다. 감추려고 하지도 않고, 보톡스 같은 것도 맞지 않는다. 반면 한국은 마스크 팩도 자주 하고, 저렴하면서도 기능이 좋은 화장품도 다양하다. 미백, 주름 개선 등 기능성 화장품도 다양하다. 한국인들이 피부가 하얗고 좋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피부 관리실도 많이 보였다.
프랑스에서는 피부에 신경을 거의 안 썼다. 약국에서 파는 화장품을 그냥 사서 대충 발랐다. 피부가 많이 안 좋아졌다. 양가 어머니들은 내가 한국에 있는 동안 내 피부 개선에 신경을 쓰셨다. 좋은 화장품도 많이 사주셨다. 5주 있는 동안 내 피부는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 건조했던 피부가 촉촉해졌다. 물론 날씨 탓도 있다. 건조한 나라에서 습한 나라로 오니 그런 것도 있다. 다시 프랑스로 돌아오니 피부가 건조하다. 눈썹 문신도 많이 한다. 남성들도 눈썹 문신 많이 하고, 머리숱 많아 보이는 시술도 한다. 외모 관리에 신경 쓰는 한국인. 한국 사람은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이는 사람이 많고, 프랑스는 나이에 비해 늙어 보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프랑스에 돌아와서 지인들이게 한국 화장품 및 마스크 팩을 다 돌렸는데 한국 화장품 너무 좋다며 만족한다. 한국은 뷰티 강국이다.
14. 병원
전화해서 예약하면 며칠 후 내가 원하는 진료가 가능하다. 소아과는 예약 안 받는다며 그냥 오라고 했다. 유명한 병원이 있는데 프랑스에서 전화 예약 때는 내년까지 예약 찼다고 안된다고 했는데, 방문해서 해외에서 왔다고 하니까 예외적으로 특별히 상담받고 검진까지 해줬다. 정말 빠르고 간편하게 진료가 가능한 어메이징 메디칼 코리아다.
15. 다이소
다이소는 사랑이다. 쿠팡의 오프라인 버전이라고 할까. 정말 가격이 착하고 제품이 다양하다. 이곳에서는 나도 모르게 손에 들고 있는 장바구니에 물건이 차곡차곡 쌓인다. 1000원의 행복, 1유로도 안 하는 제품인데 어찌 그냥 지나치랴.
16. 학용품
프랑스는 학용품이 천편일률적이다. 대부분 같은 브랜드라서 이름을 꼭 써야 한다. 한국은 문구류가 너무 다양하고 신기한 게 많다. 이번에 내 마음을 사로잡은 문구류는 당근 샤프, 수박 샤프, 옥수수 펜 등 각종 야채 모양 펜이다. 10개씩 묶음으로 사 왔다. 프랑스 아이들 주려고. 다이소에서 파는 연필깎이는 단돈 2000원인데 디자인도 세련되었고, 성능도 좋고, 심지어 2가지 기능이 있다. 우진 친구들 주려고 7개 정도 샀다. 프랑스 오자마자 친구들 줬는데 하나같이 모두 좋아했다. 프랑스에는 샤파 같은 연필깎이가 없다. 작은 연필깎이를 일일이 손으로 돌린다. 눈썹 펜슬 깎이를 떠올리면 된다. 다들 마치 신문물을 본 듯한 반응이었다. 연필 깎을 때 나오는 나무밥을 유리통에 가득 모았다. 한 친구는 집에 있는 모든 연필을 꺼내오더니 연필깎이 돌리는 게 너무 재밌다 했다. 가성비가 너무 좋다. 이렇게 반응 좋을 줄 알았다면 연필깎이 더 사 올 걸… 프랑스에서 문구류 장사해볼까…
이 외에도 더 있을 텐데 생각이 나면 업데이트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