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의 평범한 상점들이 복지의 최전선이 된다면 어떨까요? 부천시에서는 이미 그런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2023년 6월부터 시작된 '온스토어(溫Store)' 제도는 일상의 공간을 따뜻한 복지의 거점으로 탈바꿈시키며 새로운 민관 협력 모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온스토어'라는 이름에는 '따뜻한 가게'라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슈퍼마켓, 편의점, 약국, 공인중개사사무소 등 우리 동네의 친숙한 공간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을 발견하고 즉시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입니다.
작은 슈퍼마켓, 약국, 편의점과 같은 일상 공간이 위기에 처한 이웃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온스토어는 단순한 물품 지원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연결망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온스토어의 가장 큰 강점은 신속함에 있습니다. 복지 서비스가 필요한 순간과 실제 지원이 이루어지는 시점 사이의 간극을 최소화하여 위기 상황에서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죠.
지원 과정은 놀랍도록 단순합니다. 온스토어로 지정된 가게 주인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시민을 발견하면 즉시 필요한 생필품을 제공하고, 이 정보를 동 행정복지센터로 전달합니다. 이후 담당 공무원이 실태조사를 거쳐 추가적인 복지 서비스로 연결해 주는 방식입니다.
가게가 부담한 물품 비용은 부천시에서 보전해 주며, NH농협 부천시지부와 '함께하는 사랑밭' 등의 민간단체에서도 후원을 이어가고 있어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복지의 사각지대를 공공과 민간이 함께 메워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2025년 2월 현재, 부천시에는 134개의 온스토어가 운영 중이며, 올해 안에 150개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의 58개 가게에서 두 배 이상 성장한 수치입니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실질적인 지원 성과입니다. 지금까지 온스토어를 통해 1,512명의 어려운 이웃에게 약 9,200만 원 상당의 긴급 생필품이 지원되었으며, 찾아가는 보건복지 서비스, 긴급 복지 등 공공 서비스 200여 건이 연계되었습니다. 이 숫자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위기를 넘기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온스토어가 단순한 제도가 아닌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은 실제 사례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중 한 슈퍼마켓 주인 A 씨와 20대 청년의 이야기는 특히 감동적입니다.
A 씨의 슈퍼마켓에 자주 들르던 한 청년이 실직 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라면 하나를 외상으로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A 씨는 청년에게 라면, 즉석밥, 즉석 카레 등 5만 원어치의 생필품을 지원했고, 이 작은 도움이 청년에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몇 달 후, 취업에 성공한 청년은 A 씨의 슈퍼마켓을 다시 찾아와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두 분 외식하실 때 보태 쓰시면 기쁠 것 같습니다. 덕분에 살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20만 원이 담긴 봉투를 건넸습니다. A 씨는 나중에 청년에게 현금을 돌려주었지만, 이 따뜻한 교류는 온스토어가 단순한 물품 지원을 넘어 사회적 연대와 상호 신뢰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부천시는 온스토어의 미래를 더욱 확장하고 있습니다. 기존 온스토어보다 더 적극적인 지원이 가능한 '거점형 온스토어'를 지난해 10개에서 올해 37개로 늘릴 계획이며,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으로 그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부천시는 자체 개발한 '온부천' 앱 기능을 강화해 경찰, 소방과 신속하게 위기 정보를 공유하고, 실시간 입력된 내용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또한 각종 후원금을 '부천 온마음 펀드'로 확대 개편해 취약계층 지원 프로그램을 다양화할 예정입니다.
부천시의 온스토어 제도는 지자체와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복지 모델의 좋은 사례입니다. 이 모델이 부천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도시뿐 아니라 중소도시, 농어촌 지역에서도 적용 가능한 이 모델은 복지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주민과 가게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이기에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충분히 벤치마킹할 수 있습니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촘촘하면서 따뜻한 부천형 스마트 복지·안전 시스템으로 위기가구를 신속히 발굴해 지원하고, 복지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온스토어의 '온(溫)'처럼,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따뜻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부천의 혁신적인 복지 모델이 더 많은 지역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해 봅니다.