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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tainsight Oct 13. 2023

땡큐, 브런치!

열심히 하겠습니다~~

여기 끄적 저기 끄적 조금씩 글을 쓰고는 있었다. 그런데 조금씩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물려줄 게 없는데 엄마가 무슨 생각하며 살았는가 정도는 흔적으로 남겨 정신적 유산이라고 우겨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써놓았던 글을 모아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하고 나서 여러 작가님들의 스토리 구경을 하는데 글솜씨가 장난 아닌 분들이 작가 신청 세 번 만에 됐네... 열 번째 됐네... 뭐 이런 글들을 읽고 '아, 여긴 나 같은 '아무나'가 들어오는 곳이 아니구나...' 하고 마음을 내려놓았다.


마음이 무척 다운되는 아침이었다. 할아버지의 재력과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이 있어야 아이들을 명문대 보낸다는 우스개 소리를 몇 년 전에 들었는데 우리 집은 아빠의 무관심만 충만하다. 정보력 없는 엄마를 도와주려고 고2 아들의 겨울 방학을 알차게 보내라며 아직 10월인데 대치동 학원들이 벌써 문자 폭탄 선물을 보내고 있다. 윈터를 어디서 해야 하네... 두 달 학원을 보내면 몇 백이 드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한숨이 나오려는 찰나에 브런치에서 메일이 왔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네! 열심히 할게요!'(꾸벅) 

마음속 우울한 기운이 단번에 도망갔고 난 중얼거리며 인사하고 있었다.


카톡으로 가족들에게 한바탕 자랑하고 호들갑을 떨고 나니 '왜지? 내 뭘 보고 합격시켜 준 거지?' 현타가 왔다. 브런치 작가 신청과 관련된 글이 꽤 있었는데 그중에 뼈 때리는 조언이 있었다. 많이 떨어진 사람들은 왜 떨어졌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는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그러며 성장한다고. 그런데 한 번에 합격한 사람들이 글쓰기를 계속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고 했다. 뜨끔했다. 뭐든 시작만 하고 지속하는 게 어려운 나에게 굉장히 아픈 지적이고 마음에 새길 충고였다. 


그리고 여러 작가님들의 글을 읽는데 음... 나는 언제 저런 솜씨를 갖나... 저런 천상계의 구독자 수란... 한없이 작아지는 나를 보았다. 그리고 항상 등장하는 나이 타령과 힘 빼는 몹쓸 속삭임. '네 나이에 시작해서 언제 저런 구독자 수를 만들겠어. 그리고 누가 네 글을 읽어주겠니...' 그런데 이번엔 내가 속아 넘어가지 않기로 했다. 그 몹쓸 녀석의 속삭임 때문에 시도도 못하고 놓쳐버린 기회가 얼마나 많은지. 그 대신 우리 엄마가 맨날 하시는 말씀을 붙잡기로 했다. '얘, 내가 그 나이면 날아다니겠다!' 나는 지금 날아다닐 나이다. 잘하려 힘주면 삑사리 나는 법. 천천히 꾸준하게 아이들에게 물려줄 정신적 유산을 차곡차곡 쌓아야겠다.


땡큐, 브런치! 저처럼 쉽게 포기하는 사람, 포기하지 말라고 단번에 붙여주신 거죠? 너무 고마워요. 열심히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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