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탄력성: 달리기가 준 뜻밖의 선물

by 정영기


# 아찔했던 찰나, 몸이 먼저 반응했다


요즘 달리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 사건은 한 달 전쯤, 여느 때처럼 달리기를 하러 아파트를 나서던 길에 일어났다. 왼쪽 발을 잘못 디디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앞으로 크게 고꾸라질 뻔한 것이다. 순간적으로 '아, 이제 넘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 의지보다 먼저 오른쪽 발이 튀어나와 몸을 지탱했다.


# 찰나의 순간 스쳐 지나간 생각들


몸이 기울어지는 그 짧은 순간, 머릿속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처음엔 '아, 이게 뭐지? 내가 버티고 있네' 싶다가도, 곧바로 '다음 순간에는 결국 넘어지겠구나' 하는 체념이 들었다. '손바닥만 다치려나, 아니면 팔꿈치까지 다치려나' 하는 걱정까지 순식간에 지나갔다.


하지만 몸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아직도 내가 넘어지지 않고 버티고 있다니!' 하는 놀라움과 함께,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고 있는 건 뭐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내 몸의 반응 속도는 빨랐다.


의지나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해서 균형을 잡고 있었다는 것은 (운동 신경이 좋지 않은 나로서는)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버티고 또 버티며 일곱 여덟 걸음을 앞으로 달려 나갔다. 한 발 한 발 힘을 줘서 버티다 보니 어느덧 속도가 줄어들며 멈춰 설 수 있었다.


# 9개월의 정성이 쌓아 올린 체력 저축


예전 같았으면 속절없이 넘어져 무릎이 깨지고 타박상을 입었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발목이나 근육에 작은 손상조차 없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탄력성은 작년 6월 1일부터 꾸준히 이어온 달리기의 결과였다.


지난해 9월 21일, 첫 10km 마라톤 대회에서 1시간 14분 기록을 냈던 기억이 떠올랐다. 겨울철에는 추운 날씨 탓에 여름이나 가을만큼 많이 뛰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꾸준히 저축해놓은 체력이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한 것이다.


# 내 몸에 전하는 고마움


일주일 3-4회 정도 1시간씩 정직하게 흘린 땀방울이 내 몸에 '탄력성'이라는 든든한 보험을 들어준 셈이다. 넘어져 다칠 뻔한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나니, 묵묵히 버텨준 내 몸에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지난 9개월간의 달리기가 헛되지 않았음을 몸소 체험한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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