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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황 "나훈아" 박수칠 때 떠나라

김용년 원장의 인생 노트 14

by 김용년

나훈아답게 산다는 것은?


가황(歌皇) 나훈아. 그의 이름에는 시대를 넘나든 음악적 유산이 담겨 있다. 59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그는 자신의 노래로 대중을 울리고 웃기며 위로해 왔다. 그리고 2025년 1월,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마지막 콘서트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하며 스포트라이트에서 물러났다. 그는 말했다. “훈아답게 살다가 훈아답게 갈 거다.” 그의 이 한마디는 평생을 관통한 삶의 철학을 단순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했다.


별처럼 빛난 마지막 순간


나훈아는 마지막 콘서트에서 자신의 히트곡 ‘사내’를 개사해 부르며 관객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긴가민가하면서 조마조마하면서/ 설마설마하면서 부대끼며 살아온/ 이 세상을 믿었다 후회 역시도 없다.”

그의 노랫말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인생에 대한 고백이었다. 화려했던 삶 뒤에 숨겨진 고민과 고뇌,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후회 없는 삶을 담담히 노래했다.


그는 구름 위의 스타로 살았지만, 때로는 땅 위의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때로는 지치고 흔들렸을 그였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했다. 콘서트 말미, 그는 드론에 달린 마이크를 하늘로 날리며 무릎을 꿇어 인사했고, 그 모습은 팬들의 마음에 오랫동안 남을 작별의 장면이 되었다.


나훈아가 남긴 유산


나훈아는 200장이 넘는 앨범, 1200곡 이상의 자작곡, 그리고 무수한 히트곡으로 대한민국 가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고향역', '홍시', '영영', '사랑은 눈물의 씨앗' 등 그의 노래는 세대를 넘어 대중들의 가슴에 남아 있다. 단순한 멜로디와 가사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추억을 어루만지는 힘을 가진 노래들이었다.


그가 만들어낸 "뒤집고 꺾는 창법"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예술의 경지였다. 그는 콘서트에서 이미자의 ‘울어라 열풍아’, 배호의 ‘누가 울어’를 부르며 자신만의 창법을 통해 곡을 새롭게 해석해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그가 남긴 음악은 단순한 유행가가 아니라 시대의 감정과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었다.


훈아답게 산다는 것


나훈아는 마지막 콘서트에서 팬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남겼다. “거울에게 물어보라. 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번 돈은 다 쓰고 가라.” 이 말은 단순히 소비의 권유가 아니었다. 그는 우리에게 묻고 있었다. 스스로를 위해 사는 것이 무엇인지, 삶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라는 메시지였다.


‘훈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타협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며, 자신의 길을 걷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의 삶은 그 자체로 예술이었고, 그의 노래는 그 예술을 대변했다. 나훈아는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갔고, 그 안에서 타인을 위로하는 방법을 찾았다.


“가수는 꿈을 파는 사람이다.” 나훈아가 남긴 이 말처럼 그는 자신의 노래를 통해 대중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달했다. 그는 은퇴 후에는 노래를 부르지 않고, 새로운 일을 하며 살겠다고 했다. 그 말처럼 무대를 떠나도 그는 또 다른 방식으로 ‘훈아답게’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노래방에서, 추억 속에서, 그리고 여전히 그의 노래를 부르는 팬들의 입에서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 그는 무대를 떠났지만, 그의 예술과 메시지는 계속해서 사람들의 삶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박수칠 때 떠나라


나훈아는 마지막 무대에서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을 몸소 실천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름다운 이별을 선택했다. 그는 단순히 노래를 부른 가수가 아니었다. 그의 노래는 사랑, 인생,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시였고, 그의 무대는 하나의 살아있는 예술이었다.


‘훈아답게 살다 간다’는 그의 마지막 말은 단지 자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 우리는 얼마나 나답게 살아가고 있는가? 삶을 꿈처럼 노래했던 그처럼, 우리도 우리의 방식대로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훈아답게 산다는 것. 그것은 곧 자신답게 살아간다는 것의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


이 글이 나훈아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에게 하나의 추억이자 메시지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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