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재] 프랑스 국립행정학교 폐지에 대한 현지 반응 <2>
국가 발전을 위해 인재 양성 기관은 필요
공립과 사립 학교의 학력 격차 커
ENA 폐지를 통해 바라본 그랑제꼴. 프랑스의 소수 정예 고등 교육 기관인 그랑제꼴(Grandes Écoles)은 어떤 곳일까? 유럽 최고 상경계 그랑제꼴 중 하나인 에덱 비즈니스 스쿨(EDHEC)에 재학 중인 학생을 만나서 그랑제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상경계 그랑제꼴 EDHEC에 재학 중인 디드릭 씨 ©모니카 박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에덱 비즈니스 스쿨(EDHEC)에서 기업 금융을 전공하고 있는 디드릭(Diederik, 22세)이라고 합니다. 3학년에 재학 중이며, 현재는 프랑스와 가까운 나라, 룩셈부르크에서 금융 회사 인턴쉽을 하고 있습니다. 교환학생 또는 인턴쉽 6개월 중에서 하나를 이수해야 하는데 인텁십을 선택해서 하고 있습니다.
Q. 그랑제꼴은 어떤 곳이며,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프랑스에 그랑제꼴은 많이 있습니다. 정치 행정, 경영, 공학, 군사 등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한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소수 정예 고등 교육 기관입니다. 주요 특징은 의학과 법학 분야는 없다는 점입니다. 의학과 법학을 전공하고 싶으면 일반 대학교에 진학해야 하지요.
매년 수천 명의 학생들이 그랑제꼴 입학시험에 응시하지만 단 1/3만 입학시험에 통과합니다. 그랑제꼴은 학생들에게 매우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그랑제꼴을 졸업하면 사회에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습니다.
Q. 그랑제꼴의 장단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제가 생각할 때, 그랑제꼴의 가장 큰 장점은 네트워크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와 같이 상경 계열, 즉 비즈니스 스쿨의 경우에는 네트워크, 소위 인맥이 중요합니다. 저는 기업 금융을 전공하고 있는데, 이런 금융권은 네트워크가 더욱 중요하며, 그랑제꼴이 가진 네트워크의 힘이 매우 도움 됩니다. 그리고 우수한 교수진과 양질의 교육 과정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단점으로는 아무래도 비싼 학비를 꼽을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일반 대학교는 학비가 거의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랑제꼴은 학비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Q. 그랑제꼴 중의 하나인 ENA 폐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랑제꼴은 프랑스 사회에 필요한 기관인가요?
ENA는 정치 행정 분야 그랑제꼴 중에서는 가장 우수한 교육 기관입니다. 현재 마크롱 대통령을 포함해 4명의 대통령을 배출했지요. 장 카스텍스 현 국무총리도 같은 학교 출신입니다. ENA를 졸업하면 고위 관료가 되는 보증 수표를 얻는 셈이지요. 그들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니까요. 그랑제꼴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인 네트워크의 힘이 작용하는 셈이지요.
ENA는 ‘테크노크라시(Technocratie, 기술관료제. 테크인 '기술'과 크라시인 '통치·권력'의 합성어)’의 산실이라며 오랫동안 비판의 대상이었습니다. 공무원, 과학자, 엔지니어 등 전문가 출신 집단이 한 사회를 통치하고 지배하는 구조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문제점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그랑제꼴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라에서 우수 인력을 양성하고 배출하여 사회에 큰 역할과 기여를 하는 것은 국가 발전에 있어서 중요합니다. 물론, 일반 대학 중에서도 좋은 대학이 많습니다. 의학과 법학을 전공하려면 일반 대학교로 진학해야 하지요. 하지만 상경계, 특히 금융권에서 일하고 싶다면 사회에서 더욱 인정을 해주는 그랑제꼴이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Q. 프랑스에서 유치원부터 그랑제꼴까지 교육을 받은 학생으로서 프랑스 교육의 특징 및 장단점 등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어요?
프랑스 교육은 대개 평등하다고 합니다. 그것은 ‘기회의 평등’을 의미합니다. 누구든지 원하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줍니다. 하지만 공립 학교와 사립 학교 학생들 간의 학력 수준 차이가 꽤 있습니다. 저는 공립 학교와 사립 학교를 다 경험했기에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공립 학교의 문제점으로 학력 저하가 대두되고 있는데요, 영어 수업 시간도 적은 편입니다. 고등학교에 가면 학력 격차가 확연히 벌어집니다. 결국 경제적인 여유가 있고, 자녀 교육에 관심이 높은 부모들은 자녀를 사립 학교에 보내려고 합니다.
Q. 코로나19로 인해 대학생들이 학업을 비롯해 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어떤가요?
그랑제꼴 학비는 적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온라인 수업을 듣고, 아르바이트도 못하는 등 경제적으로 힘들어했습니다. 정신적으로도 고립되어 힘들었지요. 말씀 드렸듯이, 그랑제꼴 비즈니스 스쿨의 가장 큰 장점은 네트워크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갈 수 없고, 교수진 및 학생들간 교류가 없어지니 매우 힘들었습니다.
Q. 한국에 교환학생을 가고 싶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여러 나라 중에서 왜 한국을 희망하는지요?
저는 기업 금융을 전공하고 있는데, 한국은 금융이 발전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제 친구가 연세대에서 교환학생을 했었는데요, 한국은 대학생들이 매우 친절하고, 도시가 깨끗하며, 빠르게 발전하는 다이나믹한 나라라고 했습니다. 물론 뉴욕, 런던 등 금융이 발달한 다른 도시들도 많이 있죠. 하지만 저는 아시아 국가를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홍콩, 상해 등도 금융이 발달했지만, 저는 중국보다는 한국을 선호합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교환학생을 가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이후에 기회가 된다면 한국 교환학생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상경계 그랑제꼴 EDHEC 홈페이지 ©EDHEC 공식 홈페이지
내년 ENA 폐지 발표를 통해 프랑스 소수 정예 고등 교육 기관인 그랑제꼴에 대해 알아보았다. 한 나라의 경쟁력은 교육 기관의 발전과 우수한 인재 양성에서 출발한다. 그랑제꼴의 순기능은 프랑스 사회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것이 변질되거나 역기능을 초래하면 시민들로부터 비난과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한국도 서울 명문대와 지방대의 간격이 커지고 있고, 자사고 폐지가 논란이 되고 있는 요즘, 프랑스 고등 교육 기관의 역할 및 폐지는 한국 교육계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다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다.
[EBS 글로벌 뉴스에 게재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