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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심리사 김종운 Feb 14. 2022

풍수와 심리

How to Cure my Life

30대 초중반쯤 저는 꽤 오래 사주, 역학, 주술 등에 꽤 관심이 많았고 나름으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풍수에도 관심을 가진 시기가 있었고요. 물론 결과는 별로 안 좋았습니다. 공부하면 할수록 나와는 별로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결국은 포기해버렸거든요. 


풍수는 용처에 따라 묏자리를 보는 음택풍수陰宅風水와 살아있는 사람이 거주하는 집을 보는 양택풍수陽宅風水로 분류합니다. 그리고 기법에 따라 땅과 물의 모양을 보는 형기풍수形氣風水와 날짜 시간 방향등을 따지는 이기풍수理氣風水로 분류합니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고 땅의 모양새가 다채로워서 형기풍수가 발달했지만, 중국이나 인도 같이 평평한 땅이 쭉 이어지는 지역이 많은 곳에서는 땅의 모양을 따질 수 없어서 이기풍수가 발달했죠. 이 중에서 제가 관심이 많았던건 양택풍수와 이기풍수 쪽이었습니다. 


처음 풍수 공부를 시작한 계기는 풍수 보시는 스님이 대기업 공장 짓는 자리를 봐주고 천문학적인 금액을 보수로 받았다는 말에 혹했던 부분이 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지만요. 뭐 어쨌든 열심히(?) 공부한답시고 여러 선생님한테 배우러 다니고 책도 찾아 읽고, 풍수 원리를 따라 지었다는 건물들을 보러 홍콩까지 가서 직접 확인해보기도 하고 그랬는데 말이죠. 



풍수의 첫 입문 이론은 꽤 이해하기 좋습니다. 간단히 말해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죠. 탁 트인 곳에서 사는 사람은 마음도 탁 트이고, 어둡고 구석진 곳에서 사는 사람은 마음도 어두워진다는 거에요. 충분히 납득할 만한 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에요. 


어느 정도 논리가 진행되기 시작하면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이 계속 이어졌거든요. 집 앞에 호랑이가 웅크린 모양의 산줄기가 있으면 이름을 떨치는 자식이 태어난다든가 하늘의 자미성 별자리와 같은 형세의 자리에 집을 지으면 부자가 된다거나. 뭐 그런 내용들을 보면서 이게 왜 인과 관계가 성립되는지 도통 이해가 안 갔거든요. 그래도 내가 미처 모르는 뭔가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동안 꾸역꾸역 공부를 계속하다 홍콩까지 가서 이기풍수의 원리에 따라 지어졌다는 건물 사진들 직접 다 찍어보고 결국 난 아무리 해도 모르겠다 하고 포기해버렸습니다. 


혹시 모르죠. 저는 포기했지만, 풍수지리 하시는 다른 분들은 내가 알지 못한 어떤 논리를 발견해서 그에 따른 분석을 하고 결과를 산출하고 있는지도요. 어쨌든 저는 이건 내 길이 아닌가보다 생각하고 발을 뺐습니다. 


굳이 억지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풍수지리를 해석한다면, 심리적인 원인 정도가 있는 게 아닐까 싶긴 합니다. 매일 같이 호랑이처럼 생긴 산등성이를 보고 살다 보면 그 영향을 받을 수도 있겠지 하는 게죠. 그런데 솔직히 그럴 바에는 그냥 집안에 호랑이 그림을 걸어놓는 게 낫지 않나 싶거든요. 


조금 더 생각을 발전시켜서, 심리적인 관점에서 풍수를 해석한다면 이런저런 재미있는 발상을 할 수도 있긴 합니다. 아침잠이 많은 아이의 버릇을 고치고 싶다면 동쪽으로 창이 난 방에 아이를 재우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겠네요. 아이가 너무 내성적이라면 방안의 벽지를 밝고 따뜻한 색으로 바꿔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반대로 아이가 너무 까불까불한다면 시원하고 차분한 색깔의 벽지를 고려할 수 있을테구요. 


아이의 꿈을 키워주고 싶다면, 아이가 꿈꾸는 목표와 관련된 그림이나 소품을 아이의 방에 걸어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음악가를 꿈꾸는 아이라면 모차르트나 베토벤 같은 거장의 그림을 방에 걸어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죠. 


아이가 자신감이 없고 숫기가 부족하다면 그 아이가 그린 그림이나 글짓기한 작품을 예쁜 액자에 걸어 거실에 걸어주는 방법이 있겠군요. 만일 형제가 서로 경쟁이 심해서 엄마와 아빠가 똑같이 사랑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면 두 아이의 그림을 똑같은 액자에 넣어 똑같은 높이로 거실에 걸어주는 방법도 있을테구요. 


그런 면에서 본다면, 심리검사 중 그림을 통해 심리를 분석하는 HTP나 KFD의 해석 기법은 인테리어 풍수의 원리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족사진을 벽에 건다면 크기는 어느 정도가 좋을지 높이 다는 게 좋을지 낮게 다는 게 좋을지 HTP의 원리를 기준으로 해서 생각해볼 수 있겠죠. TV나 소파와 같은 가구들을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지는 KFD의 원리를 떠올려보면 나름 좋은 배치를 그려볼 수 있을 테고 말입니다.

 

차라리 이런 식으로 심리학 이론을 기반으로 풍수를 생각해보는 게 그나마 객관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풍수나 사주의 원리를 심리학적으로 분석을 해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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