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강변의 무코리타》가 말하는 관계의 의미
2024년 대한민국의 1인 가구 수는 약 1,000만 명, 전체 가구의 약 4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일하고, 혼자 늙어가는 삶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1인 가구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질문도 떠오릅니다.
“우리는 혼자 살아도, 정말 혼자인가?”
“가족이 없으면, 관계도 없는 걸까?”
이 질문에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응답하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강변의 무코리타》(Riverside Mukorita, 2021)*입니다.
영화는 강가의 연립주택을 배경으로,
가족 없이 조용히 살아가는 이웃들의 일상을 보여줍니다.
주인공 야마다는 과거의 상처를 안고 조용히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그와 함께 사는 사람들도 각자의 고독을 안고 있지만,
그들은 수박을 나누고, 고기를 구워주고,
누군가의 유골에 향을 피우며 말 없는 돌봄의 관계를 만들어갑니다.
무코리타란 ‘무연고 사망자’를 뜻합니다.
이름 없이 세상을 떠난 존재.
하지만 이 영화는 그들을 다시 기억하고, 다시 관계 맺는 사람들을 통해
혼자이되 완전히 혼자는 아닌 삶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철학자 레비나스는
“인간은 타자의 얼굴을 마주함으로써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무코리타》에서 야마다는 타자와의 관계를 피해 살아갑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는 무연고자의 유골을 향해 향을 피우는 행동을 통해
말 없이 책임지는 존재, 응답하는 존재가 됩니다.
타자의 얼굴은 말하지 않아도 나를 윤리적으로 깨웁니다.
사회학자 모건은
“가족은 이름이 아니라 실천이다”라고 말합니다.
영화 속 이웃들은 혈연도, 부부도 아니지만
수박을 함께 먹고
유골을 같이 바라보고
서로를 위해 밥을 짓고 안부를 묻습니다.
이런 일상의 작은 실천들이 바로
새로운 가족의 형태,
관계로 맺어진 공동체를 구성합니다.
불교는 말합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
즉, 존재는 고립되어 있지 않으며,
모든 것은 서로 관계 맺으며 인연 속에 살아갑니다.
무연고 사망자조차, 누군가가 그를 기억해주고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다시 연기의 고리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1인 가구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쩌면 《무코리타》 속 인물들과 닮았습니다.
가족 없이, 혹은 관계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누군가와의 작은 연결, 기억, 배려의 행위는
우리를 관계 속 존재로 되돌려 놓습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가족은 사라질 수 있어도,
관계는 다시 피어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