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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수 Feb 13. 2023

심리검사를 받았어요 2



MMPI2에 이어서 TCI 검사 결과를 기록합니다. TCI는 기질 및 성격검사예요. MMPI2가 현재의 심리 상태를 면밀하게 보여주는 도구라면, TCI는 이름 그대로 사람의 타고난 기질과 후천적인 성격을 나눠서 보여줍니다. 성격은 후천적인 거라 변할 수 있어요. 해석해주신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MBTI도 '성격유형검사'이기 때문에 유형이 바뀔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TCI는 MBTI처럼 알파벳으로 된 유형이 나옵니다. MHL-MMM 같은 식으로요. 


다만 MBTI 유형은 스몰토크 주제로 널리 쓰이지만, TCI 유형은 그러기 힘든 것 같습니다. 사람을 바닥까지 탈탈 털어버리는 검사이기 때문이에요. 저는 처음 TCI를 받았을 때 너무 충격을 받아서 삼일밤낮을 몸져 누웠답니다.(뻥) 


기질은 타고난 거라서 몇 번을 검사해도 바뀌지 않는다고 해요. 저는 이번이 세 번째 검사인데 과연 그렇더군요... 그러면 성격은 바뀔까요? 바뀐다고는 하지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는 자율성이 올랐을 줄 알았는데 그대로라서 또 충격을 받았거든요. 그리고 그 이유는 해석상담에서 알게 됩니다...



저의 TCI 결과...


점수는 백분위를 기준으로 봅니다.


· 70점 이상: 높음 (High)
· 30~70점: 중간 (Medium)
· 30점 이하: 낮음 (Low)


이렇게 점수의 높낮이를 본 뒤 High, Medium, Low의 앞글자를 따서 유형을 만드는데, 저는 HHL-M-LMM 유형입니다. 위에 결과지 이미지를 올리긴 했지만, 뜯어보면 다음과 같아요.


기질

H 자극추구 (100)

H 위험회피 (100)

L 사회적 민감성 (1)


M 인내력 (34)


성격

L 자율성 (0)

M 연대감 (52)

M 자기초월 (53)



TCI의 기질/성격 유형에는 제각각 별명이 붙어 있습니다. 저의 HHL 기질은 'Explosive(폭발적) / Borderline(경계선)'이고, LMM 성격은 '자율성이 낮은'입니다. 훌쩍. 





기질

기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부모의 DNA에서 물려받은 거예요. 각각의 항목이 도파민,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 시스템을 반영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선생님은 혈액형 같은 거라고 하셨어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도, 바꿀 수도 없는 거니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필요하겠죠.


자극추구 (100)

이름 그대로, 자극추구가 높은 사람은 자극추구 경향이 높습니다. 선생님의 설명을 그대로 옮기자면, 자극주구는 액셀입니다. 저는 남들보다 빠르고 멀리 가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대요. 자극추구가 높은 사람의 강점은 남들보다 많은 기회를 잡는다는 것인데, 단점은... 사고가 나면 더 많이 다친다는 거예요. 속도가 빠르니까요. 즉 모 아니면 도인 기질이라고 하겠습니다.



위험회피 (100)

위험회피는 브레이크입니다. 위험하거나 혐오스러운 자극이 예상될 때 행동을 억제하고 멈추는 유전적 경향성이에요. 저는 자극추구와 위험회피가 둘 다 상위 1프로입니다. 선생님은 액셀과 브레이크의 성능이 둘 다 좋은 차는 스포츠카라고, 최소 포르쉐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예전에 받았던 해석상담에서는 '내적 갈등이 많은 기질'이라는 설명도 들었습니다. 그렇겠죠? 하고 싶은 마음과 할 수 없는 마음이 계속 충돌하니까요.



사회적 민감성 (1)

사회적 민감성은, 이름만 들으면 '눈치'에 대한 척도인가 싶지만 약간 다릅니다. 타인과 사회적 관계를 맺을 때 격려, 칭찬 등 사회적인 보상에 대한 민감성을 재는 척도예요. 사회적 민감성이 높으면 이러한 사회적 보상을 중요하게 여기고, 낮으면 별로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사회적 민감성을 반자율주행 센서에 비유하셨습니다. 다만 사람에 대한 센서인 거죠. 높으면 사람을 좋아하고, 낮으면 사람에 관심이 없어요. 저는 고독한 포르쉐래요. 다른 사람과 같이 달리는 게 아니라 혼자서 속도를 즐기는 걸 좋아하는 차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고독한 포르쉐...


인내력 (34)

인내력은 부록 같은 거라서 별도로 해석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성격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저는 태어나 봤더니 포르쉐였습니다. 그러면 운전 기술이 필요하겠죠. 이 운전 기술이 어떤지를 성격이 보여준다고 합니다.



자율성 (0)

자율성이 0점일 수 있는 걸까요? 그게 가능해? 근데 그게 저네요?

TCI 매뉴얼을 보면 자율성은 이렇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목표와 가치를 이루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상황에 맞게 통제, 조절, 적응시키는 능력이다."

그런데 MMPI2 결과에서도 지배성이 낮았죠. 그거랑 이어지는 결과네요. 저는 '홀로서기'를 전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포르쉐 운전석에 내가 앉아 있지 않은 거래요. 거의 제 차가 아닌 수준이라고 하네요ㅋㅋㅋ



연대감 (52)

자율성이 '홀로 서기'라면 연대감은 '함께 서기'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연대감은 중간 정도로 괜찮은 수준이지만, 살아남으려고 억지로 높인 것에 가깝대요. 그래서 제 경우, 좋아졌다는 걸 알려면 '연대감이 낮아지는지'를 보라고 합니다. 아니. 연대감. 좋아보이는데. 이걸 낮추라고요. 그런데 홀로서기에 성공해서 자율성이 올라가면, 저는 워낙 내향적인 사람이고 타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 타입이라서 연대감이 낮아질 거래요. 그리고 홀로서기가 안 되는 이유는 앞서 MMPI에서 봤던 지연된 트라우마 때문이니까, 역시 상담을 받으라고 하셨습니다ㅋㅋㅋ 지금은 어디로도 못 가고 멈춰 있는 상태래요.



자기초월 (53)

차량에 대한 비유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기초월은 방향타와 같다고 해요. 수치가 높으면 꿈과 이상을 향해서 움직이는 이상주의자에 가깝고, 낮으면 현실과 결과를 향해서 움직이는 현실주의자에 가깝대요. 그래서 높은 사람의 예시로는 사회운동가, 예술가, 종교인ㅇ 낮은 사람의 예시로는 과학자, 사업가 등을 들어주셨습니다. 저는 딱 중간이라서 양쪽 면이 다 있대요.






하위척도


TCI도 각 항목마다 하위 척도가 있습니다. 왼쪽의 회색 칸에 가까울수록 낮은 것이고, 오른쪽의 파란색 칸에 가까울수록 높은 거예요.



자극추구 중 탐색적 흥분, 충동성, 무절제가 전부 높습니다. 그중에서도 무절제가 탑을 찍고 있는데요, 선생님께서는 이게 높으면 '한번 빠지면 정신을 못차림', '꽂히면 질주하는 스타일'이라고 하셨어요. 




위험회피 중에서는 '예기불안'이 우울과 관련되고,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불안과 관련된다고 하셨어요. 둘다 높네요. MMPI 결과랑도 비슷합니다. '쉽게 지침'은 예전에 받았던 해석상담에서 듣기론 ADHD가 있는 사람들이 낮은 경우가 많다고 들었어요. 뭔가 하다가도 에너지가 훅 닳아서 멈춰 버리죠.




선생님께서는 이쪽을 보고 '내향성이 엄청 높다', '진짜 내향적인 사람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사람이 별로 필요없다나요ㅋㅋㅋ 그런데 이런 인간이 왜 연대감이 높을까요? 왜 저는 사람들이랑 두루두루 어울려 살고 있을까요? 그것은... 제 차 운전을 남에게 맡기고 있어서라고 합니다ㅋㅋㅋㅋ




이번에 받은 해석상담에서는 인내력을 따로 해석해주지 않으셨지만, 저번의 해석상담에서는 ADHD가 있을 경우 '근면'이 낮을 수 있다고 하셨어요. 이름은 근면이지만 이건 '일을 시작하는 능력'과 관계된대요. ADHD들은... 일 시작을 잘 못하죠... 네..




대망의 자율성입니다. 그런데 저는 책임감과 유능감은 나쁜 편이 아닙니다. 다만 목적의식이 너무 낮습니다. 하고픈 일을 못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대요. 자기수용과 자기일치도 바닥을 찍고 있네요. MMPI에서도 '멘붕' 상태라고 나왔었죠.




비록 살아남기 위해서 억지로 올렸다고 하는, 그래서 제가 제대로 산다면 떨어지게 될 연대감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저는 타인수용, 공감, 관대함이 높네요. 그런데 이게 억지로 올린 연대감이라는 건 낮은 이타성에서 볼 수 있대요. 정말로 연대감이 높은 성격이라면 하위 차원들도 모두 높은 쪽에 분포되어 있어야 자연스럽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기질 쪽에서는 하위 차원들도 대체로 높거나 낮은 쪽에 균일하게 자리잡고 있었네요... 




마지막으로 자기초월입니다. 창조적 자기망각이 높고, 합리적 유물론 쪽에 가까운데요. 선생님은 이걸 '예체능' 쪽으로 가서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해석하셨어요. 그리고 자신의 억측이지만, 원래 하고 싶은 계열을 부모님이 반대했거나 강요된 책임감 때문에 그만뒀을 것 같다고도 하셨습니다. 사주만큼 용하네요...




그래서, TCI까지 모두 다 보고 난 뒤의 저의 상태는... '차만 포르쉐지 운전이 엉망진창'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홀로서기가 꼭 필요한데, 홀로서기가 안 되는 원인은 MMPI에서 봤던 여러 이유 때문이고요. 이번 검사를 통해 현재 저의 상태를 시원하게 체크할 수 있었습니다. 상담에서 다룰 문제들의 윤곽이 더 확실히 잡힌 것 같고요. 건강검진을 하듯이 심리검사도 주기적으로 받으면 좋은 것 같아요. 그럼 내년에는 조금 더 성숙해져 있길 바라며!






덧: MMPI도, TCI도 결과지를 가지고 혼자 해석하려다 보면 완전히 삼천포로 가게 됩니다. 척도들의 이름과 의미가 1:1로 매치되지 않는데다가, 척도들을 엮어서 해석해야 하고, 심리검사를 받는 목적도 각양각색이기 때문에 꼭 전문가의 해석상담을 통해 결과를 전달받아야 해요.(보통은 심리검사와 해석상담이 거의 무조건 한 세트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저의 검사결과와 수치가 똑같은 분이 있더라도 해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자신의 검사결과 해석에 사용하지 않으시길 바라요.


덧2: MMPI는 결과지를 올리지 않았지만 TCI는 글을 쓰기 힘들어서 올렸는데요... 혹 문제가 되면 바로 내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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