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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그런 사람을 가졌나요?

시(詩)

by 김용년

그대는 그런 사람을 가졌나요?


혹시, 함석헌 선생님을 들어 보셨나요?


함석헌 선생은 개신교가 한국에 전래된 이후 주체적으로 기독교 신앙을 소화해 동양의 고전과 조화시키면서 독창적인 기독교 사상을 이룩한 종교사상가이자 역사를 가르친 교육자였습니다.


저는 이분의 시 중에서 '그대는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를 가장 좋아합니다. 삼성장학회 팀장 시절 장학생들에게 서로 믿고 좋은 신뢰관계를 형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달하였는데요, 여러분도 잠시 시간을 내어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자신에게 그런 사람이 있거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된다면, 적어도 이 세상에 그런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할까요?


서로가 서로에게 그런 사람이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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