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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 대체 뭐길래 세상을 바꾼다고 할까요?

by 정영기

2025년 10월 7일 202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는 소식 들으셨나요? 올해의 영광은 드디어 양자컴퓨터 분야의 선구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세 명의 과학자가 ‘양자컴퓨터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았죠. 이전까지 양자컴퓨터가 공상 과학 소설 속 상상에 가까웠다면, 이분들의 연구 덕분에 비로소 현실의 문을 두드릴 수 있게 된 거예요.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최초의 양자 알고리즘을 만들고, 양자컴퓨터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거든요. 이처럼 노벨상이 인정한 ‘미래를 바꿀 기술’, 양자컴퓨터!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난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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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클라크, 미셸 드보레, 존 마티니스


# 양자컴퓨터 원리: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계


양자컴퓨터의 핵심 원리는 바로 ‘중첩’과 ‘얽힘’이라는 기묘한 양자역학 현상에 있어요. ‘중첩’은 하나의 입자가 여러 상태를 동시에 갖는 것을 말해요. 마치 뱅글뱅글 돌아가는 동전이 앞면이면서 동시에 뒷면인 상태와 같죠. ‘얽힘’은 더 신기한데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두 입자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하나의 상태가 정해지면 다른 쪽의 상태도 즉시 결정되는 현상이에요. 양자컴퓨터는 바로 이 원리들을 이용해 기존 컴퓨터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양의 정보를 한 번에 처리하며, 여러 갈래의 길을 동시에 탐색하듯 문제를 풀어냅니다.


# 큐비트 (Qubit): 0과 1의 경계를 허물다


우리가 쓰는 모든 컴퓨터는 0 또는 1, 두 가지 상태만 표현하는 ‘비트(Bit)’를 사용해요. 하지만 양자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Qubit)’는 차원이 다릅니다. 앞서 말한 ‘중첩’ 원리 덕분에 0인 상태와 1인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거든요. 이 작은 차이가 어마어마한 결과를 낳습니다. 비트가 10개 있으면 10개의 정보만 처리하지만, 큐비트는 10개가 모이면 $2^{10}$인 1,024개의 상태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어요. 큐비트가 몇십 개만 모여도 그 계산 능력은 현존하는 모든 슈퍼컴퓨터를 합친 것보다 강력해지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능 향상이 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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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컴퓨터와 양자컴퓨터 차이점: 만능 해결사가 아니라고?


그렇다면 양자컴퓨터가 모든 면에서 지금의 컴퓨터보다 좋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찾는 사서에 비유해 볼게요. 고전 컴퓨터는 한 명의 사서가 목록을 보고 순서대로 책을 찾아오는 것과 같아요. 매우 빠르고 정확해서 문서 작업이나 인터넷 검색 같은 일상적인 업무에 최적화되어 있죠. 반면, 양자컴퓨터는 수백만 명의 사서가 동시에 도서관의 모든 책을 한꺼번에 뒤지는 것과 같습니다. 특정 종류의 복잡한 최적화 문제나 시뮬레이션 문제를 푸는 데는 압도적인 성능을 보이지만, 간단한 작업을 시키면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어요. 즉, 서로의 역할이 다른 셈이죠.


고전컴퓨터로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 뱅킹 등의 암호체계(소인수분해 기반)를 푸는 데 수억 년이 걸립니다. 그래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죠.

양자컴퓨터는 '쇼어 알고리즘'을 이용해 이 암호를 몇 시간이면 풀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모든 디지털 보안 시스템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쇼어 알고리즘(Shor's Algorithm)거대한 숫자를 빠르게 소인수분해할 수 있는 양자 컴퓨터용 알고리즘입니다. 1994년 미국의 수학자 피터 쇼어(Peter Shor)가 개발했습니다.


# 양자컴퓨터 활용 분야: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우리 삶은 혁명적으로 바뀔 거예요. 가장 기대되는 분야는 신약 개발입니다. 수많은 분자 조합을 시뮬레이션해 암이나 알츠하이머 같은 난치병 치료제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죠. 또한, 더 효율적인 배터리나 태양전지 같은 신소재를 개발해 기후 변화 문제에 대응하고, 수많은 변수가 얽힌 금융 시장을 정확히 예측하거나, 인공지능의 학습 능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습니다. 물론 현재의 암호 체계를 순식간에 무력화할 수 있어 보안 분야에 큰 위협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양자 기술로도 뚫지 못하는 새로운 암호 기술 개발의 필요성도 함께 제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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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자컴퓨터 현재 기술: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엄청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양자컴퓨터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습니다. 큐비트는 아주 작은 온도 변화나 진동에도 상태가 쉽게 불안정해지는 ‘양자 오류’에 매우 취약해요. 그래서 현재의 양자컴퓨터는 절대 영도에 가까운 극저온 환경을 유지하고 외부와의 접촉을 완벽히 차단하는 거대한 장치 안에서 겨우 작동하는 수준입니다. 전 세계의 수많은 과학자와 기업들이 이 오류를 줄이고 더 안정적인 큐비트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진정한 의미의 상용화까지는 앞으로 더 많은 시간과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리하면:

양자컴퓨터는 0과 1의 한계를 넘어 ‘중첩’과 ‘얽힘’이라는 양자 원리를 이용하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계입니다. 비록 아직은 초기 기술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신약 개발부터 인공지능까지 인류가 풀지 못했던 수많은 난제를 해결하며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미래를 열어줄 가장 강력한 열쇠가 될 잠재력을 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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