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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Aug 19. 2022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신작이다. 우연하게 이 영화를 알게 되고 개봉하면 꼭 봐야지 하던 찰나에 좋은 기회로 시사회에 다녀왔다. 처음에 원제와 조금 다른 제목에 의문을 가졌지만 영화를 본 지금 굉장히 번역을 잘했다는 생각이다. 율리에(주인공)는 매 순간 최악의 인간이 아니다. 그저 너무 솔직해서, 아니 솔직하고 정직하고 싶어서 그게 문제다. 이것이 그녀가 살아있다는 증거고 삶을 대하는 그녀의 자세이다.


'살아있다'  표현으로 율리에를, 영화를 묘사할  있을  같다. 정말 그녀는 끊임없이 치열하게 자신에 대해서 고민하고  나은 방향으로 가려고 계속 노력한다. 의대에 갔다가  길이 아닌  같아 심리학과로 가고 다시 사진으로 방향을 튼다. 그녀의 그런 모습에 아마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공감했으리라. 어릴 때는 일단 하나를 정해서 우물 파듯이 그것만 하는 것이 정도인  알았으나 요즘은 오히려 다양한 분야를 접해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솔직하게 어느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 가치 평가를  수는 없지만 뭐든지 일단 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율리에의 그런 행동은 정말 멋졌고 그렇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어떤 자극제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의 연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성과의 연애는 다들 예상하는 문제가 나오길 마련이다. '결혼'과 '출산'. 자기보다 안정적인 직업과 생활 그리고 정신적인 면에서 끌려서 그를 만나지만 그의 주변 친구들은 이미 애가 둘이다. 자기와는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주변 환경에서 느끼는 자기 자신의 위치는 더 불안정하고 한없이 가볍다고 스스로 생각하기 충분하다. 결국 그녀와 비슷한 환경에 있는 남자를 만나는 율리에. 모순적이게 율리에는 제일 별로라고 생각한 전남친의 모습을 하고 현재의 파트너를 한심하게 보고 나무란다.


영화를 보면서 결말은 사실 충분히 예상이 갔다. 결국 율리에는 잘 살게 될 것이라고 왜냐하면 그녀처럼 자신의 삶을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은 어떤 일을 겪어도 다시 잘 털고 일어날 테니까, 그런 생각을 했다. 사랑에 실패하고, 가족에게 상처받고, 자기 커리어가 순탄하게 풀리지 않아도 결국 그녀는 언젠가는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원하던 순간에 있으리라고. 영화 초반 율리에는 무엇인가가 있을 거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른다고 반복한다. 그러나 영화 마지막에 그 무엇인가를 보여줘서 율리에의 12가지 챕터가 완성되지 않았나 싶다.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끝이 나고 영화 기술적으로는 연출이 너무 좋았다. 영화 초반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도 느끼는 고독, 외로움을 너무  표현했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 순간. 개인적으로  부분이 너무 좋았다.  세상이 멈추고 나와 그만이 살아있는 듯한  느낌. 세상에는 사랑을 정의하고 표현하는 방법이 정말 너무 많아서 과연 '사랑'이라는 단어로  모든  덮어도 될까 싶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모든    단어로 나타낼  있어서 어찌나 다행인지. 그래서 요아킴 트리에의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 좋았다. 이렇게 나타낼  있구나.  이렇게 사랑을 정의하는 사전에  용례가 추가된다.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제일 좋았던 장면은 율리에가 춤추는 장면이다. 초반 전남친 친구네 집에 초대받아서 밤의 하우스 파티를 하는 장면에서 춤추는 장면, 그리고 에이빈드를 만난 모르는 사람의 결혼식에서 춤추는 율리에. 아 그래서 친구가 율리에에게 말한다. 네가 춤추는 모습은 정말이지 좋다고 하는데 거기에 무한 동감. 그 춤추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영화를 다시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일 정도로 좋았다.


사실 언론에서 말하는 만큼 뭐 우주 최강 엄청 재밌는 영화도 아니(라고 생각하고)고, 새롭고 특별한 것도 없지만 (그리고 오히려 이런 이야기는 한국 드라마에 이미 자주 나왔지 않나? 삼순이, 은수, 주여름 등) 그럼에도 세련된 연출, 러닝 타임 내내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사운드 트랙, 배우들의 깊은 몰입감을 주는 연기 등 이 영화를 한 번쯤은 볼 이유로 충분한 듯싶다. 어쨌거나 올해 본 많은 영화 중에서 처음으로 이렇게 글을 썼다는 거 자체가 재밌었다는 증거다 하하^^


(사운드트랙 입니도^^)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u42xCwX0VUA-FM7-jlbaepiA_t76eP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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