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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May 11. 2021

코로나도 막을 수 없는 프랑스 사람들의 책 사랑

독서는 삶이다(Lire, c’est vivre)

봉쇄령 기간에도 공공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프랑스 사람들

'세계 책의 날' 독서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


프랑스는 코로나 19의 3차 대유행으로 인해 4월 3일(현지 시간)부터 한 달 동안 3차 봉쇄령에 들어갔다. 작년 3월~5월, 10월~12월에 이은 세 번째 전국 봉쇄령이다. 이번에는 학교도 문을 닫았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의 경우 3주,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경우 4주 동안 휴교했다. 


3차 봉쇄령 기간 식료품점, 병원, 약국 등을 포함해 서점 및 일부 공공 도서관이 필수 영업장으로 지정됐고 그 외에는 모두 문을 닫았다. 프랑스 서점은 1차 봉쇄령 때 전면 중단됐고, 2차 봉쇄령 때는 온라인 판매만 허용됐다가, 시민들의 빗발친 요구로 인해 올해 2월에야 필수 업종으로 변경됐다.


시민들은 정부를 향해 “독서는 삶이다(Lire, c’est vivre)”라고 외쳤다. 그만큼 프랑스인들에게 독서란 먹는 일만큼이나 삶에 있어 필수적이다.


지난 23일에 맞이한 '세계 책의 날'을 기념해서, 프랑스인에게 책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프랑스 독서 문화와 공공 도서관은 어떤지 알아봤다.


프랑스 문화부(Ministère de la Culture)에서 2015년에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 전국에 등록된 공공 도서관(국공립 및 지자체 등)은 약 16,300곳이다. 이는 프랑스 국민의 80% 이상이 이용 가능한 공공 독서 공간이다. 그중, 프랑스 국립 도서관(BnF)과 공공 정보 도서관(BPI)은 문화부의 직접적인 감독하에 운영된다.


최근 필자는 뇌이쉬르센 롱샴 메디아테크(Médiathèque Longchamp Neuilly-Sur-Seine)를 찾았다. 이곳은 시에서 운영하는 공공 도서관으로서 책뿐만 아니라 CD, DVD와 같은 각종 음반 및 영상물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그래서 프랑스어로 도서관이라는 뜻의 비블리오테크(Bibliothèque) 대신 매스미디어 자료관이라는 메디아테크(Médiathèque)라고 불린다. 물론, 책도 다양하게 소장하고 있다. 

◆ 뇌이쉬르센 롱샴 메디아테크(Médiathèque Longchamp Neuilly-Sur-Seine) 전경 ⓒ모니카 박


봉쇄령 기간에는 동네 주민들이 책을 대여해서 집에서 읽을 수 있도록 대출 및 반납 서비스만 제공한다. 책 대여는 가능하지만 도서관 이용은 불가능해서 책을 직접 만질 수 없도록 막아 뒀다. 도서관 입구의 테이블 위에 진열된 책 위주로 대여할 수 있으며, 원하는 책의 제목을 말하면 사서가 직접 가서 책을 찾아온다. 


하루에 최대 20권 대여할 수 있고 대여 기간은 한 달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사서 셀린(Céline) 씨에게 시민들이 어떤 책을 주로 대여하고, 어떤 연령층이 주로 오는지 물어봤다.


"프랑스인들은 책을 많이 읽는 편입니다. 소설을 가장 많이 대여하고, 그다음으로 정치, 역사 관련 서적을 주로 찾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책을 대여해갑니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각 연령층이 고르게 옵니다. 특히, 이번 3차 봉쇄령 때는 모든 학교가 문을 닫는 바람에 어린이들과 학생들도 많이 와서 책을 대여해갔습니다. 봉쇄령이 끝나면 재개방할 예정입니다. 팬데믹 이전에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 사서 셀린(Céline) 씨와 봉쇄령 기간 도서관 운영, 시민들의 책 대여 관련, 프랑스인들의 독서 문화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모니카 박


◆ 봉쇄령 기간에는 도서관 입구 테이블 위에 있는 책 위주로 대여할 수 있다. ⓒ모니카 박


이곳은 2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층에는 아동 도서와 일반 도서, 2층에는 각종 신문, 잡지 등 간행물과 음반, 악보, DVD 등 미디어 자료가 많다. 


책을 대여하러 왔다는 7살 에밀((Émile)은 “학교에 가지 않는 3주 동안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읽을 수 있어서 참 좋아요”라고 말했다. 에밀은 팬데믹 전에는 부모님과 함께 도서관을 찾아 동화책 코너 바닥에 앉아서 다 같이 책을 읽곤 했다. 


동화책 코너에는 나이별, 외국어별로 책이 구분돼 있으며, 아이들이 손쉽게 책을 찾아볼 수 있도록 책이 담긴 여러 상자를 바닥에 진열해 놓았다. 

◆ 동화책 코너에는 아이들이 쉽게 책을 꺼내 볼 수 있도록 책을 담은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모니카 박


팬데믹 기간, 집에서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음반 및 영상물 대여 율도 증가했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2층 미디어실에는 CD, DVD 등 음반, 영상물이 많이 있다. ⓒ모니카 박


프랑스는 대형 서점뿐 아니라, 동네 곳곳에 독립 책방이 많다. 책방은 단순히 책을 사는 곳을 넘어 책을 매개로 책방지기와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지성을 나누는 문화 공간이기도 하다.


꼭 새 책을 사서 읽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벼룩시장에서 파는 저렴한 중고 책도 많이 찾는다. 필자가 파리 16구에 살던 당시, 동네에 작은 성당이 있었는데 성당에 낡고 허름한 어린이 도서관이 있었다. 동네 아이들이 이곳에 옹기종기 모여서 손때 묻은 책을 열심히 읽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동네 곳곳에서 중고 벼룩시장도 자주 열렸는데, 자녀와 함께 저렴한 중고 책을 고르는 부모들이 많았다.


프랑스 시민들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동네 공공 도서관과 벼룩시장에 드나들며, 읽고 싶은 책을 자유롭게 읽고 자연스레 책과 가까워지는 경향이 한국보다 짙은 편이다. 이렇게 어릴 적부터 형성된 독서 습관은 삶의 일부가 되어, 인생을 살아가는 데 많은 힘이 된다. 이번 팬데믹을 겪으면서 프랑스인들의 삶에 있어 책의 의미는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프랑스 국립 도서 센터(CNL)가 2021년에 발간한 '프랑스인과 독서'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최소 한 권의 책(전문적인 독서와 아이들에게 읽어준 책 제외)을 읽은 프랑스인은 86%를 차지했고, 지난 한 해에 한 사람당 평균 18권(종이책 15권, 전자책 3권)의 책을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 지난 한 해 동안, 최소 한 권의 책을 읽은 프랑스인은 86%이며, 프랑스인 한 명당 평균 18권(종이책 15권, 전자책 3권)을 읽었다. ⓒ프랑스 국립 도서 센터(CNL)


한국과 프랑스 양국의 종합 베스트셀러 10위 권에 진입한 책을 비교해보면, 한국은 부동산 및 주식같이 돈과 관련된 책과 자기 계발서가 많지만 프랑스는 각종 장르의 소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만화책도 인기가 많다. 프랑스인들이 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목적성보다는 재미라는 요소가 더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프랑스인들에게 인기 있는 서적은 1위가 소설, 2위가 실용서 및 취미서, 3위는 역사서, 4위는 만화로 집계됐다. ⓒ프랑스 국립 도서 센터(CNL)


한국은 소위 ‘책 육아’가 트렌드로 자리 잡아, 어릴 적부터 책을 읽는 아이가 공부도 잘하고 학교 성적도 좋다며, 아이가 태어나면 값비싼 전집으로 거실 한 면을 가득 채워서 아이가 책을 많이 읽도록 한다. 이는 책 읽기가 교육 시장에서 또 하나의 경쟁이 되고,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하기 쉽다.


어릴 적부터 독서를 공부, 성적 및 대학 진학과 연관 짓기보다는 자유롭게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환경을 각 가정과 사회가 함께 만들어 갈 때, 우리는 독서의 진정한 재미와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세계 책의 날'을 맞이해 다 같이 생각해보면 좋겠다.


[EBS 글로벌 뉴스에 게재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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