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창고, 대영박물관

성장과 가치를 추구하는 삶

by 김용년

새로운 아이디어 창고, 박물관에 가보세요.


오늘은 아이디어를 찾는 방법에 대하여 여러분과 의견을 나누고자 합니다.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어디를 찾아가는 것이 좋을까요?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부터 각 나라에는 그 시대의 천재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오디오도 없고, 텔레비전도 없고, 비디오도 없고, 스마트폰도 없고, 극장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무언가에 관심이 생기면 몇 날 며칠, 몇 달, 몇 년, 동안 그것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무언가 창작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창작물을 권력자에게 보고했습니다. 권력자는 창작물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귀하고 새롭고 진귀한 것들을 골라 박물관에 보관하였습니다. 한마디로 국가별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다양한 작품들은 수천 년 동안 그 나라에 태어난 천재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아이디어 덩어리인 것입니다.


지난 20년간 삼성장학회를 운영하면서 매년 전 세계에서 공부하고 있는 장학생들이 서로 학술적인 교류를 할 수 있도록 '학술캠프'를 한국의 삼성인력개발원이나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개최하였습니다. 기조강연자로 호암상을 수상한 한국계 미국대학 교수들이 많이 참석하였습니다. 저는 그분들과 학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미국대학으로 유학을 간 한국 학생들의 취약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 교수들이 말하는 한국 유학생들의 가장 취약한 점 하나는 논문을 쓸 아이디어가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이나 영국 이스라엘 등에서 온 학생들은 주도적으로 논문의 아이디어를 찾는 반면, 한국 유학생들은 교수에게 논문 아이디어를 의존한다는 겁니다. 한국의 주입식 교육의 병폐가 유학 초기에 여실히 드러난다는 겁니다. 한국 유학생들이 스스로 연구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데 평균 2~3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합니다. 대부분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디며 어려움을 극복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졸업 때까지도 교수 의존성을 극복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호암상을 수상한 미국 교수들은 한국 학생들에 대해 이 점을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삼성이건희장학재단 팀장시절부터 삼성장학회 임원으로 있을 때까지 이 주제와 관련하여 장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하였습니다. 개인별로 처한 상황에 맞는 조언도 했지만, 공통적으로 설명해 준 이야기 하나가 바로 박물관에 가서 위대한 천재들이 만든 작품들을 보며 아이디어를 구상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장학사업을 운영하면서 매년 장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국가를 방문해서 장학생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 번은 영국을 방문해서 옥스포드대, 캠브리지대, LSE(The 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대학에서 유학하고 있는 장학생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장학생과 함께 대영박물관(大英博物館)과 자연사 박물관을 견학하였습니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습니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다양한 보물들은 물론 수백 년 전부터 그런 보물의 가치를 알아보고 체계적으로 수집한 영국 조상들의 안목이 놀라웠고, 전 세계에서 수집한 고대 보물 속에 담겨 있는 인류 선조들의 위대한 아이디어가 너무나 감동적으로 가슴에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만약, 새롭고 아름다운 도자기를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1번) 혼자 끙끙대면서 밤새 고민한다.

2번) 전 세계의 명품 도자기를 전시해 놓은 박물관에 찾아가서 위대한 천재들이 자신의 일생을 바쳐 만들어 놓은 국보급 도자기를 바라보며 역사 속 천재들과 교감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다.


아마도, 1번도 의미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2번이 더 효율적이고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물론 사람에게는 영감이라는 것이 있어, 잠을 자다가도 문득, 길을 걷다가도 문득, 음악을 듣다가도 문득,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역사 속 천재들의 작품을 보면서, 그들이 느꼈을 수많은 고뇌 속에서 새롭게 찾아낸 아이디어를 비교적 손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그리고 끝없이 새로움을 찾으면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너무나도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작품 속에는 앞으로 발견될 수많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잉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대영박물관을 둘러보면서 이 속에는 수많은 석사논문과 박사논문의 아이디어가 빨리 자기를 발견해 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공부를 하는 와중에도, 일을 하는 와중에도, 연구를 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주변에 있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찾아가서, 동서고금의 위대한 명장들이 만든 작품들을 보면서, 천재적인 광기(狂氣)나 아이디어와 깊이 교감해 보는 것은, 창의력과 아이디어 개발에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심리적인 여유를 갖고 역사 속 위대한 천재들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다양한 아이디어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대영박물관은 왕립학사원장을 지낸 의학자 한스 슬론경(Sir Hans Sloane)의 6만여 점에 이르는 고미술(古美術), 자연과학 표본류 등 방대한 소장품을 1753년 영국 정부가 매입할 것을 의회에서 의결하고, 로버트 코튼경(Sir Robert Cotton)의 장서와, 옥스퍼드의 백작 로버트 할리(Robert Harley)의 수집품들을 합하여 1759년에 설립, 일반에게 공개한 박물관입니다. 2000년에는 한국관도 신설되었습니다.


역사 속 위대한 작품이나 유물은 인류의 조상들이 후세에게 건네는 나지막한 속삭임입니다. 조상들의 지혜를 통해 더욱 발전적으로 성장해 나가라는 위대한 선조들의 아이디어에 귀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If you need new ideas, go to the museum.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면 박물관에 가보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