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스크린 현상

by 정영기

요즘 넷플릭스나 TV를 틀어놓고도 손에는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분들, 정말 많습니다. 화면은 켜져 있지만 시선은 아래로 향해 있죠. 드라마를 보다가 인스타그램을 넘기고, 예능을 틀어둔 채 카톡에 답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장면은 소리로만 흘려듣게 됩니다. 이런 행동을 흔히 ‘세컨드 스크린(Second Screen)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한 콘텐츠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여러 화면을 동시에 소비하는 요즘의 일상적인 시청 방식입니다.


최근 이 세컨드 스크린 현상을 아주 재치 있게 꼬집은 네 컷 만화를 보게 됐습니다. 설정은 단순합니다. 거실에서 TV를 보는 사람의 모습인데, TV 속에서는 살인마가 칼을 들고 다가오는 긴박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청자는 그걸 보지 않습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스마트폰 화면에만 몰두해 있죠. 너무 익숙한 풍경이라 웃음이 나오면서도, 동시에 뜨끔해집니다.


만화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 제작자들이 아예 이런 시청자를 전제로 TV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한다는 상상입니다. 첫 번째 변화는 대사입니다. 이제 등장인물들은 더 이상 표정이나 연기로만 상황을 전달하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아주 끔찍한 살인 현장을 발견했고, 범인은 바로 뒤에 있다”는 식으로, 화면을 안 봐도 상황이 다 이해되게 말로 설명합니다. 귀로만 들어도 내용을 놓치지 않게 만드는, 일종의 라디오 드라마식 연출이죠.


두 번째는 시각적인 경고입니다.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린 시청자를 깨우기 위해 화면 한가운데에 큼지막한 문구가 뜹니다. “주요 줄거리 전개까지 48초” 같은 알림과 함께 카운트다운이 시작됩니다. 지금부터 중요한 장면이 나오니 제발 고개를 들어 TV를 보라는 신호입니다. 웃기지만, 한편으로는 시청자의 주의력을 붙잡기 위한 절박함이 느껴집니다.


마지막으로는 하단 자막입니다. 뉴스 속보처럼 화면 아래에 짧은 문장이 계속 흘러갑니다. 지금까지의 줄거리를 자극적으로 요약해 주는 하단자막입니다. 혹시 앞부분을 놓쳤더라도, 스마트폰을 보며 힐끔거리기만 해도 대충 무슨 이야긴지 알 수 있습니다. 집중하지 않는 시청자까지 끝까지 데려가려는 배려이자 풍자입니다.


이 만화가 웃긴 이유는 과장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바라보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죠. 세컨드 스크린 현상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우리의 집중력과 소비 방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저녁만큼은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두고, 화면 하나에만 집중해 보는 건 어떨까요. 생각보다 낯설고, 또 꽤 괜찮은 경험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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