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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tainsight Oct 10. 2023

고마워요, 패트리샤 폴라코!

<고맙습니다, 선생님>을 읽고

Thank you, Mr. Falker

by Patricia Polacco


이 책은 나와 큰딸 명이소망이에게 두 말이 필요 없는 그런 책이다.


주인공 트리샤는 부모님의 이혼 후 엄마, 오빠,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산다. 읽는 게 유난히 힘들었던 트리샤는 학교생활이 힘들다. 자신에게 늘 힘과 용기를 주시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트리샤네는 이사를 간다. 전학 간 학교에서 잘 지내보고 싶었지만 그림 외에 잘하는 것이 없고 특히 국어 수업 시간에 바보가 되어버리는 트리샤를 장난꾸러기들은 심하게 놀린다. 놀림을 피해 다니며 늘 혼자 지내던 트리샤는 포커 선생님을 만나 어둠에서 빛으로 나온다. 포커 선생님과 독서지도 선생님은 트리샤를 방과 후에도 남겨 읽기 지도를 하고 트리샤는 결국 몇 달간의 노력 끝에 책을 읽어낸다. 지식을 찾아가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이다.


이 책을 나의 세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책 속의 트리샤와 우리 큰딸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소망이는 글을 읽을 때 많이 머뭇머뭇했고 글자를 빠뜨리고 읽을 때가 많았으며 글밥이 많은 책을 보면 어지럽다고 했다. 엄마인 나는 망이가 난독증인 것 같다고 혼자 진단했지만 남편은 좀 더 기다려보자 했다. 결국 초등학교 4학년쯤 되어 소아정신과에서 난독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난독증 치료라는 것이 시간과 노력이 드는 것인데 우리는 중국에 있었고, 학습적 접근 방법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없었다.

이 책은 진단을 받기 훨씬 전에 읽었지만 늘 내 맘에 남아있었다. 패트리샤 폴라코 선생님의 책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책의 소재가 자신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주인공 트리샤가 바로 자신인 패트리샤 폴라코라고 밝힌다. 학교 졸업 한참 후 어떤 결혼식에서 포커 선생님을 만나 글자 하나 제대로 읽지 못했던 트리샤가 이제 어린이책 작가가 되었노라고 말한 장면에서는 뭉클함을 가라앉히기 힘들었다. 인생에서 꼭 누리고 싶은 축복을 고르라 한다면 '만남'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중에서도 훌륭한 선생님과의 만남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선생님의 헌신적인 노력과 믿음 덕분에 지식을 좇는 트랙 위에 트리샤는 올라설 수 있었다.

소망이는 스스로 자신은 선생님 복이 있다고 말한다. 아마도 이 책 덕분이 아닐까? 엄마는 이 책에 감동받아 늘 아이들의 선생님들을 위해 기도했다. 소망이는 자신에게 맞는 대안 학교에서 정말 헌신적인 선생님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청소년들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이 책을 리스트 넘버원으로 고른 진짜 이유다. 상해에서 주재원 생활을 할 때 소망이가 국제 학교생활을 많이 힘들어했다. 한글로 된 책 읽기도 힘든 아이가 영어 공부해야 했지, 다국적의 외국인들과 사귀어야 했지...... 어른들도 힘든 일을 아이가 겪어야 했다. 함께 많이 울었었다. 소망이의 생일 한 달 전 즈음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패트리샤 폴라코에게 메일 보내기! 한참을 그녀의 홈페이지를 뒤졌는데 개인 이메일은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비서에게 구구절절 선생님의 엽서 한 장이 난독증이 있는 한국 소녀에게 큰 힘주는 최고의 생일 선물이 되겠다고 보냈다. 그런데 며칠 후 답장이 왔고 비서는 패트리샤의 드로잉을 항공 우편으로 보냈다고 답장을 보내왔다. 그 그림을 받아보았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사는 한국 소녀에게 작은 정성을 보여주는 작가의 마음에 우리 모녀는 감사했다. 그 그림은 우리 소망이의 보물 1호다.


이 책에서의 또 다른 감동 포인트는 할아버지의 유산이다. 사람들은 유산은 무조건 돈이라 여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유산이 아니라 마음 깊이 새겨져 지워지지 않고 내 삶을 이끄는 등대 같은 유산을 받는 후손은 정말 복되다. 트리샤는 글을 읽게 된 날 집에 돌아와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책과 꿀병을 꺼낸다. 꿀벌이 꿀을 찾아 여행하듯 우리도 지식과 지혜를 찾아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유산을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트리샤는 하늘의 별을 보며 말했을 것이다. '할아버지, 드디어 제가 그 여행을 시작하게 됐어요! 땡큐!'


짧지만 이야기 속에 푹 빠졌다 나올 수밖에 없는 스토리텔링이 훌륭한 책이다.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꼭 읽어보길 권한다. 멀리 아시아에서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겪고 있을 어린이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그런 멋진 작가다! 그리고 감동받은 책이 있다면 작가에게 꼭 연락하길! 굉장히 특별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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