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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심리사 김종운 Feb 14. 2022

보양식補陽食은 정말 몸에 좋을까

How to Cure my Life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먹을 것이 풍족해진 시기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만 따져봐도 보릿고개라는 말이 사라진게 채 100년이 안 됩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포함 전세계에서 가장 큰 사망원인은 사실상 영양실조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직접적인 사망원인은 대부분 다른 질병이나 사고 때문이겠지만 사망자의 상당수가 충분한 영양 섭취가 있다면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렇듯 먹을 것이 풍족하지 못한 시대에는 절대적인 식사량도 부족하지만 질적인 영양의 균형 역시 별로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조선시대를 예로 들면, 일반 평민 가정집에서 먹는 식단은 거의 탄수화물 위주로 구성되고 지방과 단백질은 절대적으로 부족하죠. 


그래서 간혹 동네에서 돼지나 소를 잡을 때는 잔치가 벌어집니다. 냉동 보관을 할 수 없는 시대라 어차피 고기를 쟁여둬 봐야 금방 상하니 잡자마자 다 먹어 치워야 하니까요. 그렇게 고기를 한 점이라도 먹게 되면 평소 부족했던 단백질과 지방이 다소나마 보충되면서 일시적으로 신체적 컨디션이 확 좋아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옛사람들은 그렇게 잠시 기운을 고양하고 신체적 컨디션을 회복시켜주는 음식에 '보양식 補陽食'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흔히 알고 있는 보양식에는 보신탕, 삼계탕, 오리고기, 뱀장어 등이 있습니다. 눈치 빠른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다들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한 식품들입니다. 탄수화물만 주로 섭취하던 옛사람들의 기준에서는 한 점만 먹어도 기운을 확 올려주는 식품들이죠. 이 중에서 뱀장어 같은 경우는 외형상 성적인 이미지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더욱 보양식으로서 선호도가 강해졌구요. 


참고로 전통적인 한방의 보약들은 현대 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영양제에 가까운 성분이 많습니다. 옛사람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으니 그런 보약이 필요했던 거죠. 한때 보약을 먹으면 살찐다는 말이 괜히 나돈 게 아닙니다. 물론 현대에 와서는 한의학도 많은 기술적 변화와 발전을 겪으면서 보약도 많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과거에는 그랬다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어요. 과거와는 달리 영양이 부족한 게 아니라 오히려 과하게 섭취해서 문제가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더 먹는 게 아니라 덜 먹고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옛날처럼 여름이 되었다고 기운을 차리기 위해 굳이 단백질과 지방이 많은 식품을 먹고 보양 補陽을 하는 건 전혀 의미가 없다는 거죠. 


현대에는 부족한 영양성분을 섭취하는 게 아닌, 입을 즐겁게 하는 식도락의 관점에서 보양식을 찾을 뿐입니다. 뱀장어를 먹고 힘이 난다고요? 그건 그저 플라시보 효과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예외적인 경우가 있긴 합니다. 편식하거나 간편식을 많이 섭취하거나 등등 다양한 이유로 영양의 불균형이 있는 사람들 같은 경우는 저런 걸 먹고 정말로 기운이 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 보면 비타민C를 먹으면 기운이 펄펄 난다는 분도 있구요. 그런데 만약 정말로 비타민C나 보양식을 먹고 기운이 나는 경험을 하셨다면 건강을 위해 평소 식단을 재검토하셔야 합니다. 영양불균형이 심하다는 의미니까요. 


현대는 영양부족이 아니라 영양과잉이 문제가 되는 시대입니다. 그런데도 인지적 게으름 때문에 자꾸 뭔가 먹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분들이 많죠. 케이블TV에서 늘 올라오는 주제인 'XX만 먹으면 암이 낫는다'라는 식의 방송을 보면 그냥 헛웃음만 나옵니다. 자칭 전문가라는 인간들까지 몰려나와서 그런 혹세무민에 부화뇌동하면서 헛소리들을 하고있는 꼴이 웃기기도 하고요. 하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그게 대세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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