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AI 패권을 둘러싼 경쟁
현재 전 세계가 인공지능(AI)에 주목하고 있다. 예전에는 AI가 단순한 기술적 호기심의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글로벌 경제와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AI를 둘러싼 갈등도 점점 심화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발표,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AI 모델 발표, 그리고 폴 앨런의 오픈소스 AI 모델 ‘툴루3’ 공개는 이러한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들이다.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국가 전략과 경제 안보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AI 패권을 둘러싼 경쟁
미국은 AI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AI 연구개발을 위한 72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으로, 오픈AI, 오라클, 소프트뱅크 등 주요 AI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AI 하드웨어, 데이터 인프라, 소프트웨어 모델의 세 가지 핵심 요소에서 미국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AI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GPU 수출을 규제하는 등 강력한 통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역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발표한 AI 모델 ‘딥시크 R1’은 기존 AI 모델보다 18배 적은 비용으로 동일한 성능을 구현했다고 주장하며 업계를 뒤흔들었다. 기존 AI 연구에서는 모델의 크기와 연산 능력이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여겨졌다. 챗GPT-4의 경우 1조 개 이상의 파라미터를 학습하며 방대한 연산 자원을 필요로 한다. 반면, 딥시크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도입해 적은 연산 자원으로도 강력한 성능을 구현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발표 이후 AI 반도체 시장의 선두 기업인 엔비디아의 주가는 하루 만에 17%나 폭락했다.
딥시크의 모델이 기존 AI 패러다임을 바꾼 이유는 단순히 비용 절감 때문이 아니다. 지금까지 대형 AI 모델들은 점점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더 많은 GPU 연산을 필요로 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막대한 전력과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고,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와 같은 특정 기업의 의존도가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딥시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효율적인 AI 학습 기법을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 AI 생태계를 뒤흔들 가능성이 크다.
AI 기술의 윤리적 논란, 딥시크의 학습 방식은 합법적인가?
딥시크의 AI 모델이 오픈AI 등의 데이터를 불법적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AI 모델의 학습 방식에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지도 학습(Supervised Learning)은 정답 데이터를 제공하며 모델을 훈련하는 방식이다. 둘째,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은 여러 답변 중 최적의 결과를 찾도록 AI가 스스로 학습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증류 기법(Distillation)은 기존 AI 모델의 출력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이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적인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미국은 딥시크가 오픈AI의 데이터를 직접 활용하지 않았다고 해도, 기존 대형 언어 모델의 출력을 참고하여 AI를 학습했다면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I 모델 개발 과정에서 증류 기법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AI 데이터의 활용 방식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향후 AI 산업에서 기술 윤리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AI 오픈소스 혁명, 폴 앨런의 ‘툴루3’ 공개와 미래 전망
딥시크의 발표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은 ‘툴루3(Tulu-3)’라는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또 다른 변화를 이끌었다. 그는 기존 AI 연구가 지나치게 폐쇄적이라고 비판하며, 데이터, 코드, 학습 방법을 모두 개방하여 누구나 AI 모델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오픈AI의 폐쇄적 운영 방식과는 정반대의 행보로, AI 연구의 민주화를 촉진할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AI 기술이 특정 기업이나 국가에 독점되지 않고 개방형 생태계(Open AI Ecosystem)로 확산된다면, 전 세계적으로 AI 연구의 속도와 효율성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이는 AI 기술이 소수의 기업과 연구소만이 독점하는 도구가 아니라, 보다 많은 개발자와 기업들이 자유롭게 연구하고 활용할 수 있는 공공 자산이 될 가능성을 열어준다. 최근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가 전략 변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앞으로 AI 기술의 발전 방향은 비용 절감과 오픈소스 전략을 중심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대형 언어 모델의 학습 비용은 지난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으며, 앞으로 5년 내에 20분의 1, 심지어 100분의 1 수준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된다면, AI는 거의 모든 산업과 시스템에 적용되는 범용 기술(General-Purpose Technology, GPT)이 될 것이다.
AI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발전만으로는 부족하다. AI 시대의 국가 경쟁력은 세 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첫째, 정치·사회적 안정은 AI 연구개발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요소다. 둘째, AI 인재 확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며, AI 연구자와 개발자가 몰리는 국가가 기술 주도권을 차지할 것이다. 셋째, 반도체 및 전력 인프라가 AI 산업의 핵심 자원으로 작용할 것이며,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과거 산업혁명 당시 영국이 정치적 안정과 풍부한 석탄과 철강 자원을 바탕으로 세계를 주도했던 것처럼, AI 시대에도 이러한 요소를 갖춘 국가가 패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AI는 이제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경제 질서를 바꿀 거대한 기술 혁신의 중심에 있다. 앞으로 AI 패권 경쟁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AI가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술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