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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다 응우옌의 치유 과정: 부정, 분노, 타협, 슬픔

by 정영기


아만다 응우옌(1991-- )의 회고록 "Saving Five"는 트라우마 치유 과정을 독특한 은유적 여정으로 표현합니다. 이 책에서 주인공 아만다는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들(5세, 15세, 22세)과 함께 여러 감정의 영역을 통과합니다:


⯌ 부정

⯌ 분노

⯌ 타협

⯌ 슬픔


이러한 감정 단계들을 거치며 아만다는 성폭행 생존자로서의 경험과 미국 형사 사법 제도의 모순을 극복하고, 치유와 회복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1. 부정(Denial)


부정의 형상화

부정은 아만다의 여정에서 첫 번째 조력자로 등장합니다. 등산객의 모습을 한 부정은 여정의 시작점에서 그들에게 나침반을 선물합니다. 이 나침반에는 "Hope from Denial"(부정에서 오는 희망)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으며, 희망을 찾는 방향을 가리켜줍니다.


부정의 의미

부정은 트라우마를 경험한 초기에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방어 기제입니다. 아만다의 경우, 성폭행 직후와 미국 사법 제도의 실패를 처음 마주했을 때 부정의 단계를 경험합니다. 부정은 때로는 고통스러운 현실로부터 일시적 휴식을 제공하고, 점진적으로 다음 감정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줍니다.


부정에서 얻는 교훈

"Hope from Denial"이라는 문구는 부정이 단순한 현실 회피가 아니라, 내면의 힘을 모으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과정임을 암시합니다. 부정은 주인공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을 선물함으로써, 혼란 속에서도 길을 찾아나갈 수 있는 희망의 씨앗을 심어줍니다.


2. 분노(Anger)


분노의 형상화

분노는 택시 운전사 "Mr. R"(Mr. Rage)으로 등장합니다. 그가 운전하는 택시는 교통 체증 속에서 서서히 움직이는데, 이는 분노가 쌓이고 통제하기 어려운 감정 상태를 상징합니다. 흥미롭게도 Mr. Rage 자신은 매우 차분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여성들의 분노가 종종 내면화되고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격렬한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분노의 표현 방식

아만다는 성폭행 직후 "세상을 불태우고 싶었고, 함께 불탈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표현합니다. 이러한 분노는 나중에 그녀가 만든 첫 법안에도 반영되어 "피를 흘리는 듯한 비명소리"를 담고 있었다고 묘사합니다. 22세의 아만다는 자신의 어린 시절 가정 폭력에 관한 기억을 공유하며, 17년간 쌓인 분노가 마침내 폭발하여 부모님의 싸움에 개입하게 된 순간을 이야기합니다.


분노에서 얻는 교훈

분노는 아만다에게 "당신의 분노는 당신의 고통이며, 당신의 고통은 당신의 힘"이라고 말합니다. 분노는 "연료"를 선물함으로써, 분노의 에너지가 변화와 행동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아만다의 경우, 이 분노는 성폭행 생존자들의 권리를 위한 법안을 추진하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3. 타협(Bargaining)


타협의 형상화

타협은 부두에서 선장의 모습으로 등장하며, 그들을 배에 초대합니다. 타협은 떠다니는 시장에 있으며, 이곳은 다양한 물건들이 거래되는 활기찬 장소로 묘사됩니다. 5세 아만다가 사라졌을 때, 타협은 그녀를 되찾는 대가로 기억을 요구합니다.


타협의 특성

타협의 특성은 "거래"를 통해 드러납니다. 그는 도움을 주는 대가로 기억을 요구하며, 아만다는 하버드에서의 경험과 성폭행 이후의 삶에 대한 기억을 공유합니다. 타협의 영역은 종종 "만약 ~라면..."이라는 생각이 지배하는 단계로, 현실과 협상하려는 시도를 나타냅니다.


타협에서 얻는 교훈

타협은 아만다에게 "Spongebob"이라는 이름의 배를 선물합니다. 이 배는 그들을 다음 단계인 슬픔의 영역으로 데려갈 운송 수단으로, 타협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수단을 얻게 됨을 상징합니다. 아만다의 실제 삶에서는, 그녀가 증거물 파기 기한을 연장하기 위해 다양한 협상을 시도하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4. 슬픔(Sadness)


슬픔으로 가는 여정

슬픔의 영역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사이렌의 바다"(Siren Sea)를 건너야 합니다. 이 바다는 위험하고 유혹적인 환상을 보여주어 사람들을 빠뜨리려 하는데, 이는 슬픔으로 가는 여정이 쉽지 않음을 암시합니다. 바다는 행복했던 가족의 모습과 같은 거짓된 기억을 보여주며, 5세 아만다는 이에 현혹되어 바다에 뛰어듭니다.


슬픔의 본질

슬픔은 가장 슬픈 기억은 고통의 기억이 아니라 "이루어질 수 없었던 행복의 가능성, 즉 비탄의 기억"이라고 설명합니다. 슬픔은 "폭풍 속의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며, 우리가 진정으로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고 합니다.


슬픔에서 얻는 교훈

슬픔은 "비탄은 당신에게 주는 나의 선물"이라며, 슬픔을 통해 인간성과 공감 능력이 깊어짐을 강조합니다. 아만다는 슬픔을 통해 자신의 고통, 외로움, 절망을 완전히 경험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마침내 수용의 단계로 나아갈 준비를 하게 됩니다.


감정 단계들의 연결성

이 네 가지 감정 단계는 아만다의 트라우마 치유 과정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부정이 현실을 일시적으로 회피하게 해주었다면, 분노는 변화를 위한 행동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타협은 현실과 협상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모색하게 했고, 슬픔은 깊은 상처를 직면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아만다의 여정은 이러한 감정 단계들을 통과하며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유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활동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녀는 자신의 개인적 고통을 넘어, 다른 성폭행 생존자들을 위한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등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이 감정 단계들을 통한 여정은 아만다 뿐만 아니라 모든 트라우마 생존자들이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인 과정이며, 각 단계는 치유와 성장을 위한 중요한 부분임을 보여줍니다.


감정 단계 표.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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