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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Dec 05. 2020

해 먹는 즐거움

하루 한 끼는 채식

재택근무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꽤 늘어나면서 매 끼니를 집에서 해결하게 됐다. 매 끼니 해먹기가 쉽지 않기도 하고 각종 배달앱이 유혹하지만 막상 시키면 내가 바랬던 만족감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리고 원래 요리하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재밌어한다. 어렸을 적,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자란 영향이 컸는지 얼추 간을 맞추고 이거와 저거를 조합하면 신기하게 그 맛이 난다. 가끔은 농담 삼아 간귀(간을 잘 맞춘다는 표현으로 어느 방송에서 나왔던 거 같다.)라면서 우쭐대기도 하고.


 

구운 새우를 올린 샐러드와 연어 베이글



유튜브에서 먹방만큼이나 쿡방도 자주 본다. 근데 전문 쿡방보다는 자취생들의 쿡방이 더 맛있어 보이는 건 왜일까? 아무래도 구하기 쉬운 재료와 조리의 간편함이 쉽게 공감 가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평범한 가정집에서 트러플 오일이라든가 화이트 발사믹이 참기름이나 진간장과 같이 동네 슈퍼만 가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는 아니니까 전문가들의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별세계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자기 전에 먹방과 쿡방을 번갈아 가면서 보다 보면 내일은 뭐 먹지에 대한 답이 나온다. 무조건 마지막에 보고 잔 메뉴가 다음 날 식탁에 올라온다.


 

바게트 샌드위치



전 날 밤에 메뉴를 생각하고, 식사를 준비한다. 일단 재료가 다 있는지 확인하고 없으면 나가서 사 온다. 장은 동네 마트나 시장에서 보는 편이다. 웬만한 식재료는 다 있다. (인터넷으로 장보기는 지양한다. 배송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탄소발자국들과 지역경제들을 활성하를 생각해서 스스로 하지 않기 챌린지 중.) 사 오면 레시피를 보고 만든다. 없는 건 뺀다. 나의 요리 철학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부담 갖지 않기. 짜면 물 넣고, 달면 소금 넣고, 망한 거 같으면 라면수프라도...'이다.


 

냉장고 파먹기. 계란마요 고명과 맛살 마요고명을 올린 유부초밥


그러면 매일 뭘 먹냐면 주로 샌드위치, 김밥, 유부초밥, 면요리(가락국수, 국수, 파스타), 샐러드 등이다. 국, 찌개류는 잘 안 해 먹게 된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한 끼로 안 끝난다. 점심에 먹은 거 저녁에 또 먹는 거 안 좋아한다. 그래서 한 끼로 남김없이 먹을 수 있는걸 선호한다. 덮밥이나 볶음밥도 자주 해 먹고 카레도 한번 먹을 거만 끓인다. 아무래도 제일 좋아하는 건 김밥류이다. 유부초밥, 주먹밥도 좋고. 김밥이라고 하면 복잡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사 먹는 김밥과는 달리 집에서는 마음대로 넣고 뺄 수가 있다. 단무지, 지단, 어묵, 맛살, 당근, 시금치, 오이, 우엉이 꼭 다 안 들어가도 된다. 2-3가지만 넣어도 때로는 계란만 넣어도 맛있다. 또한 냉장고 파먹기 하기에도 딱이다! 


 

오이, 계란, 샐러드, 참치만 있어도 훌륭한 김밥이 된다!


그리고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려고 한다. 비건은 아니지만, (아직까진 우유에 고구마, 요플레와 그레놀라, 가끔 먹으면 너무 맛있는 돼지갈비를 좋아한다.) 지향하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집에서 해 먹으니까 나물과 같은 채소 종류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더라. 정월대보름에 먹는 거창한 나물들이 아닐지라도 콩나물, 시금치나 쌈다시마는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콩나물 삶아서 무치기가 귀찮으면 그냥 씻어서 밥통에 넣어 밥과 같이 먹는다. 시금치도 데치기가 귀찮으면 시금치 파스타를 해먹으면 된다. 지속가능한 방식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지치지 않고 오래, 실천하기-



오이와 마요네즈 베이글 토스트, 사과와 채소를 넣은 호밀빵 샌드위치



만든 요리를 가족과 함께 먹는 것이 해 먹는 즐거움의 하이라이트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다는 행위는 요즘 세상에서 어쩐지 조금 귀하게 여겨진다. 또한 함께 먹으면서 이건 어떻고 저번에는 어땠는데 말을 곁들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이다. 프랑스의 저녁 식사 시간은 2시간이라고 한다. 식탁에 둘러앉아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며 먹고 마시는 행위는 어떤 면에서 테라피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즐거운 식사를 끝내면 이제 제일 마지막 단계인 설거지가 남았다. 먹자마자 설거지 하기는 오래전부터 몸에 벤 습관이다. 그렇게 주방 정리를 끝내면 정말 해 먹기의 모든 단계가 끝났고 그저 대충 때우는 한 끼가 아닌 나 자신에게 선물을 선사한 느낌이다.


 

참치 김치찌개, 감자와 꽈리고추 버섯을 넣은 장조림



어딘가에서 그런 말을 들었다. 정성 들여서 밥을 챙겨 먹는 것이야말로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중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우리 오늘 뭐 먹어? 물으면 '대충 때우지 뭐' 이 말이 제일 싫다. 음식은 단순히 먹는 행위로 끝나는게 아니라 어디에서 온 재료이고 누가 조리해서 내 앞까지 오게 되었는지, 충분히 생각해 볼 가치가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먹는' 행위의 가치와 즐거움을 잡을 수 있다. 더불어 환경과 관련해서 생각해보면 우리는 조금 덜 먹고 덜 소비할 필요가 있다. 



토마토 마리네이드는 훌륭한 후식



해 먹는 즐거움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결국은 환경으로 끝나는 거 같지만 결국 한 맥락이다. 배달할 때 사용하는 일회용품을 줄이고 싶고 이제는 줄여야만 한다. 환경을 위한다는 것은 나와 내 가족을 위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기회는 오지 않을 수 있다. 결국에는 모든 걸 잃게 된다. "할 수 있을 때 하지 않으면, 하고 싶을 때 하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 이 말을 새겨야 할 때가 아닌가! 


아무튼, 오늘도 나는 집에서 밥을 해 먹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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