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tainsight Jan 21. 2024

견딜 수 있어 날개를 펴고 날아

싱어게인 3가 끝나고

우리 가족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정도는 되어야 TV를 튼다. 그래서 핫한 드라마나 예능들을 모두 한 김 식은 뒤에 보며 뒷북을 친다. 며칠 전 끝난 '싱어게인 3'도 지난 연말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사실 딸내미들과 아들은 이미 덕후가 되어 가수들 이름을 줄줄 꿰고 있었는데 우리 부부만 몰랐던 것이다. 딸들이 방청권 응모에 당첨이 되면서 우리 부부도 그 오디션 프로그램에 빠져들게 되었다. 세 놈들 모두 한 사람을 응원하고 있었다. 홍이삭. 들어보니 그럴만했다. 뭐랄까 진정성이 노래 속에 잘 녹아있다고 할까? 게다가 잘생겼다! 그가 우승을 했다. 우리 집은 남의 일인데도 그가 국가대표로 금메달 딴 것처럼 함께 기뻐했다.


그런데 난 그날 홍이삭의 노래가 아닌 이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모든 것이 무너져있고

발 디딜 곳 하나보이질 않아

까맣게 드리운 공기가 널 덮어

눈을 뜰 수 조차 없게 한대도

거기서 멈춰있지 마 그곳은 네 자리가 아냐

그대로 일어나 멀리 날아가기를

얼마나 오래 지날지 시간은 알 수 없지만

견딜 수 있어 날개를 펴고 날아

결국 멀리 떠나버렸고

서로 숨어 모두 보이질 않아

차갑게 내뱉는 한숨이 널 덮어

숨을 쉴 수 조차 없게 한대도

거기서 멈춰있지 마 그곳은 네 자리가 아냐

그대로 일어나 멀리 날아가기를

얼마나 오래 지날지 시간은 알 수 없지만

견딜 수 있어 날개를 펴고 날아

-이승열 '날아'-

[싱어게인3] 시원한 날갯짓에 잔잔히 밀려오는 감동� 강성희의 〈날아〉♪ | 싱어게인3 13회 | JTBC 240118 방송 (youtube.com)


신촌블루스의 보컬이었다는 강성희라는 가수의 노래였다. 절규하듯 부르는 노래에 빠져들었고 그녀의 마음이 오롯이 담긴 가사인 것 같아 울림이 컸다.

열심히 날아온 것 같은데 여전히 앞이 보이지 않고 하나 둘 같이 날던 친구들은 보이지 않고 거친 숨소리만 크게 들리는 지친 중년의 새들을 위한 응원가 같은 곡이었다. 지금 내가 가는 길이 맞나... 얼마나 더 가야 하지...너무 힘들다... 라며 날아가면서도 마음이 복잡한 아줌마, 아저씨들의 눈시울을 젖게하는 가사였다. 몇 년 전 미생을 열심히 때도 OST를 분명히 들었을 텐데 지금 노래의 가사가 맘을 울리는 나의 날개가 그만큼 지쳐있다는 뜻인 같았다. 노래 아래로 시종일관 흐르는 과하지 않은 퍼커션이 무심한 듯이 지친 어깨를 토닥여주는 소리로 들린다. '견딜 수 있어 날개를 펴고 날아!!!' 머릿속에서 무한 반복 재생 중이다.


이런 오디션은 스토리텔링이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더 움직이는 것 같다. 부제인 '무명가수전'에서 알 수 있듯이 무명가수들을 발굴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물론 진짜 무명이냐, 이름만 안 알려졌지 팬덤이 상당한 사람들 아니냐... 는 여러 말들이 많지만 어쨌든 덜 알려진 가수들인 것은 확실하지 않은가. 사람들이 감동하고 응원하는 지점은 이들이 포기할만한데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리라. 벽에 부딪힐 때마다 세상과 상황이 말해주는 부정적인 메시지를 믿을 수도 있는데 꿈과 소망을 놓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들을 응원하게 만드는 힘이다.




엄마: 홍이삭이 1등을 하긴 했지만 보컬레슨 좀 받아야겠더라. 발성이 좀 그래...

큰딸: ㅎㅎㅎ 엄마 무슨 전문가처럼 말하는 거 웃겨요~~~


조용히 하란 얘기다. 덕후로서 대놓고 기분 나빠하긴 좀 모냥빠지니 엄마의 태도가 웃긴다고 디스하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집 분위기는 이제 홍이삭을 따르는 토스트(홍이삭 팬덤 이름을 토스트라고 정했다고 한다. 이삭토스트...ㅠㅠ)가 기꺼이 될 기세다. 남편까지 홍이삭 노래를 계속 틀어 놓는 바람에 외울 지경이다. 우리 식구들이 모두 토스트가 되겠다면 그러라고 해야겠다. 난 홍이삭이 보컬레슨을 받는지 보고 결정해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고통은 왜 몰빵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