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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Oct 31. 2020

키즈 카페는 어디가면 있어요?

프랑스 아이들의 아날로그식 놀이 문화

파리에 도착해서 근 1년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집안에만 있었다. 한국에 있는 지인이 “파리는 어때?”라고 물어보면, 여기가 파리인지 한국인지 모르겠다고 답변을 하곤 했었다. 정말로 한국인지 프랑스인지 모를 정도로 집안에만 있었던 이유는 우선 밖에 나가는 것이 겁이 났기 때문이다. 말도 안 통하고, 초반에 도둑을 당하고, 인종차별도 여러 번 당하니 집안에 있는 것이 가장 마음이 편했다. 날씨가 조금씩 풀리는 봄이 되자 나는 아이를 데리고 공원에 가기 시작했다. 공원에 가면 아이는 좋아하지만 우리 아이가 모래를 잔뜩 묻히고 노는 것이 불편했다. 한국에 가면 키즈 카페가 많다. 뽀로로, 핑크퐁, 콩순이 등 인기 캐릭터로 꾸며진 실내 놀이 시설이 많다. 홍콩에도 각 아파트마다 클럽 하우스라고 하여 각종 부대시설이 아주 잘 되어 있다. 실내외 수영장, 헬스클럽, 독서실, 공부방, 체육시설, 영화관, 그리고 플레이룸이라고 하여 시설이 아주 좋은 어린이 놀이방이 설치되어 있다. 홍콩에 살 때, 아이가 6개월 즈음부터 아파트 단지의 플레이룸에서 이웃 엄마들과 플레이 데이트를 했었다. 엄마도 편하고 아이도 좋아했다. 이렇게 아시아 문화권에는 어린아이들을 위한 실내 놀이 시설이 매우 잘 되어 있다. 한국 방문했을 때, 서울에서 친구들을 만났는데 어린 아기가 2명이 있었기 때문에 만남의 장소를 키즈 카페로 하였다. 웬만한 커피숍 못지않게 잘 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랬다. 

프랑스에는 곳곳에 야외 놀이터가 매우 많다. 놀이터 주변에는 나무 등 녹지가 잘 조성되어 있다.

프랑스 파리에는 이런 실내 놀이 시설이 거의 없다. 몇몇 군데 있다고는 들었는데 가려면 차를 끌고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프랑스 아이들은 주로 공원에서 논다. 파리의 반은 베이지 색이고 반은 녹색이다. 베이지 색은 오스만 스타일의 파리 특유의 건물의 색상이고, 녹색은 말 그대로 나무들이다. 파리는 도시 조경을 매우 중요시하는 도시로써 그만큼 녹지가 매우 잘 되어 있다. 각 공원에는 만 3세에서 만 8세 정도의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미끄럼틀을 비롯한 각종 놀이 기구들이 잘 설치되어 있다. 모래 가득한 공간도 있는데 이곳에서 아이들은 맨발로 들어가서 모래를 가지고 논다. 모래 속으로 손과 발을 묻어버리기도 하고, 머리에는 흙모래를 뒤집어쓰기도 한다. 모래사장 위로 기어 다니는 벌레도 보이고 벌도 날아다닌다. 나는 도저히 우진이를 모래에서 놀게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는 마치 보디가드가 된 것처럼 우진이 옆에 바짝 붙어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그에 반해 프랑스 아이들의 부모 또는 보모들은 각자 벤치에 앉아서 책을 보거나 쉬고 있었다. 아이가 모래 위에서 모래를 뒤집어써도, 옆에 벌레가 있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한국이었다면 온몸에 모래를 가득 묻혀가며 노는 것을 부모들이 크게 반기지 않는다. 대신 키즈 카페처럼 청결하게 잘 정리되어 있는 실내 놀이 시설을 더 선호할 것이다. 나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더러워질까 봐 아이가 뛰어노는 내내 물티슈를 들고 다니면서 일일이 손을 닦아주었다. 프랑스 인들은 이런 나를 안타까운 눈초리로 바라보겠지만 할 수 없다. 그들처럼 아무리 벤치에 앉아서 신경 끄고 있어보려 했지만 한국인 엄마인 나는 그게 잘 되지 않았다. 

파리에서 3년 정도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키즈 카페라는 곳을 가본 적이 없다. 그냥 늘 공원에서 미끄럼틀을 타거나 가끔 기분이다 싶으면 1회에 1.5유로 정도 하는 회전목마를 태우며 놀았다. 늘 자연과 함께 하고 초록색을 많이 보며 야외 잔디밭을 맨발로 뛰노는 프랑스 아이들… 아마도 파리 살이 5년쯤 되면, 나도 아이를 그들처럼 야외에서 맨발로 뛰놀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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