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태국 동북부의 척박한 숲 속에 '왓 농 빠 퐁(Wat Nong Pah Pong)' 사원이 처음 세워졌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 이곳은 말라리아와 맹수가 들끓는 깊은 정글이었고, 특히 맹독을 가진 코브라가 수시로 출몰해 수행승들을 공포에 떨게 했습니다. 어느 날, 걷기 명상을 하던 한 제자가 오솔길 한가운데에 똬리를 틀고 있는 거대한 킹코브라와 맞닥뜨렸습니다. 제자는 소스라치게 놀라 얼어붙었고, 급히 스승인 아잔 차 스님을 찾아가 "독사 때문에 도저히 그 길을 지나갈 수 없다"라며 두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제자의 다급한 호소에 아잔 차 스님은 코브라를 쫓아내는 대신, 아주 현실적이고도 냉철한 진실을 이야기했습니다. "저 코브라를 보아라. 녀석은 자연의 이치대로 독을 가지고 있지만, 너를 먼저 물 생각은 전혀 없다. 네가 실수로 밟거나 꼬리를 잡지 않는다면 말이다." 스님은 코브라가 사악한 존재라서가 아니라, 그저 자연의 일부로서 그곳에 존재할 뿐임을 일깨웠습니다. 뱀은 그저 뱀일 뿐이고, 문제는 그 뱀을 자극하여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는 우리의 행동에 있다는 것입니다.
스님은 이 상황을 우리가 겪는 '화(Anger)'라는 감정에 빗대어 설명했습니다. "기분 나쁜 감정도 저 코브라와 똑같다. 화가 나는 상황은 맹독을 품은 채 그저 그곳에 존재할 뿐이다. 네가 그 화를 굳이 건드려서 움켜쥐지 않으면, 화는 너를 물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 우리가 화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은, 독이 잔뜩 오른 코브라를 보고 피하기는커녕 굳이 맨손으로 잡아 흔들며 "왜 나를 무느냐"라고 소리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통찰입니다.
우리는 종종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그 감정과 나를 동일시하며 꽉 움켜잡습니다. "저 사람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지?"라며 상황을 곱씹고 분노를 증폭시키는 행위가 바로 코브라의 꼬리를 잡는 격입니다. 아잔 차 스님의 가르침은 화를 억지로 없애라는 것이 아닙니다. 숲길에서 코브라를 만났을 때 "아, 저기에 독사가 있구나"라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굳이 건드리지 않은 채 조용히 옆으로 비켜 지나가라는 '지혜로운 거리두기'를 강조합니다.
오늘 누군가의 무례한 말이나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당신의 마음을 어지럽힙니까? 그것은 당신의 마음 숲길에 나타난 코브라 한 마리입니다. 그 뱀을 굳이 잡아서 내 품에 안거나, 몽둥이를 들고 싸우려 하지 마십시오. "건드리지 않으면 물지 않는다"는 숲 속 현자의 말을 기억하며, 그 독사가 제 갈 길을 가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세요. 이것이 거친 세상이라는 숲 속에서 내 마음을 안전하게 지키는 최고의 호신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