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독주에 도전하는 신세계, 네이버, 롯데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이 쿠팡의 독주 속에서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2023년 기준 국내 이커머스 거래액은 약 227조 원에 달하며, 이 중 쿠팡이 31조 8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업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신세계, 네이버, 롯데 등 경쟁사들이 각자의 전략을 내세워 쿠팡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시장 판도가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쿠팡의 독주를 저지하기 위해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 업체와의 협업을 선택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말 G마켓이 중국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올해 5대 5 출자 비율로 조인트벤처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G마켓은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협력해 초저가 공세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번 협력으로 해외 판로가 확대되어 입점 판매자(셀러)들이 더 많은 해외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G마켓의 60만 셀러가 알리바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자동 입점 시스템을 구축하고, 알리바바의 기술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G마켓에 접목할 계획이다.
쿠팡의 독보적인 경쟁력 중 하나는 바로 ‘로켓배송’이다. 이에 네이버쇼핑은 물류 파트너인 CJ대한통운과 협력해 주 7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며 강력한 경쟁 체계를 구축했다. CJ대한통운은 32년 만에 일요일 및 공휴일 배송을 시작하며, 네이버도착보장, 새벽배송, 오늘배송, 내일배송 등 다양한 배송 옵션을 제공하는 등 빠른 배송 시스템을 확립했다.
CJ대한통운의 주 7일 배송 도입으로 인해 쿠팡과 컬리가 직매입 방식으로 운영하던 새벽배송 시장에서도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네이버뿐만 아니라 11번가를 제외한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도 CJ대한통운과 협력해 새벽배송을 확대하는 추세다. SSG닷컴 역시 프리미엄 식품관인 ‘미식관’에서 유명 커피와 디저트를 수도권과 충청 지역에서 새벽배송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롯데그룹은 최근 유동성 위기설이 제기되는 등 다소 불안한 상황이지만,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기존 오프라인 유통 강자의 입지를 살려 이커머스 시장에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롯데온은 지난해 두 차례 희망퇴직을 받아 인력을 효율화하고, 본사 사무실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강남구로 이전해 고정비 절감을 추진했다. 또한, 패션·뷰티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해 패션실과 뷰티실을 신설하고, 전담팀을 구성해 상품 기획(MD)에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4분기 롯데온의 패션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으며, 뷰티 부문 매출도 하반기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문가들은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숙명여대 경영학부 서용구 교수는 “이커머스 업체들의 배송 속도와 품질 경쟁력이 시장 주도권을 잡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면서 “건전한 경쟁을 통해 서비스 수준이 향상되면 소비자 만족도가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쿠팡이 수년간 의도적으로 적자를 감수하며 구축한 ‘규모의 경제’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다른 기업들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쿠팡을 견제하는 경쟁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2025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경쟁 구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