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를 갈아 거울 만들기

by 정영기

선종 일화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기와를 갈아 거울 만들기’입니다. 이 짧은 이야기는 수행이란 무엇인가를 아주 날카롭게 묻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소박한 대화지만, 그 안에는 수행자의 태도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마조 스님은 수행에 열심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좌선만 하며 부처가 되기를 바랐지요. 몸은 움직이지 않고, 자세는 흐트러짐이 없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더할 나위 없는 수행자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수행에는 한 가지 문제가 숨어 있었습니다. 방법이 목적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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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본 스승 회양 스님은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 기와를 벽돌에 갈기 시작합니다. 벅벅 긁히는 소리가 계속되자 마조가 묻습니다. “스님, 무엇을 하십니까?” 회양은 태연하게 답합니다. “거울을 만들고 있다.” 이 장면은 그 자체로 이미 질문이 됩니다.

마조는 웃으며 말합니다. “기와를 간다고 거울이 되겠습니까?” 그 순간 회양 스님은 핵심을 찌릅니다. “기와를 갈아 거울이 될 수 없다면, 앉아 있기만 해서 부처가 될 수 있겠느냐?” 이 말은 마조 개인에게만 던진 질문이 아닙니다. 수행의 본질을 착각한 모든 사람을 향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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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양 스님의 가르침은 분명합니다. 좌선이라는 형식, 수행이라는 동작 자체가 깨달음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세가 아니라 마음입니다.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보고 알아차리느냐가 수행의 핵심이라는 점을 이 일화는 분명히 보여줍니다.

우리 삶도 다르지 않습니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느낌에 안심하며, 정작 자신의 마음은 돌아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기와를 갈며 거울이 되기를 기대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일화는 묻습니다. 지금 내가 붙들고 있는 것은 진짜 본질인가, 아니면 익숙한 형식인가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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