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유치원의 '한국 수업'

by 모니카

코로나19 이후 인종차별 사건 증가

다인종 및 다문화 교육은 유치원에서부터

학교와 가정의 관심과 노력 필요


전 세계 곳곳에서 인종차별 관련 사건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특정 인종을 향한 혐오 발언과 차별, 폭행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UN(국제연합)은 매년 3월 21일을 '세계 인종차별철폐의 날'로 정했다. 이에 프랑스는 지난 3월 21일부터 28일까지 '인종차별 및 반유대주의에 반대하는 교육 및 행동 주간(La Semaine d'éducation et d'actions contre le racisme et l'antisémitisme)'으로 정하고 자유, 평등, 박애의 가치를 옹호하는 모든 기관 및 파트너와 가치 실현을 위한 약속을 강조한 바 있다. 학교에서는 이와 관련된 교육을 학생들에게 시행하고 있지만, 인종차별 사건은 교내 및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인종의 다양성 및 다문화 교육은 유치원(만 3세~5세)에서부터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 유치원 때부터 교육을 해야 어린 시절에 형성되기 쉬운 각종 편견과 고정관념을 더욱 손쉽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현지에서는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동양인 아이들이 다른 친구들로부터 인종차별적 언행을 경험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필자의 아이도 유치원에서 다른 반 친구들로부터 중국인이라고 놀림을 받은 적이 있다.


이런 아이들은 무작정 나무라기보다는 이 연령대 아이들은 다른 나라와 인종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지 못해서 비롯된 언행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잘 알려줘야 한다.


지난 1일(현지 시각), 필자는 한복을 입고 프랑스 유치원에서 'Présentation de la République de Corée(한국 소개)' 수업을 약 1시간 정도 진행했다.


한국의 위치와 지리, 한복, 음식, 한글 등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해 유치원 아이들 수준에 맞게 수업을 진행했다. 한복을 입고 등장하니 여자아이들은 한복이 겨울 왕국에 나오는 공주 드레스 같다며 이리저리 만져보고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옆 반 선생님들도 한복을 보겠다며 몰려들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한복은 언제 어떻게 입는 옷인지 설명해줬다. 한복은 한국 전통 의상으로 명절 또는 결혼식 등 특별한 날에 입으며, 특히 한국에서는 아이가 만 1살이 되면 한복을 입는다고 얘기해줬다. 돌잔치 때 한복 입은 아이 사진을 보여주니 모두들 귀엽다며 소리를 질렀다.


아이들에게 한국에 가본 적이 있는지 물었더니, 선생님 2명을 포함해서 아무도 가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어린 아이들이라 금세 지루해할까 봐 퀴즈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필자의 아이가 직접 그린 그림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면서 한국에 가려면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좋은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등 퀴즈를 냈다. 아이들은 서로 맞추겠다며 손을 여기저기서 들었다.


56e8cce1-4402-430b-af4d-8a26c4973e5d.png

◆프랑스에서 한국까지 가기 위해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가장 좋은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그림으로 된 퀴즈를 내고 있다. ©모니카 박


1f33727a-f326-4da1-bd34-6295f6f49b24.png

◆한국에서는 아이가 태어난 지 1년이 되면 한복을 입고 돌잔치를 한다고 설명하며, 이때 입는 한복에 대해 보여줬다. ©모니카 박


전 세계에 다양한 음식과 식문화가 존재하듯 한국도 전통 식사 문화가 있는데, 한국인은 김치를 먹는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어를 소개했다. 프랑스인은 프랑스어를, 미국인은 영어를 사용하듯이 나라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데 한국은 '한글'을 사용한다고 알려줬다.


한국어책을 여러 권 나눠주며 보여주니 글자가 신기하게 생겼다며 아이들은 눈을 반짝거리고 책을 유심히 살펴봤다. 선생님도 언어에 관심이 많은지 한국어와 중국어 및 일본어의 차이점에 대해 궁금해했고, 수업 시간 내내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큰 관심을 보였다.


cf995071-f349-4aad-a2c2-bbfb2fd8d819.png

◆친구들에게 한국어책을 보여주는 우진 어린이 ©모니카 박


수업이 끝나고 초코파이를 다 같이 나눠 먹으며 어떤 맛이냐고 아이들에게 물으니 "초콜릿 맛 마시멜로 같아요! 맛있어요!"라고 환호했다. 간식을 다 먹은 후, 한국 동요를 들으면서 흥겨운 시간을 잠시 가진 뒤 '한국 수업'을 마무리했다.


918397c7-c08f-4760-b646-200face679a5.png

◆다같이 간식을 먹기 전에 초코파이를 보여줬다. ©모니카 박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한국이란 나라를 한국인 엄마가 직접 소개해줘서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며 감사를 표했다.


그날 저녁, 학부모 그룹 단체 채팅방에는 여러 개의 글이 올라왔다.


"료하가 유치원에서 한국에 대해 배웠는데, 매우 재미있었다며 얘기해줬어요. 한국 과자도 맛있었대요. 한국을 알려줘서 고마워요."


"사샤가 오늘 유치원에서 한국어책을 봤는데 글자가 신기하게 생겼대요. 한국어가 아름답게 들렸대요. 아이가 우리 가족에게 한국에 관해 설명해줬어요. 기회가 되면 한국에 꼭 가보고 싶어요."


"유럽 다른 나라는 아이들에게 종종 설명해줬는데, 아시아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잘 몰랐어요. 첫째 아이는 가족이 해외여행을 같이 다니면서 전 세계에는 다양한 나라가 있고, 다른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는데, 둘째는 팬데믹으로 인해 프랑스에만 줄곧 있었어요. 오늘 아이가 마치 한국을 여행한 것 같아요. 고마워요."


필자는 포르투갈, 모로코, 아르헨티나, 미국, 독일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학부모들에게 "수업 시간 내내 아이들의 눈이 매우 반짝거렸어요. 모든 아이가 총명하고 아름다웠어요. 아이들이 나와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며, 내가 쓰는 언어와 다른 언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놀라워하고, 신기해하며, 기뻐했어요. 한국을 알릴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지난해 12월 7일 유네스코에서, 그해 5월에 출범한 한국 주도의 '연대와 포용을 위한 세계 시민교육 우호 그룹'이 제출한 '인종차별 반대' 결정문이 만장일치로 채택된 바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특정 인종에 대한 편견 및 혐오, 차별은 반인권적 행위이며 이에 맞서 세계 시민교육은 더욱 중요해졌다.


학교 및 가정에서 조금만 관심을 갖고 유치원 때부터 아이들에게 인종 및 문화의 다양성에 대해 알려준다면 청소년기 또는 성인이 되어서 발생하는 타 인종에 대한 혐오와 차별 문제를 다소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세계 시민교육의 첫걸음이 아닐까 다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다.


[EBS 글로벌 뉴스에 게재되었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랑제꼴 재학생 인터뷰…"큰 장점은 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