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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FDA 승인 뇌전증 신약

SK바이오팜, FDA 승인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 성공 신화

by 김용년

SK바이오팜, 25년의 노력 끝에 뇌전증 혁신 신약 ‘세노바메이트’ 성공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봄기운이 감돌고 있다. 그동안 해외 제약사들의 신약을 수입해 유통하거나 복제약(제네릭)을 생산하는 데 집중하던 한국 제약업계에서, 독자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혁신 신약을 탄생시키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XCOPRI)’는 대한민국 제약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최초 신약 개발 전 과정 독자 수행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에는 수천억 원에서 1조 원이 넘는 막대한 비용과 최소 10년 이상의 연구개발 기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수백, 수천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하고, 효과가 입증되지 않으면 그동안 투자한 자금이 모두 사라질 위험도 크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많은 국내 제약사들은 글로벌 빅파마(대형 다국적 제약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거나, 복제약 개발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SK바이오팜은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었다. 1993년 신약 개발을 시작한 이후 무려 25년간 연구를 이어가며,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 마케팅·판매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했다. 이는 국내 제약산업 역사상 유례없는 도전이었고, 결국 2019년 11월 미국 FDA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으며 결실을 맺었다.


뇌전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세노바메이트’


세노바메이트는 뇌전증 환자들을 위한 혁신적인 치료제다. 뇌전증은 흔히 ‘간질’로 불리는 질환으로, 뇌신경세포의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로 인해 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병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매년 약 2만 명이 새롭게 뇌전증 진단을 받으며, 환자의 60%는 기존 치료제를 복용해도 발작을 완전히 조절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노바메이트는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된 ‘이중 작용 기전’을 통해 강력한 치료 효과를 발휘한다. 나트륨 채널을 선택적으로 차단해 흥분성 신호를 조절하고, 동시에 GABA-A 수용체의 알로스테릭 활성화를 촉진하여 억제성 신호를 강화함으로써 발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용 기전을 통해 임상시험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위약(플라세보) 투여군에서 9%의 환자만이 발작 완전 소실을 경험한 반면, 세노바메이트 투여군에서는 28%의 환자가 발작 완전 소실을 경험하며 높은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미국 시장 직접 진출, 연매출 4400억 원 달성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시장 진출에서도 과감한 전략을 택했다. 보통 국내 제약사들은 미국 시장에서 자체 판매망이 부족하기 때문에 현지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SK바이오팜은 직접 판매(직판) 전략을 선택했다. 이는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에서 주도적으로 영업과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그 결과, 2023년 기준으로 미국 내 뇌전증 신규 환자 처방 수 1위(43%)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으며, 연매출은 4378억 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62%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SK바이오팜의 전체 매출도 2023년 기준 5476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927억 원 증가했고, 영업이익 역시 936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국내 출시도 기대


세노바메이트의 성공 사례는 국내 제약업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신약 시장에서 기술이전 모델에 의존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직접 신약을 개발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도 세노바메이트 출시가 기대되고 있다. 국내 판권을 보유한 동아에스티가 2024년 2월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허가가 승인되면 국내 환자들도 조만간 세노바메이트를 통해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도전은 계속된다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 성공 사례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신약 개발은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지만, 꾸준한 연구개발과 과감한 도전이 있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신약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며, 더 많은 혁신적인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제2, 제3의 세노바메이트와 같은 성공 사례가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따뜻한 봄처럼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도 희망이 깃들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혁신적인 신약이 탄생하는 소식을 지속적으로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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