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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심리사 김종운 Feb 14. 2022

가톨릭의 명상법 - 관상 觀想

How to Help my Heart 

가톨릭의 기도 중 하나이고 명상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관상 기도에 대해서 간단히 서술해보고자 합니다. 물론 관상 기도라는 것이 시대마다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국내에서도 수도원마다 혹은 피정 센터마다 조금씩 가르치는 바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여기서 말씀드리는 부분이 관상 기도의 원칙이라고 여기지는 마시고 하나의 운용 예시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관상 기도는 정해진 기도문이 따로 없습니다. 그보다는 조용히 침묵 속에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자세라고 생각하시는 게 좋죠. 신자 분이시라면 신약성서 마태복음 25장 열처녀의 비유를 참고하십시오. 그리고 25장 13절에 특히 유념하시면 어떨까 합니다. 


“그러니 깨어있어라. 너희가 그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관상 기도를 할 때는 굳이 특별한 준비가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자기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는 의도로서 주변을 정리하고자 한다면 그것도 좋습니다. 촛불을 켜놓는 것도 좋고 향을 피우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마음을 모으는 의미로 앞에 십자가 같은 성상을 놓는 것도 괜찮습니다. 산만해지지 않기 위해 그레고리안 성가 같은 잔잔한 음악을 트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준비되었으면 몸에서 긴장을 풀고 바르게 앉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믿는 종교적 대상이 앞에 있다고 잠시 상상해보십시오. 마음속에서 여러 가지 소리와 느낌이 올라올 것입니다.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조용히 침묵을 지키며, 그저 기다립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조용히 있다 보면 마음속으로 자꾸만 무언가 말을 하고 떠들고 싶어집니다. 그래도 그냥 마음속을 조용히 하며, 그냥 기다리는 마음 자세를 유지하십시오. 멍하니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맑은 정신으로 깨어있어야 합니다. 


몸은 움직일수록 고되기에 자꾸만 가만히 있으려 합니다. 하지만 마음은 반대로 가만히 있을수록 고되기에 자꾸만 움직이려 합니다. 그래서 몸을 단련하기 위해서는 움직여야 하고, 마음을 단련하기 위해서는 가만히 있어야 합니다. 



말은 간단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매우 어렵습니다. 끊임없이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올라오고 떠들고 움직이고 어지럽힙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누구나 다 겪는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도 의도를 가지고 꾸준히 침묵을 유지하려 애써보십시오. 


처음에는 마음속으로 이를 악문다고 상상하면서 억지로 눌러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 역시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익숙해지면 자연스레 힘을 빼는 법을 깨닫겠지만 처음에는 엄청나게 긴장하고 자신을 억압할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다 겪는 과정입니다. 


처음 하시는 분들은 3~5분도 길고 고됩니다. 적절한 시간 내에서 조절하십시오. 하지만 어느 정도 진행하시다보면 '침묵' 그 자체가 주는 즐거움과 충만함을 깨우칠 수도 있습니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봉쇄 혹은 침묵 수도원에 계시는 분들이 왜 굳이 그런 삶을 사는지 이해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죠. 


사실 이 명상법은 종교적 색채가 강하기에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굳이 소개하는 이유는 정신적 건강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연습을 해보시고 약간이나마 익숙해진 느낌이 드시거든, 여러 가지 상황에서 시험해보십시오. 혹여 누군가를 만나 마음이 힘들어지거나 감당하기 힘든 감정이 올라올 때 내 앞에 앉은 이가 바로 내가 믿는 종교적 대상이라 상상하면서 관상을 할 때 연습하던 '내면의 침묵'을 끌어올려 보세요. 이전과 많이 다른 무언가를 느끼실 겁니다.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기법이라 하겠습니다만, 관심 가시는 분들은 한번 시도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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