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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죄가 큰 죄보다 더 위험한 이유

by 정영기

"이 정도쯤이야."


택시를 타고 가다가 신호를 무시하는 운전자를 보며,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을 지나치며, 분리수거를 대충 하는 이웃을 보며 우리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그리고 정작 자신의 차례가 되면 똑같이 말한다. "이 정도쯤이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아닐까. 불교의 인과법칙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일상의 작은 순간들에서는 이렇게 자신을 합리화한다. 남들도 다 하는 일이고, 큰 잘못도 아니니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과경, 因果經, The sutra on cause and effect》은 바로 이런 우리의 안일함에 대해 경고한다.


부처님의 돌 비유: 큰 죄보다 작은 죄가 더 위험한 이유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들려주신 한 가지 비유가 있다. 어느 날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각자 지은 죄의 크기에 따라 돌을 가져오라고 하셨다. 큰 죄를 지은 사람에게는 큰 돌을, 작은 죄를 지은 사람에게는 작은 돌을 주우라고 하신 것이다.


제자들이 돌을 가져오자, 부처님은 다시 그 돌들을 원래 있던 자리에 갖다 놓으라고 하셨다. 결과는 놀라웠다. 큰 돌을 가져온 제자는 쉽게 제자리를 찾아 돌을 놓을 수 있었다. 그 돌이 어디서 왔는지 명확히 기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은 돌 여러 개를 주워 온 제자들은 어디서 가져온 돌인지 기억하지 못해 헤맸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큰 죄는 뚜렷이 드러나므로 참회하기 쉽지만, 작은 죄는 은밀하고 무수히 많아 깨닫기 어렵고 참회하기도 어렵다."


큰 죄와 작은 죄, 무엇이 더 위험한가


이 비유가 시사하는 바는 우리의 통념을 뒤집는다.


큰 죄의 경우:

-세상에 드러나기 쉽고,

-본인도 명확한 죄의식을 느낀다.

-주변의 지적을 받고, 참회할 계기가 주어진다.

-회개를 통해 거듭날 가능성이 크다.


작은 죄의 경우:

-은밀하고 드러나지 않는다.

-"이 정도쯤이야" 하며 묻어둔다.

-죄의식 없이 습관적으로 반복되고,

-누적되어 거대한 업보가 된다. 참회의 기회조차 놓친다.


역설적이게도, 작은 죄가 더 위험한 이유는 바로 그것이 '작기' 때문이다. 작아서 보이지 않고, 작아서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고, 작아서 반복된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우리 삶의 토대가 되어버린다.


환경 문제: 작은 편의가 만든 돌이킬 수 없는 재앙


가장 명확한 사례가 바로 환경 파괴다. "일회용 컵 하나쯤", "비닐봉지 하나쯤", "에어컨 조금 더 틀어도 괜찮겠지"—이런 작은 편의와 부주의가 모여 지금의 기후 위기를 만들었다. 1950년대만 해도 플라스틱은 혁신적인 발명품이었고, 누구도 그것이 바다를 뒤덮고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우리 몸속까지 들어올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매일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빨대 하나, 귀찮아서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조금 덥다고 냉방 온도를 낮춘 것—이 모든 작은 선택들이 70억 명에 의해 매일 반복되면서, 이제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서 있다. 북극의 빙하는 녹고, 해수면은 상승하며, 이상 기후는 일상이 되었다. 환경 과학자들은 이미 '티핑 포인트(임계점)'를 경고한다.


큰 공장 하나가 아니라, 우리 각자의 "이 정도쯤이야"가 모여 만든 재앙이다. 그리고 그 대가는 우리가 아닌 다음 세대가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다. 작은 죄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는 가장 현실적인 증거가 바로 지금 우리가 숨 쉬는 이 지구의 모습이다.


일상 속 작은 죄들의 축적


이런 작은 죄들은 살인이나 절도 같은 '큰 죄'가 아니기에, 우리는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한다. 약속 시간에 습관적으로 늦는 것,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는 것, 뒤에서 남을 비난하는 것, 내 편의를 위해 타인에게 작은 불편을 주는 것.

하지만 《인과경》의 관점에서 보면, 바로 이런 작은 것들이 쌓여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 작은 돌들이 주머니를 채우고, 그 무게가 우리를 짓누른다.


희망의 메시지: 선업도 같은 원리다


다행히 이 원리는 선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한 방울의 물이 떨어져 물통을 채우듯이, 작은 선행들도 쌓여 우리 삶을 변화시킨다. 매일 아침 가족에게 건네는 따뜻한 인사 한마디,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작은 배려, 화가 날 때 한 번 더 참는 인내, 편의점 직원에게 건네는 감사의 말.


이런 것들이 무슨 대단한 공덕이냐고 할 수 있다. 맞다. 하나하나는 대단하지 않다. 그러나 이것들이 매일, 매 순간 쌓일 때, 그것은 우리 존재를 근본적으로 바꾼다.


오늘 하루, "이 정도쯤이야"라는 말 대신 "작은 것부터 바르게"라고 다짐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작은 돌 하나를 제자리에 놓는 것으로부터, 우리의 변화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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