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Mr. Henshaw
By Beverly Cleary
오늘 드디어 마지못해 읽던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끝냈다. 내용을 다 아는 소설을 작가의 서사적 설명을 따라가며 읽어내는 작업이 그리 내키지는 않다. 읽고 싶지 않은 책도 수업을 위해 읽어내야 하는 건 감사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
메리 셸리가 쓴 서문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산초가 말한 대로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앞서 존재했던 무언가와 반드시 연결되어 있다
<프랑켄슈타인>의 서문 중에서
매거진 첫 글이었던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끝에 작가에게 편지를 써보라는 말로 마무리를 했다. 그래서 사슬처럼 연결되는 글쓰기를 하기 위해 작가에게 편지를 쓰는 내용의 책을 골랐다. <헨쇼 선생님께>...
이 책은 우리가 상해에서 돌아와 시댁에 얹혀살 때, 틈만 나면 도서관, 카페 등으로 피신하던 시절 알라딘에서 발견한 보물이다. 그림이 참 좋았다. 굵은 연필 자국이 그대로 드러난 수채화가 우리 주인공 리 보츠의 마음처럼 맑다(원작의 그림은 다르다. 한국어판은 이승민 선생님이 그려주셨는데, 원작보다 백 배 천 배 낫다! 그 따뜻함이란!).
리 보츠는 아빠와 이혼한 엄마와 함께 주유소 옆 방 한 칸짜리 오두막 같은 집에 산다. 엄마는 외식 출장 업체 직원이고 그 덕에 엄마네 사장님이 챙겨준 근사한 뷔페 음식을 도시락으로 싸 가곤 한다. 초등학교 2학년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읽어주신 <개를 재미있게 해 주는 방법>의 작가인 헨쇼 선생님께 편지를 쓰게 된다. 처음에는 수업 과제이니 시작했지만 편지 교환은 전학 와서도 계속되고 내용도 깊어진다. 헨쇼 선생님이 보낸 리에 관한 10가지 질문에 답을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헨쇼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는 헨쇼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 형식의 일기가 되고 다시 자신의 이야기를 덤덤히 풀어내는 비밀일기로 변한다. 그런 과정에서 리는 아빠의 빈자리를 이해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아이로 성장해 간다.
별다른 사건도 없고 주인공도 너무 평범한 이 이야기가 그저 그럴 수도 있다. 아마도 이 소설은 어린 시절 너무 평범해서 주목받지 못했고 혼자 만의 세계에서 빨리 성숙해 버렸던 어른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이 중고책 진열장에서 내 눈에 띄었나 보다.
리는 글쓰기 대회에서 입상을 하게 되어 안젤라 배 저라는 작가와 함께 식사를 할 기회를 얻는다. 안젤라 선생님이 "아, 네가 바로 <아빠 트럭을 탄 날>을 쓴 작가구나!"라고 하자 리는 "겨우 가작인걸요."라고 답한다. 이어지는 선생님의 구체적인 칭찬에도 리는 겸손을 떤다. 하지만 진짜 작가에게서 작가라고 불린 일, 진짜 작가에게 칭찬받고 자신답게 글을 쓰라고 격려받은 일을 마음에 곱씹으며 글로 남긴다. 나도 내가 가진 능력을 자랑스러워하지 못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돌아보면 꽤 좋은 재능이 많았는데 나는 늘 자신감이 없었고 열등감에 눌려있었다. 그때 리 보츠처럼 글을 쓰며 나를 찾아가는 방법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리는 아빠를 늘 그리워한다. 자기가 함께 할 수 없기에 아빠를 따라간 개, 산적이 아빠 곁을 지켜준다 생각하며 위안을 삼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산적이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아빠에게 묻는 말...... "아빠, 산적 대신 딴 개를 데리고 다니는 건 아니죠?" 다른 애를 아들 삼은 건 아니냐고 묻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다행히 아빠는 산적을 찾게 되고 집에 들른다. 돌아온 게 아니라 들른 것이다. 브로콜리 배달 중. 실망...... 엄마와 아빠는 가까워질 수 없는 거리를 확인하고 아빠는 떠나는데 산적을 리에게 맡기고 가려한다. 그런데 리는 아빠에게 산적이 더 필요하다며 데려가라고 한다. "제발 데려가 주세요. 저는 아빠만큼 산적을 재밌게 해 주지 못하거든요." 그럴 리가 없다. <개를 재미있게 해주는 방법>을 수도 없이 읽어 놓고 그 방법을 모르다니! 아빠와 연결되어 있으려는 리의 마음이다. 리는 엄마도 아빠도 원망하지 않는다. 아빠의 빈자리를 채울 만큼 마음이 넓어졌고 성장했다.
뉴베리상 수상작에는 공통점이 있다. 성장! 그리고 그 성장을 도와주는 꽤 괜찮은 어른이 늘 있다. 성장 소설은 천편일률적이고 고루하다며 괴기스럽고 자극적인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런 이야기들이 스릴을 주고 잠깐 재미있는 상상으로 안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인사이트를 주고 뭉클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에는 늘 성장이라는 화두가 있다. 우리는 왜 그런 이야기에 감동하는가? 우리 모두가 겪은 일이기 때문이다. 반백년을 산 아줌마도 늘 성장을 꿈꾼다. 리 보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