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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파트 입주율 급락

새 아파트 입주율 급락, DSR 규제와 고분양가 문제

by 김용년

새 아파트 입주율 급락, DSR 규제에 따른 시장 혼란 심화


최근 새 아파트 입주시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인해 잔금대출이 크게 축소되면서 입주를 포기하는 계약자들이 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악성 미분양이 급증하는 등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잔금대출 감소, 계약자들 "돈 마련이 어렵다"


아파트 분양대금은 일반적으로 계약금 10%(규제지역은 20%), 중도금 60%, 잔금 30%로 나뉘어 납부된다. 중도금은 집단대출 형태로 이루어지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을 통해 시행사 및 시공사의 연대보증 아래 대출이 진행된다. 하지만 입주 시점에 필요한 잔금대출은 개인 주택담보대출로 간주되어 DSR 규제를 적용받게 되며, 이 과정에서 대출한도가 크게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분양가의 60~70% 수준으로 책정되어 계약자들은 중도금을 상환하고 남은 20~30%의 잔금만 부담하면 됐다. 하지만 지난해 9월부터 DSR 규제가 강화되면서 잔금대출 가능 금액이 분양가의 40~50% 수준으로 축소되었다. 이에 따라 계약자들은 분양가의 절반에 해당하는 자기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고, 이를 충당하지 못하는 경우 입주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입주율 하락과 악성 미분양 증가


잔금대출이 줄어들면서 입주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평균 입주율은 2024년 9월 69.4%에서 2025년 1월 63.5%로 감소했다. 특히 지방의 경우 같은 기간 66.6%에서 61.2%로 떨어졌으며, 분양가가 높은 수도권은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수도권의 입주율은 82.5%에서 74.1%로 급락하면서 입주 포기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입주 포기는 악성 미분양으로 직결되고 있다.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9월 1만 7262 가구에서 올 1월 2만 2872 가구로 32% 증가했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같은 기간 1만 4375 가구에서 1만 8426 가구로 28% 늘었다. 수도권 역시 예외가 아니며, 지난해 9월 2887 가구였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올 1월에는 4446 가구로 54% 증가했다. 특히 인천의 경우 555 가구에서 1707 가구로 207%나 폭증해 심각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잔금대출 규제 강화가 부도 위기 초래


입주를 하지 못하는 계약자들은 중도금 대출을 상환할 수 없어 연체가 발생하며, 이러한 연체가 이어질 경우 시행사 및 시공사는 중도금 집단대출을 대위변제해야 한다. 하지만 건설사들의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대위변제가 늘어나면 도산 위험이 커지게 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잔금 연체 → 악성 미분양 증가 → 중도금 대위변제 → 시행·시공사 부도'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DSR 규제 강화 이후 이러한 흐름이 더욱 심각해졌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새 아파트 입주시장이 사실상 마비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인하뿐만 아니라 대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산업이 무너지면 뒤늦은 대책은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며 "분양가를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노력과 함께 대출 규제 완화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새 아파트 입주시장의 혼란은 단순한 계약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건설업계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입주율 급락과 악성 미분양 증가가 지속된다면 중소형 건설사들의 연쇄 부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건설업계와 주택협회는 금융당국에 ‘중도금 집단대출 잔금전환 개선’을 건의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의 잔금대출 DSR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향후 수개월 내에 입주 포기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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