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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국가의 설계

아주 쉬운 플라톤의 국가 04

by 김용년

정의로운 국가의 설계


플라톤은 정의를 개인의 내면뿐 아니라, 하나의 국가 안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국가』에서는 정의로운 국가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된다. 이 장에서는 플라톤이 설계한 이상국가의 구조와 철인통치의 개념, 그리고 교육과 재산 문제에 대한 그의 생각을 알아본다.


세 계급과 그 기능


플라톤이 말한 이상적인 국가는 세 계급으로 나뉜다. 첫째, ‘통치자 계급’이다. 이들은 철학자이며, 국가를 이끌며 법을 만들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다. 둘째, ‘수호자 계급’이다. 이들은 군인과 경찰처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내부의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셋째, ‘생산자 계급’이다. 농부, 상인, 장인처럼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고 거래하는 사람들이다. 이 세 계급이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할 때 국가는 정의로울 수 있다. 여기서도 앞서 영혼의 세 부분처럼 각각의 계층이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철학자의 통치 이유


플라톤은 철학자가 통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철학자는 단지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진리를 사랑하고 전체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철학자는 '선의 이데아'를 이해하고, 개인이 아닌 공동체 전체를 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철학자가 통치하지 않으면 국가는 절대 정의로워질 수 없다”고 말했다. 현실에서는 사람들이 정치인을 뽑을 때 인기나 말솜씨를 보지만, 플라톤은 지혜와 덕을 갖춘 철학자가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 공동육아, 사유재산 제한의 의미


플라톤의 국가에서는 통치자와 수호자 계급에게 특별한 제도가 있다. 그 중 하나는 ‘공동 교육’이다. 어린 시절부터 철저하게 국가가 정한 교육을 받으며, 성격과 능력에 따라 계급이 나뉘게 된다. 이 교육에는 체육과 음악, 철학이 포함된다.


또 하나는 ‘공동육아’다. 부모가 자식을 직접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식은 모두 국가가 키운다. 이는 가족 중심의 이기심을 줄이고, 공동체 전체를 위한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제도는 ‘사유재산 금지’다. 특히 통치자와 수호자 계급은 개인 재산을 가질 수 없다. 돈이나 땅이 생기면 자기 이익을 먼저 생각하게 되므로, 공익을 위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플라톤의 이런 제도들은 오늘날에는 매우 낯설고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까지 강조한 이유는, 정의로운 국가는 오직 각 계층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며, 사적인 욕심보다 공적인 질서를 중요하게 여길 때 가능하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정의로운 국가는 내면의 조화와 닮았다


앞서 영혼의 구조에서 봤듯, 이성, 기개, 욕망이 조화롭게 작동할 때 개인은 정의롭다. 마찬가지로, 철학자, 수호자, 생산자가 각자 자기 일을 잘하며 욕심을 절제할 때 국가는 정의로울 수 있다. 결국, 플라톤은 개인의 정의와 국가의 정의가 닮아 있다고 본 것이다. 국가를 설계하는 것은 곧 인간의 마음을 설계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가』는 단순한 정치 책이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철학 책이다.


오늘날에 던지는 질문


플라톤의 이상국가는 너무 이상적이라 현실에서는 실현되기 어렵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 책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어떤 정치 지도자를 뽑아야 하는지, 어떤 교육이 바람직한지, 공공의 이익이 왜 중요한지를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권력과 욕망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통치가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 믿음이 오늘날에도 우리가 정치와 사회를 생각할 때 다시 떠올려야 할 중요한 가치다.


YouBook 유북 : 초등생도 이해하는 플라톤의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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