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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Jan 09. 2021

넘치지만, 만족할 줄 모르는.

호프 자런,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Too Much and Never Enough' 넘치지만 만족할 줄 모르는, 이라는 제목의 책(한글판 원제는 '너무 과한데 만족을 모르는'이다.)을 2020년 하반기 미국 대선으로 인해 들어본 이가 있을 것이다. 트럼프의 조카 메리 트럼프의 저서로 어쩌다 그의 삼촌이 '그 지경'이 되었는지를 가족의 입장에서 낱낱이 파헤쳐 분석한 책이다.


그러나 나는 이 제목을 보자마자, 비단 트럼프뿐이겠느냐 싶었다. 넘치지만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질주하는 건 우리 사회의 모습이 아니던가. 결국 그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사회 구성원 '인간'의 자회상이 아닌가. 자본주의 시대의 끊임없는 생산과 불필요한 소비를 지향하는 시대에서 과연 '멈춤' 버튼은 어디에 있으면 찾아낸다 해도 과연 그것을 단숨에 누를 수 있을까?


저자, 호프 자런(Anne Hope Jahren)은 대학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강의를 부탁받았고, 그녀가 이해한 내용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학생들에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녀가 '변화'에 대한 상태의 현황에 대해서 서술한 부분은 감정에 호소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냉철하게 비판하는 태도도 아니다. 오히려 문체의 온도는 마치 엄마의 포옹만큼 따뜻하며 객관성을 잃지 않고 사실을 차분하게 얘기한다.


지금,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에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고 현재 진행 중이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 총 4부로 생명, 식량, 에너지 그리고 마지막 지구에 대해서 얘기를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암흑의 쳇바퀴 속에서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떠오른다. 무엇하나 연관되지 않는 게 없다. 모든 것이 연쇄 작용처럼 연결되어있고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단순하게 돈을 지금보다 조금 '더' 가지려는 마음은 결국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과도한 환경 파괴와 부의 불균형을 초래하였다.


인구과잉, 과도한 식량 생산,-그러나 그중 절반 이상은 인간이 아닌 '가축'의 사료를 위해 생산되고 있다.-버려지는 것들의 처리, 이 모든 것에 드는 에너지와 그에 따른 비용의 책임자는 결국 인간이 아닌 지구. 지구가 (아직까지는) 전부인 인간에게 이러한 일련의 행위가 삶의 터전을 놓고 도박을 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일까? 모든 이가 답이 No라는 것을 알고 일단 그렇게라도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노로는 충분치 않다. (이 문장은 나오미 클라인의 저서 <No is not enough>를 차용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무언가를 하기로 다짐했다면, 그건 단순하게 무엇을 한다와 안 한다로 나눌 수는 없다. 끊임없이 '의식'의 버튼을 누른 채로 움직여야 한다. 내가 지금 입고 있는 거, 먹는 거 그리고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 쉬지 않고 생각해야 한다. 이 세상은 자런의 말처럼 수십억 달러 규모의 관련 산업들이 어떻게 하며 소비를 부축이며 에너지 절약이 하등 도움이 될 리가 없다고 확신하게 만들 수많은 방법들을 휘황찬란하게 선보이는 시대이다. 어떻게 한낱 개인이 이러한 압박 속에서 유혹에 빠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자신의 철학을 고수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근데, 그러면 누가 하나?


사회는 개개인의 집합이다. 결국 '내'가 해야 남도 하고 그러한 사람들이 사회를 움직이는 것이다.


현재, 과연 지구는 어떤 상태인지 객관적인 사실을 알고 싶은 그러나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갈피를 못 잡는 이들을 위한 책. 그리고 지구를 터전으로 사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우리에겐 그러한 '의무'가 있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mesyeux.m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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