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년 원장의 인생 노트 10
“길면 죽는다. 짧아야 산다.”
이 문장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닙니다. 요즘 세상은 정말로 이렇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한때 길고 심도 있는 드라마, 방대한 소설, 장시간의 영화가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면, 이제는 짧고 강렬한 콘텐츠가 모든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쇼트텐트라 불리는 이 짧은 콘텐츠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며 새로운 소비 패턴을 만들어가고 있는 겁니다.
스마트폰을 생각해 보세요. 스크롤 한 번에 짧은 영상이 자동으로 재생됩니다. 몇 초 안에 웃음을 주거나 새로운 정보를 던져주죠. 그리고 바로 다음 콘텐츠로 넘어갑니다. 이 짧고 간편한 방식이 사람들의 관심을 단번에 사로잡습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단순한 개인의 취향 문제가 아닙니다. 쇼트텐트의 대중화는 콘텐츠 소비 전반의 변화를 의미하며, 때로는 우리의 집중력과 사고방식까지 바꾸고 있습니다.
쇼트텐트가 바꾼 콘텐츠 시장
쇼트텐트는 단순히 유행이 아닙니다. 콘텐츠 시장 전체를 흔들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틱톡입니다. 틱톡은 짧은 영상으로 전 세계를 휩쓸며 젊은 세대의 문화를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유튜브도 이에 질세라 ‘유튜브 쇼츠’를 도입하며 짧은 콘텐츠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긴 영화와 드라마를 주로 제공하던 넷플릭스와 티빙 같은 ott 플랫폼들도 이제는 쇼트텐트의 가능성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티빙은 1분짜리 드라마 하이라이트나 예능 클립을 제공하며, 이동 중에도 쉽게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짧고 세로형으로 제작된 영상은 모바일에 최적화되어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합니다. 왓챠 역시 1분 내외의 쇼트드라마를 선보이며, 이동 중이거나 짧은 쉬는 시간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이 변화는 콘텐츠 업계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도 쇼트텐트는 강력한 마케팅 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당근마켓은 지역 정보를 짧은 영상으로 제공하며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번개장터는 판매 상품을 쇼트폼 콘텐츠로 제작해 소비자와의 연결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쇼트텐트는 이제 단순한 콘텐츠 트렌드가 아니라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쇼트텐트의 매력과 위험
쇼트텐트의 가장 큰 매력은 간단명료함과 접근성입니다. 긴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단 몇 초 만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현대인들에게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긴 설명 없이도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은 쇼트텐트만의 강점입니다. 짧고 강렬한 자극은 우리의 뇌를 빠르게 만족시키고, 자연스럽게 다음 콘텐츠로 넘어가도록 유도합니다. 이동 중이거나 잠깐의 여유 시간에도 쉽게 소비할 수 있는 편리함은 쇼트텐트를 대중적인 콘텐츠로 자리 잡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매력에는 경계해야 할 위험도 숨어 있습니다. 쇼트텐트의 반복적인 소비는 점차 긴 콘텐츠를 접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팝콘 브레인"이라고 지적하며, 짧고 자극적인 디지털 콘텐츠가 뇌의 집중력과 사고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짧은 콘텐츠에 익숙해지면서 사람들은 긴 이야기를 따라가거나 복잡한 맥락을 이해하는 데 피로감을 느끼게 됩니다. 중요한 메시지나 심도 있는 내용을 끝까지 받아들이기보다는 단순하고 요약된 정보만을 선호하게 되는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쇼트텐트와 긴 콘텐츠의 균형 유지하기
그렇다면 쇼트텐트는 문제일까요. 아닙니다. 쇼트텐트는 짧은 시간 안에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거나 흥미를 끌어내는 데 매우 효과적인 도구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핵심은 쇼트텐트와 긴 콘텐츠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기업은 쇼트텐트를 소비자와의 첫 만남을 만드는 도구로 활용해야 합니다. 짧은 콘텐츠로 관심을 끌었다면, 더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긴 콘텐츠로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광고는 짧고 강렬한 메시지로 시작하지만, 브랜드의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더 긴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소비자 역시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 쇼트텐트의 즉각적인 즐거움을 누리는 동시에, 책을 읽거나 긴 영화를 감상하며 깊이 있는 경험을 쌓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합니다. 쇼트텐트는 일상의 빠른 소비를 위한 것이지만, 깊이 있는 콘텐츠는 우리의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짧고 강렬한 콘텐츠 시대를 사는 지혜
쇼트텐트는 단순히 짧은 콘텐츠가 아닙니다. 그것은 현대인의 빠르게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콘텐츠의 진화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쇼트텐트가 우리의 유일한 선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짧은 콘텐츠로 즐거움을 얻되, 깊이와 풍성함을 가진 긴 콘텐츠를 통해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쇼트텐트는 대세지만, 진정한 콘텐츠의 가치는 길이와 상관없이 우리에게 의미와 통찰을 전달하는 데 있습니다. 짧고 강렬한 콘텐츠, 그리고 깊이 있는 콘텐츠. 두 가지를 모두 즐길 수 있는 균형 잡힌 소비자가 되는 것. 그것이 쇼트텐트 시대를 똑똑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며, 콘텐츠를 제대로 소비하는 길입니다.
우리는 쇼트텐트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지만, 그 즐거움 뒤에는 더 깊은 통찰과 경험이 기다리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균형이야말로 우리가 콘텐츠 시대를 건강하게 즐기는 비결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